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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9.5mm 비에도 '물바다'되는 도로.. 빗물받이가 문제였다

최인준 기자 입력 2011. 08. 12. 03:31 수정 2011. 08. 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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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지하로 보내는 빗물받이 "1m돼야 하는데 대부분 40cm"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 시작 부분에 성인도 한걸음에 뛰어넘기 어려울 만큼빗물이 고여 있었다. 이날 오전 서울에 내린 비는 29.5㎜. 침수 피해는 없었지만 유독 행인들이 지나는 횡단보도만 물이 차올랐다. 알고 보니 이곳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는 빗물받이(빗물 배수구)가 없었던 것. 이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흘러든 빗물이 빠지지 않고 그대로 고여 있었다.

이처럼 서울시내 곳곳에 빗물받이가 없거나 제 기능을 못해 폭우가 쏟아지면 원활하게 빗물을 빼내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빗물받이는 비가 많이 올 때 도로에 넘치는 빗물을 땅속 하수관으로 신속히 처리하는 격자 모양 시설이다. 안쪽 부분이 하수관과 연결되어 있다. 서울시는 차도와 인도 경계 부분에 평균 20~30m 간격으로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7월에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8만1288가구 중 1만5255가구(18.8%)가 빗물받이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은 게 원인으로 조사됐고, 지난달 3일에도 시간당 43㎜ 물폭탄이 쏟아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2번 출구 주변 도로가 물에 잠기며 인도까지 물이 차올랐는데 이때도 빗물받이가 막혀 제 기능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학진 서울시 물재생계획과장은 "최근 10년간 비로 인한 큰 피해가 없어 빗물받이 정비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 폭우를 계기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 시내 도로에 설치한 빗물받이는 총 48만6767개. 이 중 덮개로 덮여 있거나 주변 오물이 쌓여 배수가 제대로 안 되는 등 결함이 있는 빗물받이는 지난 6월 현재 1만7396개다.

특히 최근 들어 "디자인을 강조한다"며 다채로운 무늬로 꾸민 빗물받이가 늘었는데, 이른바 '디자인 빗물받이'는 통수(通水)면적이 좁아 빗물이 잘 빠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1개당 10만~15만원으로 일반 빗물받이와 비교하면 3~4배 비싸지만, 기능은 오히려 떨어진다.

관악구 청룡동 서울대입구역에서 관악구청 청사까지 이어진 도로에는 10㎝ 길이 무늬가 교대로 뚫린 빗물받이가 평균 20m 간격마다 들어서 있다. 2008년부터 서울시가 시내 30개 도로를 '디자인서울거리'로 지정해 상가 간판과 인도를 정비하면서 빗물받이까지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꿨기 때문. 회사원 김예윤(26)씨는 "디자인 거리라고 신경 쓴 건 좋은데 굳이 도로 빗물받이까지 디자인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초구 반포동, 강남구 삼성2동, 송파구 잠실2동 등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선 재개발 단지 내에는 건설사가 자체 제작한 디자인 빗물받이가 있다. 이 역시 격자무늬가 아니라 철판에 자사 로고를 새겨놓아 그 홈 사이로 빗물이 빠져나가게 했다.

서대문구 신촌역 주변 먹자골목에 있는 30여개 빗물받이는 겉 부분은 일반 빗물받이와 같은 길이 40㎝ 격자 모양이지만 안쪽에는 직경 10㎝만 물이 들어갈 수 있도록 변형됐다. 장석호 서대문구 치수방재과장은 "빗물받이에 버려진 쓰레기로 인해 악취가 난다는 주변 상인들 민원이 들어와 악취차단기를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촌역 주변은 비가 올 때마다 물에 잠기고 있어 지난 7월과 지난해 9월 폭우 때 잇따라 침수됐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하수관 용량을 넓히는 문제만 지적하는데 치수의 1차 전선인 빗물받이부터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최근 강우량을 볼 때 빗물받이 규격이 1m 길이는 돼야 하는데 서울 시내에 대부분 빗물받이는 4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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