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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사퇴" 배수진]지더라도 '보수 잔다르크' 이미지.. 死則生 효과 길게 봤나

입력 2011. 08. 22. 03:22 수정 2011. 08.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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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무릎 꿇고 읍소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2층 기자회견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 시장이 회견 후 무릎을 꿇고 읍소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후 4시부터 경기 의정부시 도봉산 입구에서 시민들과 만났다. 오 시장이 오전 회견 도중 눈물을 흘렸기 때문인지 동행한 참모진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등산복 차림의 오 시장은 엷은 미소만 머금고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많은 시민이 악수를 청하거나 반갑게 인사하자 면도하지 않은 까칠한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는 "어제 4시간도 채 자지 못해 피곤하지만 시민들의 성원에 힘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하면 주민투표에서 시원하게 승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 오 시장의 눈물, 투표율 올릴까

오 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으려면 주민투표 투표율이 33.3%를 넘어야 하고, 그 중 과반수가 서울시의 '단계적 무상급식' 안에 찬성해야 한다. 서울시의 무상급식안에 반대하는 시민은 대부분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33.3% 이상의 투표율은 곧 오 시장의 승리를 의미하게 된다.

서울시 내부적으로는 투표율이 29%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35%가량이 '적극적 투표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평일에 진행되는 투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표율은 낮아질 수 있다. 오 시장은 도봉산 입구에서 동아일보 기자에게 "내 결의를 이해한 당과 시민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준다면 최소 34%는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결국 이날 오 시장의 눈물은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전술적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오 시장의 '시장직 걸기'가 투표율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은 '동정론까지 불러일으켜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지금까지 뒷짐을 지고 있던 한나라당이 위기감을 느끼며 전폭적인 지원을 할 가능성도 있다. 주민투표 자체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던 친박계까지 나서 준다면 금상첨화다.

○ '정치적 쇼' vs '외로운 싸움'

정책 투표에 시장직을 건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신임투표 성격으로 변질시켜 순수한 표심에 상처를 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오 시장의 눈물이 TV를 통해 방송되자 "쇼가 지나친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에 대한 주민투표를 단체장의 진퇴와 연결시키면 정책과 정치가 뒤섞여 행정이 체계적으로 집행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 시장의 발표는 법에 근거가 없는 변질된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 시장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외롭게 큰 짐을 떠안았다"는 평도 있다. 특히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하지 않는 것을 거론하며 '오 시장의 용기'를 평가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박병호 동국대 정치행정학부 교수는 "시장직 사퇴는 정치인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사퇴 선언으로) 주민투표가 큰 이슈가 되면서 복지정책의 방향에 대해 국가 전체가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 2004년에 이은 두 번째 승부수

오 시장의 이날 시장직 사퇴 승부수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 시장이 2004년 17대 총선 불출마에 이어 7년 만에 두 번째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은 동료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치자금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뒤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정치적 입지를 키운 것처럼 이번에도 2017년 대선을 겨냥해 '시장직 걸기'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여권이 주민투표 지원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오 시장이 당의 만류를 뿌리칠 수 있는 명분을 쥐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오 시장이 한나라당에 적지 않게 서운함을 느끼는 것 같다. 아무리 설득해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오 시장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당의 10월 재·보선 부담을 덜기 위해 9월 안에는 사퇴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선거법 제35조에 따르면 10월 재·보선은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선거사유가 확정된 경우에 한해 실시한다. 10월 사퇴하면 내년 4월 총선 때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오 시장이 사퇴하면 권영규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으로 시정을 이끈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날인 24일까지 홍보전 대신 민생 챙기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탤런트 박상원 씨와 성악가 김동규 씨 등 서울시 홍보대사가 주민투표 독려 1인 시위에 나서며 오 시장을 측면 지원할 계획이다. 주민투표를 하자는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와 반대하는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는 남은 기간 전단지,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해 총력전을 벌이기로 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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