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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든 싫든 모두가 뛰어든 오세훈 전쟁

김정하 입력 2011. 08. 23. 01:46 수정 2011. 08. 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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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재정 고갈 땐 후손 부담"손학규 "아이들 밥그릇 볼모"

[중앙일보 김정하.김경진]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재정건전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구멍난 배로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몽골 방문에 앞서 녹음한 인터넷·라디오 연설을 통해서다. 이 대통령은 "그리스가 지금과 같은 부도가 난 건 복지 포퓰리즘에 두 거대 정당이 경쟁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란 그리스 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무리한 정책으로 재정이 바닥나면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된다"고도 했다.

같은 날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오 시장이 어린이들의 밥그릇을 볼모로 주민투표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상급식 문제가 단지 밥그릇 문제를 넘어 국민의 편을 가르는 이념의 제물이 되고 있다. 오 시장은 개인의 정치적인 야망을 위해 아이들을 제물로 삼겠다는 생각을 접길 바란다"고도 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는 각각 서울시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투표율이 33.3%에 미달하면 투표함조차 열지 못해 사실상 패배하게 되는 여권에선 이 대통령까지 나선 형국이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무상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국가 부도=자녀세대의 고통'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과 민노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은 이번 주민투표를 '나쁜 투표'라고 규정하고 불참 운동을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 것이다. 주민투표는 이제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문제를 떠나 보수·진보 진영에 대한 지지 강도를 확인하는 투표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투표 결과는 내년 총선·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걸로 보인다.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건 데 대해 큰 불만을 나타냈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번 투표 결과의 정치적 파장이 크다는 걸 인식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결정에 반발하던 한나라당 인사들도 24일 오후 8시 투표가 종료될 때까진 분란을 일으키는 모습을 자제하고 투표 독려운동에 나섰다. 보수정당인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전 대표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민주당의 투표 불참 운동을 비난했다. 그는 "제3자가 집단적으로 거부하자고 하는 것은 주민의 참정권 제약이며 반민주적인 것으로 정당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권의 진보진영에선 결속력이 더 강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야권은) 희망시국대회에서,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앞에서, 반값 등록금 앞에서, 무상급식 앞에서 하나가 됐다. 이제 통합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친노무현 세력을 대표하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틀 속에서 봐야 할 문제로 주민투표로 판가름하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더구나 시장 진퇴까지 걸어서 묻는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했다.

한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박 전 대표에게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독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면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한다. 박 전 대표가 나서 서울 시민들에게 투표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해 달라"고 주장했다.

김정하·김경진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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