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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초대형 보선 .. 대재앙 온다" 한나라 공포

박신홍 입력 2011. 08. 25. 02:02 수정 2011. 08. 2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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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홍준표·임태희·김효재 심야 4인회동 .. 오 시장 거취 논의

[중앙일보 박신홍.백일현.김형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24일 오후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표가 무산된 뒤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대변인. 홍 대표, 김정권 사무총장. [김형수 기자]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하고 마감된 24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등 4인이 심야에 회동해 오 시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임 실장·김 수석이 모두 오 시장의 조기사퇴를 만류했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오 시장이 중앙당과 상의해서 거취를 결정한 뒤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며 "오 시장이 돌발적으로 시장직을 던져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권 핵심인사들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지방선거 때 받은 표(145만여 표)보다 이번에 오 시장이 받은 표(215만여 표)가 많다는 점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앞서 홍 대표는 오후 8시쯤 여의도 당사를 찾아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투표가 평일에 치러진 데다 선거운동도 거의 못한 상태에서 25%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사실상 (오 시장이) 승리한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의 반응은 "'대재앙'이 현실이 됐다"(정두언 여의도 연구소장)는 당내 기류와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이종구 서울시당 위원장의 경우 "큰일이 났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을 정도인데 홍 대표는 '패장(敗將)'에게 승장의 옷을 입혀버린 것이다.

 여권 핵심 인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 시장의 '즉각 사퇴'를 만류하기 위한 것이었다.

홍 대표는 "오 시장은 정무적으로 판단해 서울시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오 시장이 9월 30일 이전에 사퇴하면 보궐선거일은 10월 26일이 된다. 하지만 오 시장이 10월 1일 이후에 물러나면 보선은 내년 4월 총선과 함께 실시된다. 홍 대표로선 오 시장의 거취는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문제인 상황이다. 10월 재·보선에서 패할 경우 자신에게도 인책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민투표에서 패배하자마자 다시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초대형 선거'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에 오 시장의 사퇴를 어떻게든 늦춰 보려고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당내에선 내년 4월 총선에 재·보선을 치르는 것보다는 차라리 10월에 재·보선을 치르는 편이 낫다는 주장도 있다. 4월 총선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합쳐서 판을 키웠다가 패하기라도 할 경우 위험부담이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년 4월 정도에는 야권 통합 문제가 마무리돼 한나라당은 야권 통합 서울시장 후보와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 같은 경우는 "내년 4월에 선거를 치렀다가는 총선과 서울시장 보궐선거 모두 망하는 수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의원은 "오 시장이 물러난다고 했으면 당장 물러나야지 버티는 건 정치적으로 궁색하다"며 "민주당도 절대 내년까지 끌고 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주민투표 개표 무산의 여세를 몰아 오 시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율이 투표함을 여는 기준인 33.3%에 미달했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김두우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간 "급변하는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 재정건전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구멍 난 배로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등 오세훈 시장의 입장을 간접 지지해 왔다.

글=박신홍·백일현 기자 < jbjeanjoongang.co.kr >

사진=김형수 기자

◆재·보궐 선거일=공직선거법(제35조)은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의 보궐선거·재선거는 4월 1일에서 9월 30일까지 사퇴 등 선거 사유가 확정된 때 10월의 마지막 수요일(올해는 10월 26일)에 실시하고, 10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31일 사이에 확정된 때엔 4월 마지막 수요일에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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