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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찌아족 한글 보급 사실상 무산 위기

입력 2011. 10. 09. 06:03 수정 2011. 10. 0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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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홍영선 기자]

찌아찌아족의 한글 문자 도입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찌아찌아족이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바우바우시가 한글을 최초로 보급한 훈민정음학회와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글날인 9일 CBS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바우바우시 시장은 지난 3월 서울시에 보낸 공문에서 "훈민정음학회는 더 이상 협력 파트너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지난 1년 동안 협력관계가 거의 단절됐기 때문"이라고 선언했다.

바우바우시는 지난 2008년 7월 한글 사용 및 한글교사 양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훈민정음학회와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훈민정음학회가 장밋빛 그림만 제시했다"며, "한국 문화관을 짓는 등 경제적 원조를 약속했는데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잿밥'에 관심있던 바우바우시와 경제적 지원을 하지 못한 민간법인 훈민정음학회의 입장 차가 부딪힌 것이다.

바우바우시는 훈민정음학회 대신 서울시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정작 한글 문자 보급을 거부하는 기색이 있어 양국의 외교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가 교육기관은 아니다"면서 "우리 업무 영역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한글 문자 보급은 공식적으로 로마자를 쓰는 인도네시아의 일부 어학기관에서 문자 침탈로 보기도 하는 등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바우바우시는 앞서 서울시와 지난 2009년 말 '문화예술 교류와 협력에 관한 의향서(LOI)'를 체결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는 바우바우시에 문화센터를 짓고 도시개발 사업에 협조할 의사를 내비췄지만 검토 단계에서 백지화 했고, 그 이유에는 결정적으로 예산 문제 등도 있었다.

훈민정음학회 측은 결국 서울시가 나서는 바람에 '저울질'만 당했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기남 훈민정음학회 이사장은 "서울시가 선심성으로 약속을 남발해 도움이 아니라 걸림돌이 됐다"면서 "바우바우시 시장이 정치,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서울시와의 교류를 더 바라게 됐다"고 주장했다.

찌아찌아족을 훈민정음학회에 처음 소개한 전태현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지난 9월 발표한 '찌아찌아족 한글 도입의 배경과 그 의의'에 대한 논문도 정치적, 경제적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는 "현지 학자들 가운데는 찌아찌아족 어린이들의 한글 사용을 인도네시아 지방자체단체 시행의 결실로 보는 시각도 있다"면서 "사실 한글 도입 이후, 바우바우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됐고, 역사상 초유의 국제교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글을 가르칠 교사 양성이 중단된 현재는 바우바우시에 있는 초등학교 단 3곳에서 193명의 아이들에게만 한글 교과서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경제적 효과도 누리려는 '바우바우시'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훈민정음학회', 구체적인 검증 없이 예산과 외교 문제로 등 돌려버린 '서울시'의 입장이 엇갈린 채 의욕만 앞선 한글의 세계화 추진이었던 셈이다.h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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