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병역 공격' 한나라 되레 '역풍' 맞아

2011. 10. 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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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나라당과 정부 주요인사들 군 문제 다시 도마에

조국 교수 "1960년대 '양손입양' 흔해…13세가 병역비리?" 비판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후보의 병역 문제를 놓고 "호적 쪼개기를 통한 병역 기피"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를 겨냥한 칼끝은 뜻하지 않게 부메랑이 되어 한나라당을 겨누고 있는 형국이다.

박 후보는 1969년 작은할아버지에게 양손으로 입양돼 부선망 독자(아버지가 먼저 사망한 외아들)로 8개월 방위로 병역을 마쳤다. 박 후보쪽은 당시 상황과 관련해 "입양 행정처리를 했던 박 후보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돌아가신데다 박 후보와 형은 입양 과정을 알지 못해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며 "박 후보의 할아버지가 징용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동생의 제사라도 지내게 하려고 그랬던 것 아닌가 짐작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양손 제도를 허용하면 아버지와 아들이 항렬이 같아져 사촌 관계가 되는 문제가 있어서 "우리 민법상 양손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1988년 3월 대법원 판결에 "양손 입양은 무효라고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공세의 선봉에 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0일 "당시 박 후보의 형이 만 17살로 제2국민역 편입 직전이었다. 박 후보 형의 병역 면탈을 위해 동생인 박 후보를 양손으로 보냄으로써 형제가 모두 '독자'로서 6개월 방위 처분을 받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설사 양손으로 갔다 해도 입양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입양 주체인 작은할아버지가 1941년부터 행방불명된 만큼 일방적인 입양"이라며 "당시 호적 공무원과 공모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문제"라고 공세를 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런 주장은 박 후보쪽으로부터의 논리적인 반박에 직면했다. 박 후보쪽은 "양손 입양 제도가 없었다면 어떻게 호적에 '양손 입양'이라는 말을 쓸 수 있겠느냐"며 "1988년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는 것은 그 전에는 사회적으로 양손 입양이 존재하는 제도였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patriamea)에 "한나라당은 '양손 입양'을 허용하지 않는 1988년 대법원 판례를 발견하고 신이 났다. 박원순 입양은 1969년 일로, 당시는 이러한 입양이 흔하게 이루어졌음을 모른다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조 교수는 "일제하 조부 대신 징용되어 행방불명된 종조부의 아들이 사망하자 그 대를 잇기 위해 13세 소년을 입적시킨 것이 병역비리? 강제징용으로 인한 절손의 고통을 모르는구나"라고 덧붙였다.

'hitxxi9'라는 트위터 이용자는 "우리 아버지도 어릴 적에 먼 친척에게 양자 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제로 큰아버지가 있는데도 호적상 4대 독자로 6개월 방위 복무했습니다. 한나라당 논리라면 저도 군대 짧게 가기 위해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께 양자 가시라고 압박했겠군요."라고 올렸다.

논리가 궁색하니 비판을 넘어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댓글 읽다가 빵 터짐. '13세 때 병역 기피를 생각한 박원순은 천재인 듯하다. 하지만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여자로 태어난 나경원이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다."(@lalxxHJ)

"나경원 캠프의 논리대로라면, '여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은 모두 범죄자다. 남북 대치의 상황에서 국방의 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전에 성별을 선택하여 국가를 위기의 국면으로... 아~ 이것 쓰면서도 쪽팔린다 증말...ㅋㅋ"(@saraxxlle)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논란은 나경원 후보와 현 정부 주요 인사의 병역 문제로 옮겨 붙었다. 먼저, 나경원 후보의 남편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의 병역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 부장판사도 3대 독자로 6개월 방위로 병역을 마쳤다.

조 교수는 "나경원 후보 남편이 6개월 군복무를 위해 3대 독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박원순 후보가 8개월 군복무를 위해 종조부가 강제 징용되고 종조부 아들이 사망한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트위터 이용자 'agwithXXent'는 "박원순을 찌르려고 내민 칼에 나 후보 남편이 맞은 꼴"이라고 총평했다.

병역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홍 대표의 말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장할 처지가 못 된다. 당장 안상수 전 대표는 병역미필과 관련해 "어머니가 문자 해독이 불가능해서 (입영통지서를) 전달할 수 없었다"고 말해 '행불상수'로 불린다. 잊혀졌던 '행불상수'라는 이름이 트위터 등에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청와대와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은 인사청문회 때마다 자신과 자식들의 병역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병역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한나라당은 '병역기피당'이라거나 '병역면제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실제, 현 정부 실세들인 이명박 대통령, 김황식 총리, 원세훈 국정원장,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병역 면제를 받았다. 당에서도 홍 대표가 14개월 이병 전역,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일병 귀휴 조치로 병역을 마쳤고, 나 후보 캠프에서도 진성호 홍보본부장이 근시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자신의 트위터(@unheim)에 "1960년대에 13살짜리 아이가 나중에 군대에서 고생할 것이 안타까워서 방위로라도 빼기 위해 부모가 제 자식을 입양보낸다? 이건 뭐 거의 초현실주의 예술적 개그"라며 "자식 태어나자마자 아파트 10채씩 만들어주는 한나라스러운 부모들이라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꼬집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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