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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교실 사회·과학시간 .. 학생 대부분 자거나 딴짓

윤석만 입력 2011. 10. 25. 03:01 수정 2011. 10. 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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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개편 후 달라진 학교 풍경

[중앙일보 윤석만]

24일 서울 강남의 일반계 A고 1학년 사회 시간. 30여 명의 학생 중 절반가량이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수업에 열중인 학생은 7~8명에 불과했다. 창가에 앉은 한 학생은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맨 뒷줄의 또 다른 학생은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봤다. 이 학교 1학년 김모(17)군은 "어차피 수능 시험에 나오는 과목도 아닌데 들어서 뭐하겠느냐"며 "선생님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와 과학 등 탐구 영역의 수업 시간이 잠을 자거나 딴청을 부리는 시간으로 전락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탐구 영역 선택 과목 수가 3개(인문계는 사회 11과목 중, 자연계는 과학 8과목 중 선택)로 줄어든 데다 올해 고1이 치르는 2014학년도 수능부터는 2개로 더욱 줄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고1부터 적용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수업 시간 편성에 대한 개별 학교의 자율성이 커져 입시 비중이 작은 사회·과학은 편성 시간 자체가 줄었다.

 서울 강북의 일반계 B고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자는 학생이 태반이었고 수업은 경제 시간인데 다른 과목 참고서를 꺼내 놓은 학생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일부 학생은 아예 학원에서 숙제로 내준 국어나 수학 등 문제집을 펴놓고 있었다. 이 학교의 한 사회 담당 교사는 "경영학과를 간다면서 경제 수업은 안 듣고 쉬운 다른 사회 과목을 선택해 수능을 보겠다는 학생들도 있다" 고 말했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전북 전주의 일반계 C고 2학년 사회 담당 김모 교사는 현재 사회문화와 경제 두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한 과목만 가르치게 된다. 올해 입학한 1학년생들은 두 과목 중 한 과목만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앞줄에 앉은 5~6명의 학생만 수업을 듣고 나머지는 딴짓을 해도 뭐라 할 수 없다"며 "어떨 때는 벽 보고 수업하는 기분이 들어 무기력하다"고 토로했다. 김 교사는 또 "방과후 수업의 70%가 국·영·수고, 심화 학습은 100%"라며 "1, 2학년 때 3학년 내용을 먼저 배우고 3학년 때는 문제풀이에 집중해 정부가 국·영·수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국·영·수 쏠림 현상은 교육과정 편성권이 50%(일반고 20%)인 자율형사립고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하늘교육이 52개 서울시내 고교(자율고와 일반고 절반씩) 1학년 수업시간표를 분석한 결과 자율고는 매주 평균 16.7시간(1시간 수업은 50분)을 국·영·수에 할애했다. 반면 일반고는 평균 12.2시간이었다. 신성호(고대부속고) 전국사회교사모임 부회장은 "너무 세분화된 탐구 과목들을 차라리 사회나 과학 등 하나로 묶어 기초적인 내용들을 두루두루 배우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 sa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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