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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이 사람] "四柱命理를 학문적으로 연구해야죠"

박원수 기자 입력 2011. 11. 14. 03:22 수정 2011. 11. 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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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태 서라벌대 풍수명리과 교수

"인간이 자신의 앞일을 내다 보고자 하는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일합니다. 그런 수단 중의 하나가 바로 명리학(命理學) 또는 사주명리학(四柱命理學)입니다."

김만태(金萬泰· 사진) 서라벌대 풍수명리과 교수는 국내에서 정색하고 사주명리를 주제로 해서 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으로서는 사실상 최초다. 지금도 학교에서 사주명리를 강의하고 있는 학자다.

김 교수는 최근 '한국사주명리 연구'라는 책자를 펴냈다. 이 책은 한국의 사주명리에 대한 본격적인 담론서다.

사주명리는 인간이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의 사주(四柱)에 근거해 사람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사주에 음양(陰陽)과 오행(五行), 간지(干支) 등을 배합해 그 사람의 부귀와 성공여부, 길흉 등을 판단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사주명리의 연구 배경과 목적, 사주명리의 연구사적 맥락, 한국 사주명리의 전승 양상, 사주명리의 본체로서 원리, 한국 사주명리의 활용 양상, 한국 사주명리의 인식체계 등으로 구분해서 전개하고 있다. 한국 사주명리의 총체적 면모를 담은 셈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 점복(占卜)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주팔자는 한국인의 기층사상 체계를 이루며 한국인의 언어와 삶속에서 면면히 작용하고 있다. '육갑을 떨다, 망신살이 뻗치다, 역마살이 끼다, 팔자가 피다' 등이 바로 그러한 예들이라는 것.

중국 주(周) 나라 때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사주명리학은 당(唐)나라 이후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체계화 됐으며, 한국에는 고려시대부터 유입돼 활용돼 왔다고 책은 전한다. 그후 사주명리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사회의 근저에서 면면히 이어지고 주요 기층문화 체계 중의 하나로 작용돼 왔다는 것.

김 교수는 "사주명리가 미신과 학문의 경계선상에 있다"며 "그래서 이 사주명리학이 얼마나 근거가 있고 과학적인지를 체계화된 연구를 통해 제도권 내에서 밝혀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의 발간도 그러한 차원에서 시도된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

사주명리학의 연구자인 김 교수는 그의 표현대로라면 '굴곡진 인생을 살아오면서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실낱같은 별빛을 잡는 심정으로 사주명리를 계속 공부하게 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다.

그는 인하대에서 항공공학과를 전공한 엔지니어였다. 그러나 첫 직장은 대구시교육청 공무원. 그러다 다시 국방정보본부에 시험을 쳐서 들어가 만 4년 근무했다.

"조직 속에 틀에 박힌 공무원 생활이 그다지 흥미가 없었나 봐요. 다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95년도에 따놓은 산업디자인 기사 1급 자격증을 바탕으로 디자인 일을 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공부해온 사주명리를 바탕으로 역학(易學)과 디자인을 결합한 디자인을 시도했으나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결국 2년 만에 쓴맛을 보고 이 일도 그만두었다.

사업가적인 기질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2002년 사주명리학을 제대로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고 원광대 동양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지도 교수인 양은용 교수는 "상당히 학자적인 재능이 있는데 5년만 더 일찍 들어왔더라면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워 하기도 했다. 다시 우여곡절 끝에 안동대 대학원에서 민속학으로 박사학위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사주명리학을 공부한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경계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럴수록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죽자사자 공부했습니다."

박사과정 동안에는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 학술논문 13편을 게재하는 성과를 보였다. 박사과정 중에 있는 학생이 1편도 하기 어려운 일인데 무려 13편이나 쓴 것. 학술대회에도 7번 나갔다. 마침내 지난해 8월 사주명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사주명리를 공부하고 보니까 신뢰할 수밖에 없고 또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려주고 앞길을 인도하는 것이 학문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주를 잘 보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을 존경하지는 않는 것이 우리의 풍토"라고 아쉬워 한다.

한편 그에게 사주를 보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만 "한번 봐주기 시작하면 다 봐줘야 하기 때문에 정말로 급한 사람만 봐준다"고 했다. 반응은 "도움이 되고 용기가 난다"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사주명리가 갈등상황에서 그 갈등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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