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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된 뒤 음식점·도소매업 창업.. 50代 자영업 사상 최대, 그래서 슬프다

김태근 기자 입력 2011. 11. 18. 03:08 수정 2011. 11. 1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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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직장에서 퇴직한 이수현씨(54·가명)는 올해 4월 수도권 신도시의 아파트 상가에 33㎡ 규모의 커피전문점을 냈다. 중견기업에서 인사 업무를 맡았던 그는 소일거리를 겸해 퇴직금 굴릴 곳을 찾다가 "아파트 상가 커피숍이 장사가 잘된다. 아줌마 단골들을 잡으면 대박"이라는 친구의 말에 솔깃했다. 이씨는 퇴직금 2억원에다, 집을 담보로 5000만원을 대출받아 가게에 투자했다. 처음 두 달은 순항했지만, 주변에 다른 커피전문점들이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아파트는 2000가구 정도인데, 현재 아파트 주변 상가엔 커피전문점만 15곳이 넘는다. 이씨는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 월급 주기도 어려워, 권리금도 받지 않는 조건에 가게를 내놓은 상태다.

막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생계를 위한 자영업 창업에 나서면서, 올해 4월 이후 50세 이상 자영업자 숫자가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10월에는 310만3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그래픽 참조).

◇도로 늘어나는 자영업자 수

50세 이상 고령자의 창업이 늘어나면서 한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전체 자영업자 숫자도 도로 늘어났다. 2007년 604만9000명이던 자영업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10년에는 559만2000명까지 줄었다가, 올 들어 10월 말까지 573만1000명으로 다시 늘었다.

최근 늘어난 50세 이상의 자영업자는 주로 도소매업, 운수업, 숙박ㆍ음식점업종에 쏠려 있다. 음식점이나 숙박업소를 창업한 50대는 올 8월에 작년 동기 대비 2000명, 9월에는 4000명, 10월에는 6000명 늘었다. 도·소매업에서 50대 창업도 올 4월부터 전년 대비 3만~4만명가량 증가했다. 이들 업종에서는 60세 이상 창업자도 올 하반기 들어 한 달에 1만명 이상씩 늘고 있다.

문제는 50세 이후 고령 창업의 성공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50세 이상 창업자의 상당수는 체계적인 준비 없이 특정 업종에 몰렸다가 낭패를 보고 폐업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KB금융 경영연구소가 작성한 '커피전문점 시장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커피전문점 시장은 2조8000억원 규모로, 5년 전인 2006년에 비해 2배 넘게 커졌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2배 커지는 동안 전국의 커피전문점 숫자는 1500여개(2006년 말)에서 9400개(2010년 말)로 6배 늘었다. 그만큼 과잉·출혈 경쟁이 일어나면서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영세업체가 전체의 90%

통계청의 2009년 전국 사업체 조사를 보면, 일반인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도·소매업, 운수업, 음식·숙박업체 가운데 4인 이하 영세업체 비중이 90%에 달한다. 영세사업자 비중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기 힘들다는 의미도 된다. 고령자의 생계형 창업이 이런 상황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대해 랜달 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담당 국장은 "한국의 서비스 산업이 '은퇴 후 세대의 땡처리장(dumping ground)'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한국은 총생산에서 자영업 비중이 25.8%(2008년 현재)에 달해, 미국(5.8%), 일본(9.8%)보다 비정상적으로 높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좀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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