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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로 어떤 피해오는지 아무도 설명안해 답답"

입력 2011. 11. 20. 20:30 수정 2011. 11. 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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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농사 지으려 빚 지고 아이 대학가면 또 빚

"당장 죽겠는데 FTA는 먼나라 이야기 빚 독촉이나 줄었으면"

농촌에 보조금 줘도 대부분 시설지원비 "기업들만 이익" 지적

"주위에서 에프티에이 이야기 안한다. 당장 죽겠는데…. (에프티에이는) 먼나라 이야기다" - 김기수(49)"칠레 에프티에이 때도 싸워봤는데, 소용없었다. 농촌은 이미 노인들의 극빈층 마을이다." - 다른 김기수(50)"농사 지어 돈 벌겠다는 사람 없다. 농협 빚 독촉 덜 받았으면…. 그런 게 소망이다." - 김상준(46)

19일 오후 경북 의성군 옥산면의 의성농민회 사무실. 둘러 앉은 농민들 사이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화제로 떠오르자, 분노와 체념이 뒤섞인 대화가 이어졌다.

김기수(49)씨는 10년 전 다니던 자동차회사를 그만두고 귀농했다. 부모님 땅을 물려받아 4천평 사과농사를 짓는 김씨의 가장 큰 걱정은 대학 등록금이다.

"도시에서 먹고살기 힘드니까 고향으로 들어왔는데, 시골생활도 팍팍하네요. 큰 아들은 대학 1학년 마치고, 호프집 고기집 닥치는대로 아르바이트 하다가 올 9월에 군대 갔어요. 학교 다닐때도 방학 때와 주말에 일해서 학비 절반을 자신이 벌었어요. 작은 놈은 고3인데, 대학 갈 생각하면 벌써 머리가 아파요. 시골 아이들은 돈이 없으니까 공부에 전념못하고 그러니까 장학금을 못받고, 악순환의 희생자지요." 김씨는 한때 보험설계사를 겸업하다가 포기했다. 농사까지 엉망이 되더라는 것이다.

자식 없이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김기수(50)씨는 억대 빚을 안고 있었다. 김씨는 "물려받은 땅이 없으니까 농지은행에서 땅 빌리고, 화물차와 농약차 1대씩 사니까, 금세 빚이 1억2천만원으로 늘어났다"면서 "마을 사람들 다 그정도 빚을 평생 지고 산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골에서는 돈놀이하는 농협만 잘 산다"면서 "벼, 콩, 마늘, 고추,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농사가 없다"고 말했다.

김상준씨는 5천평 사과밭과 논 800평 농사를 짓고 있다. 김씨는 그나마 부채관리를 잘해서 빚이 7천만원 정도에 그친다고 했다. "순소득이 연 2500만원 정도인데, 지금까지 저금 한푼 못해보고 빠듯하게 살았어요. 돈 벌겠다는 생각은 없고, 그저 올해는 빚 조금 줄여보자, 그렇게 결심하면서 삽니다. 그런데 의료보험료가 한달에 6만4천원씩이나 나와요. 그거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지지요." 김씨는 "자식이 고2, 중3인데, 그 녀석들이 대학 가면 또 빚이 늘어나겠지요" 하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농민들 사이에는 한·미 에프티에이의 자세한 내용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데 대한 답답함과 불만이 높았다. 농민들은 "품목별로 나한테 어떤 피해가 오는지, 군에서도 의원들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딴 나라 이야기 같기도 하다"고 막막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농협에 대해서는 "절대 농민 편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농민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상준씨는 "에프티에이로 농업을 포기하는 대신 돈을 버는 기업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농어촌부흥세를 걷든지, 정치권에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농촌에 보조금이 많이 갔다지만 대부분 시설 지원이어서 농가에 직접 귀속되지 않았다"면서 "결국 많은 돈이 시설을 만드는 기업들에게 흘러가고, 그 과정에서 악용의 소지가 많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가 소득이 2005년에 도시 근로자의 88% 수준에서 2009년 75%로 떨어지는등, 농가의 수익구조가 다발적인 에프티에이 개방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돼왔다"고 분석했다. 최근 억대농부가 2만6천명이나 생겼다는 소식은 농촌 양극화의 일그러진 초상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의성/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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