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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10주년]출발은 세계 모범.. 지금은 할 말 못하는 기관

김향미·배문규 기자 입력 2011. 11. 21. 00:00 수정 2011. 11. 2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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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년 연령차별 개선 등 성과.. 권고 수용률은 3분의 1토막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로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지난 10년 동안 인권위는 연령차별 개선, 장애인 간접차별 폐지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현병철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주요 사건에 침묵해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8~19일 열린 '인권위 설립 10주년 대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인권위가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인권위 10년이 남긴 성과

인권위는 2004년 정치관계법 개정안과 관련해 "선거권 부여 연령을 현행과 같이 20세로 유지하는 것에서는 우리 사회의 발전 정도와 국민 의식 등을 고려해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표명을 했다. 이후 선거권 연령은 19세로 낮아졌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오는 25일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인권위는 10년간 약자·소수자들의 차별을 구제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권에 부담 되는 사안에 입장 표명을 꺼리는 등 활동이 위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1가 인권위 건물.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인권위는 2008년 '미네르바 사건'으로 헌법소원이 청구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에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선고하기 전 전향적 의견을 제출했다. 인권위는 "해당 조항의 위헌성 심사를 할 때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과 인터넷 공간의 특성, 본 규정이 초래하는 위축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헌재는 지난해 이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지난달에는 인권위가 "채용시험에서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동일한 외국어능력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간접차별"이라고 권고했다. 국내에서 간접차별을 인정한 첫 사례였다.

이처럼 인권위는 지난 10년간 호주제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 사형제 폐지, 전·의경제도 폐지 등의 의견을 표명하거나 권고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마련과 공무원 채용 시 연령차별 개선을 권고하는 등 굵직한 인권 의제를 화두로 던졌다.

지난 10년간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건수는 5만1307건, 상담은 10만5136건, 민원·안내는 17만4669건이었다. 정부 기관을 겨냥한 정책 권고는 260건이었다. 그러나 설립 초기 80~90%에 이르던 권고 수용률은 2007년 56%, 2008년 47%, 2009년 14%로 떨어졌고 2011년 현재는 30% 수준이다.

■ 독립성 확보가 관건

2009년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는 「PD수첩」 제작진 수사, 용산참사, 박원순 변호사 명예훼손 소송, 민간인 불법사찰 등 정부에 부담이 되는 사안에 제대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말엔 현 위원장의 인권위 운영에 항의해 상임위원·전문위원들이 잇따라 사퇴했고, 올해 에는 계약직 조사관 해고에 반발해 1인시위를 벌인 직원들을 징계했다.

지난 18~19일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인권위의 권고와 구제정책이 실정법에 국한돼 있다"고 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채증을 두고 인권위는 '동의를 얻어라'는 식의 권고를 내렸다"며 "이는 이미 실정법에도 보장한 권리로, 채증이 초상권·자기결정권 침해인지 여부도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사퇴한 유남영 전 인권위 상임위원은 "인권위 조직의 축소 및 그 이후의 모습은 현 정권이 인권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허용하지 않는 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권력 행사에도 개입할 수 있는 '인권법' 입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위 창립멤버였던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전 인권위 정책과장)은 "최근 인권위의 현실이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독립성 문제는 그 이전 정권부터 제기돼왔다"며 "인권위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인 만큼, 인권위는 전문성과 인권 감수성을 지닌 사람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의 명숙 활동가는 "인권위와 시민사회단체 간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고, 박래군 '인권연대 사람' 활동가는 "우리 사회에 인권 의제를 확산시키려면 인권단체들이 함께 계속적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비정규직 문제 해결 나설까

인권위는 올해 말까지 5년 단위로 집행하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데 기반이 되는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인권위는 2기 기본계획 권고안 마련을 위한 용역보고서를 지난 11일 공개했다. 인권위의 2기 권고안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 요구를 더 강화할지다.

용역을 맡은 인하대 산학협력단 연구진은 "지난 1기 권고안에서 인권위가 '비정규직 고용 남발 방지' 권고를 했음에도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비정규직 법과 관련해 몇 차례의 개정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핵심 쟁점에 관한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양극화 해소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2기 권고안에서는 보다 강력하게 비정규직 근로자의 인권 보장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특히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차별시정 및 고용안정 대책 수립이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내용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향미·배문규 기자 sokh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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