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민일보

[대한민국, 인구를 말하다] 실패한 유럽 이민 정책.. 극우주의자 활개 이민자 설 자리 갈수록 좁아져

입력 2011. 11. 21. 18:07 수정 2011. 11. 21. 21:24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독일 사회는 요즘 '케밥 살인 사건'의 충격에 빠져 있다. 극우주의자 3인조가 11년간 10명을 연쇄살인한 일이 밝혀졌는데, 피해자 가운데 8명이 터키인이었다. 케밥은 터키의 전통 음식이다. 케밥 살인 사건은 유럽 이민 정책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패한 이민 정책=유럽 각국은 이미 이민자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독일인 5명 중 1명은 이민 가정 출신이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태어난 8명 가운데 1명은 이민자의 후손이다.

유럽에서 이민자가 늘기 시작한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그러다가 1985년 나라 간 통행 제약을 없앤 쉥겐 조약이 체결된 이후 유럽의 이민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나라마다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고, 이민자들은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이민자들은 여전히 '섬'처럼 유럽 사회에 머물러 있다. 각국 문화에 융화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프랑스에서 발간된 한 보고서는 "2005년 이민자 폭동 이후 무슬림 거주 지역에서 이들의 정체성은 더욱 강화됐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폭동 이후 이민자 축소 정책을 추진해 왔다.

최근 유럽에 닥친 재정위기는 이민자가 설 자리를 더욱 좁히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기획기사에서 "유럽의 경기침체로 가장 먼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대상은 단순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이민자들"이라고 지적했다.

◇노력하지 않는 유럽=유럽 각국 지도자는 이미 이민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10월 "다문화사회 건설 시도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이민자의 정체성을 너무 걱정한 나머지 우리의 정체성을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패를 인정한 뒤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각국 정치권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은 유권자들이 친(親)이민 정책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최근 우파 성향의 정당이 잇따라 정권을 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민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같은 일에 나서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유럽은 지난 7월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의 의미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범인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문제의 해법이 무엇인지 등에 관한 논의가 폭넓게 일 법도 한데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이민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최근 불법이주자 유입을 막겠다며 터키와의 국경에 해자(垓子)를 설치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