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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엘리트 남편 현관문 닫는 순간 왜 폭군되나?

조현아 입력 2011. 11. 28. 06:01 수정 2011. 11.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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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밖에선 엘리트로 알려진 남편이지만 현관문을 닫고 들어온 순간부터 폭군이 돼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하소연이다. 사회에서는 능력을 인정받고 도덕적으로도 흠이 없어 보이는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주먹을 휘두르고 욕설을 퍼붓는 등 태도가 돌변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의사나 교수 등 소위 '전문직 엘리트 집단'에 속하는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주부들은 가정폭력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봐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냉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남편이 의사인 A(32·여)씨는 결혼 이후 수년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오다 최근에서야 이혼절차를 마무리했다.

지난 2008년 4월 A씨는 남편 B(39)씨로부터 머리채를 붙잡히고 방바닥에 머리를 찧는 등 전치 2주 상당의 폭행을 당했다. 밤 늦게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무슨 일 있었느냐"고 물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남편의 폭행은 계속됐다. 지난해 7월 A씨가 남편과 함께 간 일본 북해도의 한 골프장에서 카트를 타고 가다 "엉덩이가 아프니 좀 천천히 몰아달라"고 부탁하자 남편이 "차라리 떨어져 죽으라"며 카트의 핸들을 급하게 꺾어 버린 것.

결국 이들 부부는 파경을 맞게 됐다. A씨는 남편을 경찰에 고소했고 B씨는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전문가들은 남편이 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원인을 우리 사회에 가부장적인 권위주의가 만연해 있는 데에서 찾는다.

한국여성의전화 김홍미리 활동가는 "가부장적 문화가 강하다 보니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할 수록 쉽게 가정폭력이 일어난다"며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집에 가장 만만한 사람에게 욕을 하거나 구타, 살인을 저지르는 등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을 단순히 '집안일' 쯤으로 여기는 사회 풍토도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 조차도 사적인 부부 싸움으로 치부해 버리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밖으로 알려져 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가정폭력을 계속 방치하면 자녀들에게 대물림되는 과정으로 이어져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희망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의 활동가는 "전문직 종사자인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상담을 요청하는 건수가 10건 중 1건"이라며 "그러나 이들이 남편을 고소고발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해 문제를 덮어두는 여성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전국 3800여가구를 상대로 조사한 '전국 가정폭력 실태' 결과에 따르면 가정폭력 가운데 부부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의 62.7%는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29.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집안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26.1%)', '배우자를 신고할 수 없어서(14.1%)', '자녀 때문에(10.9%)' 등의 순이었다.

김 활동가는 "체면을 중시하는 분위기 탓에 외부에 폭력사실을 알리기 꺼려하는 여성들이 많다"며 "폭력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할 '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상담하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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