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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지상파 싸움, 결국 시청자 피해 현실화

김병규 입력 2011. 11. 28. 19:17 수정 2011. 11. 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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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만 가구 'HD→SD' 시청 피해

"시청자 볼모로 이익추구" 비난 봇물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재송신 대가 산정을 놓고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지상파 방송사가 벌인 싸움이 결국 시청자 피해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SO들은 28일 오후 2시부터 SBS·MBC·KBS2 등 지상파 3개 채널에 디지털 신호(8VSB)의 송출을 중단했고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 770만 가구는 지상파 방송을 고화질(HD)이 아닌 표준화질(SD)급으로 시청하고 있다.

유료 방송에서 HD급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대가산정 갈등으로 수도권 48만 가구에 대한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SBS HD 방송 재전송이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상 채널이 지상파 세 곳인데다 피해 가구의 수도 전국의 770만 가구에 달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돈은 돈대로 내고…시청권 침해 누가 책임지나" = HD 방송 중단 소식에 시청자들은 거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상파 TV 수신 자체를 못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HD 화질을 경험해본 시청자들은 SD급 화질 방송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박소정(26)씨는 "SD가 아닌 HD를 보고 싶어서 일부러 TV도 HD급으로 바꾸고 비싼 디지털 케이블 TV 요금을 내고 있다"며 "지상파와 케이블에 각각 수신료를 내면서도 결국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청권을 침해당해야 한다는 것이 기분 나쁘고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사이의 갈등이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매번 반복되고 있는 것도 시청자들이 제기하는 불만의 내용이다.

주부 황재은(35)씨는 "방송사들이 툭하면 'TV를 끊는다'고 협박을 하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TV를 끊지 않아도 논란 자체로 상당한 피로감이 느껴진다"며 "시청권이 지켜지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간사는 "방송사들이 다시 시청자들을 볼모로 실력행사를 강행했다"며 "집단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공공성 저버린 지상파·약속 저버린 케이블 = 재송신 대가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양측은 HD 케이블 방송의 중단 이후에도 서로에 대한 비방전을 그치지 않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을 통해 "케이블의 결정은 기존 가입자들을 볼모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고, SO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서는 지상파의 HD뿐 아니라 SD까지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상파와 케이블이 서로에 대한 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양측이 가장 중시해야 할 시청자와 가입자의 권익은 제쳐놓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지상파는 그동안 난시청 해소라는 의무를 등안시해왔던 것에 대한 근본적인 잘못이 있다"며 "케이블의 경우 가입비를 받는 대신 가입자에게 지상파 방송을 서비스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시청자, 가입자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이익 다툼을 벌이는 것"이라며 "시청자들의 권리가 침탈되고 있는 상황을 시청자 단체들이 그냥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방통위 '시정명령' 압박…실마리 풀릴까 = 우려하던 시청자 피해가 현실화됐지만 양측은 계속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협상은 일단 케이블측이 지상파의 커버리지 확대 등에 대한 기여분으로 요구한 송출 대가 중 일부를 지상파가 인정하면서 큰 산은 넘은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가 가입자당 요금(CPS)을 그동안 주장하던 280원 선에서 100원 안팎 낮춰주겠다고 양보했지만 여전히 가격 인하 대상을 신규 가입자로 할지 이전 가입자까지 포함시킬지를 놓고 협상 타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통위는 오는 30일 열리는 전체회의에 양측의 시청자 이익 저해행위에 따른 시정명령을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을 밝히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그동안 방통위는 최시중 위원장이 직접 나서 양측의 CEO들을 만나며 중재에 열의를 보였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방통위는 SO들의 이번 조치로 아날로그 가입자 500만 가구와 디지털 가입자 중 270만 가구 등 모두 770만 가구의 가입자가 화질 저하에 따른 불편을 겪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SBS와 스카이라이프의 분쟁으로 인한 HD방송 중단 사태에 대해서는 양측에 '서면경고' 수준의 처벌을 내려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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