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파리서 '인간 동물원' 반성 전시회

입력 2011.11.30. 16:10 수정 2011.11.3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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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식인종' 꼬리표 달고 원숭이 우리에 갇혀 구경거리됐던

1810~1958년 제국주의 '식민지 주민 전시' 역사 추적

반쯤 벌거벗은 아프리카인들은 북프랑스에 꾸며놓은 가짜 원주민 촌락에서 혐오스런 식인종을 연기하기 위해 뼈를 갉아먹는 시늉을 해야 했다. '인디언' 아이들은 물론 아시아나 남태평양에서 온 일가족이 박람회장과 동물원에서 전시됐다.

영국 <가디언>은 올 겨울 파리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전시회인 '인간 동물원: 야만인의 발명'이 29일(현지시각) 개장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인종차별 반대 운동가로 변신한 릴리앙 튀랑이 기획한 이 행사는 20세기 중반까지 대중적 오락거리로 성행했던 '인간 전시'의 역사를 600여점의 사진, 조각품, 문서기록 등을 통해 추적한다.

식민지 원주민들을 데려다가 미개인 마을을 꾸며놓거나 쇼무대에 올리고 동물원 우리에 가둬놓은 뒤 인간을 구경거리로 삼았던 역사의 연원은 콜럼버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콜럼버스가 6명의 '인디언'을 탐험의 증거로 1492년 스페인 왕실 앞에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인간 전시는 18세기 말까지 유럽 엘리트들에게 한정된 엽기 문화 체험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초부터 이는 대중적 오락거리로 등장했고, 1810년부터 1958년까지 유럽·미국·일본 등의 14억명이 3만5000여명의 식민지 원주민들을 '관람'했다.

전시 기획자인 튀랑은 "독일 함부르크 동물원에 가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원주민 조각상이 문 앞에 아직도 버젓이 놓여 있다"면서 "이 동물원이 한때 동물뿐 아니라 인간도 전시했다는 걸 드러낸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구경거리로 전락한 원주민들의 서글픈 개인사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프랑스 축구 스타 크리스티앙 카랑뵈의 증조부모는 1931년 오세아니아 지역 뉴칼레도니아로부터 자신들이 외교사절이라고 생각하고 프랑스로 건너왔지만, 파리에서 우리에 갇혀 전시됐다. 또 독일로 끌려가서는 '식인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구경거리가 됐다. 콩고의 피그미족 청년 오타 벵가는 1906년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의 원숭이 우리 속에서 관람객들의 구경거리가 됐는데, 이후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인간 전시는 1958년 벨기에의 콩고 주민 전시가 마지막이 됐다.

이번 전시는 이런 역사를 반성하고 성찰하려는 프랑스의 흐름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19세기 런던과 파리에서 야만족 여성에 대한 성적 환상을 자극하면서 '두툼한 엉덩이'로 조롱받았던 남아프리카 여성, 사르키 바트만의 일대기를 다룬 <검은 비너스>라는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이 여성은 1815년 숨졌지만, 성기와 뇌는 따로 분리된 채 200년 가까이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세계 지식인들의 요구로 2002년에서야 유해가 고향에 묻혔다. 이번 전시는 파리 케 브랑리 박물관에서 6월3일까지 열린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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