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말한다] SNS 표현의 자유 뜨거운 감자로

입력 2011. 12. 12. 19:01 수정 2011. 12. 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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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26 재보선 선거 당일, 개그맨 김제동은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올린 후 "투표율 50% 넘으면 인증샷 한 번 날리겠습니다"라는 트윗을 다시 올렸다.

 사실상 선거 독려 행위를 한 셈이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유명인의 투표 인증샷은 투표 독려 행위로 위법 소지가 있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외수, 김여진 등 많은 유명인들이 트위터에 선거 인증샷을 남기며 선관위 방침에 '저항'했다.

 선거 후 묻히는 듯 했던 이 이슈가 최근 인터넷에서 다시 뜨거워졌다. 김제동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 당해 검찰 수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공지영, 진중권 등 파워 트위터 사용자들이 일제히 김제동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에 김제동을 고발한 시민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 "앞으로도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사안인만큼 한번쯤 해명이 필요한 문제라 생각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고자 한 것"이라며 "김제동씨의 행위가 문제 없는 행위로 밝혀진다면 선거법이 더 엄격하게 개정되지 않는 한 앞으로는 그와 유사한 행위로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선례로 남는 것이고, 누구나 자유롭게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페이스북에 현직 판사가 FTA를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최은배 판사는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이날을 잊지 않겠다"고 포스팅했다. '현직 판사가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과 '판사도 개인으로서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옹호론이 날카롭게 대립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자기 생각을 올린다'는 것의 의미를 묻게 하는 사건들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SNS 확산과 함께 다시 거세지고 있다. SNS와 스마트폰이 만나면서 정보의 전파 속도와 파급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인터넷 확산과 함께 빅뱅을 일으킨 정보의 파급력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한 단계 더 확대됐다.

 잘못된 정보가 개인의 인격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큰 반면, 한쪽에선 인격권 보호를 위한 조치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걱정한다. 총선·대선 등 대형 정치 일정이 임박했고, 정치적·이념적 세력 간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SNS와 표현의 자유, 인격권=가장 예민한 부분은 역시 정치적 표현의 문제다. 최근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이 발의한 망중립성 관련 법안이 'SNS 차단 법안'으로 오해돼 여론의 비난을 받고 폐기된 사례처럼, SNS 관련 논의는 곧바로 맹렬한 정치적 이슈로 점화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최은배 판사의 페이스북 발언 이후 다른 판사들이 잇달아 FTA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판사들이 FTA 관련 집단 발언을 할 움직임도 나타났다. SNS에서의 표현 수위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SNS를 대안적 공론의 장으로 높이 평가하는 의견과 비합리적인 '괴담' 수준의 음모론이 활개치는 곳으로 보는 인식이 충돌하는 사회 분위기도 SNS에 대한 논의를 어렵게 한다. 트위터 등에 널리 퍼진 FTA 반대론과 이를 보는 인식은 폭을 좁힐 수 없을만큼 확연히 다르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과 그로 인한 커뮤니케이션의 변화가 일어났는데, 기술에 비해 문화나 정책 지체가 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방송인 A씨 동영상 유포 사건은 SNS의 인격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해외 블로그 사이트에 처음 올라온 이 영상은 트위터 리트윗을 타고 널리 퍼졌다. 파급력이 강한 SNS에서 인격권 침해 정보가 확산될 때 대응 방안이 관건이다.

 ◇방심위 SNS·앱 심의 기구 논란=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직제를 개편, SNS와 애플리케이션 심의 전담 조직을 신설해 논란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 가입자 및 SNS 사용자 증가와 함께 불법 유해 정보와 앱이 급증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방심위의 설명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법에 규정된 불법 정보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 정보통신사업자에게 해당 정보의 취급 거부나 정지, 제한 등을 명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SNS나 앱에 대한 심의가 현행법의 범위를 벗어난다 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는 블로그나 언론사 웹사이트와 달리 문제가 되는 글 하나만을 삭제하기 힘들다. 전체 계정을 차단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 규제 의도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외 사이트는 제재가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지고, 국내 서비스에 대한 역차별만 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엄열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윤리팀장은 "SNS는 사적 공간뿐 아니라 공적 공간의 성격도 있다는 점에서 방심위가 기존 인터넷 게시물과 같이 심의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보다는 법적 규제는 최소화하며 현행법 내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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