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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산 건 명품이지 통닭은 아니었다"

이재웅 입력 2011. 12. 30. 05:03 수정 2011. 12. 3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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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노믹스 4년 긴급점검 ⑤] 철학없는 경제공약..'작은 정부'내걸고 예산은 90조 증액

[CBS 이재웅 기자]

747과 줄푸세 공약 등을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에 대해 한 경제학자는 '철학이 없는 정부'라는 가혹한 성적표를 매겼다. 그는 성장의 논리적 배경인 트리클다운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부자들이 산 것은 명품이지 중소 자영업자들이 파는 통닭은 아니었다. 아무리 대기업을 키우고 감세를 해줘도 서민들은 좋아지지 않았던 것이고 그걸 어느 시점에 정부도 깨달았다."

이런 비판은 MB의 공약이 서로 모순되거나,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747은 뜨지 못했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29일 "전제가 터무니없었다"고 일침을 놓았다. 저환율과 감세를 통해 대기업이 성장하면 소비가 늘어 서민들도 혜택을 본다는 일명 '트리클 다운'이론은 파이를 키우면 부자와 서민이 모두 잘 살게 된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그런데 오히려 소득 양극화의 골을 깊게 하고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감세 정책은 이제와선 여야 할 것 없이 '부자증세 논쟁'이 벌어질 정도로 밀려났다. 법인세 감면과 고환율 정책은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사실상 엄청난 보조금을 받은 셈인데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로 나타났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성장률 기여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성장마저 크게 후퇴하자 일자리 300만 개 공약도 쪼그라들었다. 임기내 3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매년 60만명꼴로 취업자가 늘어야 하는데 신규 일자리는 2010년 32만명, 올해 40만명이었다가 내년엔 28만명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거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작은 정부' 기조 어디갔나…MB정부 예산 5년새 90조 증액

'작은 정부' 공약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위약'이 된 셈이다. 경제 매커니즘의 상당부분을 시장에 맡긴다는 '작은 정부'는 대표적인 보수주의 경제정책인데,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정부의 기능은 절대 줄지 않으면서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예산을 보자.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공약집 '일류국가 희망공동체'를 보면 이렇게 적혀 있다. "비효율적으로 낭비됐던 예산을 10% 절감하고 2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교육과 복지에 쓰겠습니다. 300조원에 육박한 국가채무도 균형재정의 실천으로 반드시 건전성을 다시 회복하겠습니다." 4년 뒤인 지금, '작은 정부'는 어디에도 없었다. 참여정부 마지막해인 지난 2007년 237조원이었던 예산은 5년 뒤인 내년에 325조원으로 무려 90조원 가량 불어났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재정수지 적자는 71조8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정지출은 확대됐다.

대표적인 票퓰리즘 '지역개발공약'

MB의 지역개발공약은 갈등을 유발했다. 동남권 신공항이 대표적이다. 공약을 내놓던 대선 당시 동남권은 가덕도인지, 밀양인지 요즘 말로 애매했다. 결국 양쪽 표를 다 얻자는 계산이 깔려있을 법 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부산 신공항 논의는 포화상태인 김해공항의 확장 필요성 때문에 일찌감치 제기됐는데, 김해공항 확장 보다는 신공항을 추진해야 국책사업으로 선정돼 국고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여기에 밀양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지역갈등이 증폭됐다"고 설명했다. 애초부터 공약이 표를 얻기 위해 애매하게 던져졌고, 후보지 선정 작업까지 지연되면서 갈등이 커졌다는 얘기다.

시민단체의 조사를 보면, 국회의원 공약 가운데 가장 잘 안지켜지는 공약은 서울,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뉴타운 공약이고 지방은 국책사업 공약이라고 한다. 모두 표를 의식한 지역개발 공약이지만 이해 당사자의 재산권과 관계된 문제라 사업성사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매니페스토 선거로 정치적 책임 물려야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잘못된 공약을 밀어부치는 것도, 또 빛좋은 공약을 내걸고 지키지 않는 것도 모두 국익에 반하는 일이다. 그래서 사전 검증과 사후 검증이 중요하다.

지난 대선 당시 747 공약은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조차 '성립 불가능'이라는 의견을 낼 정도로 논란이 많았다.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 이현출 팀장(정당학회장)은 "지난 대선은 BBK 등 주요 쟁점에 묻혀 정책에 대한 사전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후보가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던지고 약속한 것은 이행계획을 철저히 세워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정치가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 남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후검증과 정치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공약을 악세서리나 선물 쯤으로 치부하는 정치관행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정치인 스스로 공약 이행 정보를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특히 대통령 공약 관리에 대해서는 법령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대선 공약을 만들 때는 후보 캠프와 당의 공약을 결합하고 유권자들이 허위.과장 공약에 낚이는 것을 막기 위해 공약의 범위와 출처를 공개하는 이른바 '공약이력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leejw@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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