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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윗으로 구속..국가에 얻어터진 '환자' 박정근

입력 2012. 01. 13. 16:10 수정 2012. 01. 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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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풍자 리트윗 102건과 작성 트윗 103건으로 구속된 박씨를 만나다"선군정치에 부정적 견해, 보면 장난이라는 것 알아…발췌해 오해"변호사 "왜 트윗을 했느냐에 답하는 상황 자체가 표현 자유 침해"일련의 수사로 이미 큰 상처…정신과 "급성 스트레스성 장애" 진단

 "나도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구속될 줄 진짜 몰랐어…."

 지난 12일 오후 2시. 수원 남부경찰서 유치장 면회실 유리문 너머로 박정근(24)씨가 부모님을 만났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떼는 박씨의 얼굴이 흙빛이었다. 두손으로 얼굴을 자주 감싸쥐어 얼굴은 곧장 벌겋게 변했다.

 "약도 다 떨어져가는데, 약 먹는 사람을 구속하고."

 박씨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씨는 급성스트레스 반응으로 정신과 치료약을 먹어왔다. 지난해 9월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그의 사진관을 압수수색한 뒤부터 먹기 시작한 약이다. 그는 구속되기 전 트위터(@seouldecadence)에서 "아무래도 요즘 먹는 약때문에 살이 급하게 찐 듯하다" "저녁 약만 3일 남았으니 아침·점심 약은 안 먹어보기로 한다" 등의 트윗을 하기도 했다.

 그의 부모는 그저 "빨리 나와야 한다", "네가 마음을 겸손하게 하고, 자신을 낮추라"고 여러 차례 박씨에게 다짐을 받았다. 박씨는 한편으로 "그래, 나가는 게 중요하지"라고 읊조리다가도 "내가 뭘 잘못한 건지, 참…"이라며 내뱉기도 했다. 스물네살, 처음 유치장에 갇힌 그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김일성은 아들이 죽었다고…웃긴 가족이었음"

 박정근씨는 서울 암사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다. 지난해 9월21일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다섯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검찰에 사건이 송치됐다. 이후 1달여 반 동안 소식이 없던 검찰은 출석 통보나 소환장 발부 대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원지방법원 영장전담 판사는 "영장청구된 범죄 사실이 소명됐고, 재범의 위험성이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소명됐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씨는 2010년 3월21일부터 올해 1월3일까지 자신의 트위터(@seouldecadence, @dprkdecadence)를 통해 북한의 인터넷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운영하고 있는 트위터의 트윗 102건을 리트윗하고, '우리민족끼리'에서 유튜브 등에 올린 혁명가 등 30여건을 트위터를 통해 유포해 국가보안법 7조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됐다. 박씨가 직접 작성했다는 트윗 103건도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이 트윗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자유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적화통일을 달성하려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가 주의·주장하는 선전 내용에 동조해 선동하고자 배포하는 것"이다.  

 그러나 박정근씨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박정근씨는 지난 11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왜 리트윗하고 왜 글을 올렸냐'는 판사의 질문에 "장난이었다"고 대답했다. 박씨는 "선군정치에 대해서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며 직접 한 트위터를 보면 장난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특정 부분만 발췌해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판사는 다시 '장난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나는지 근거를 대라'고 질문했다. 박씨의 변론을 담당하고 있는 이광철 변호사는 "박정근씨가 '왜 그런 트윗을 했느냐'라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 "풍자예술가도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

 박씨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북한 세습을 조롱하는 트윗을 하기도 했다. "어젯밤 꿈에 북한에 갔다왔다. 근데 김일성 죽기 전 북한이었는데 뜻밖에도 권력 이양 직전 김정일이 먼저 죽어버린 거다. 다들 난리가 나서 특히 김일성은 아들이 죽은 비통함에 나도 죽겠다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려는걸 내가 말렸다. 웃긴 가족이었음."

  검찰이 구속영장에서 문제삼은 박정근씨 트윗은 384건. 이는 박씨가 2010년 트위터 계정을 개설해 지금까지 해 온 7만2051건의 트윗가운데 0.5%에 불과하다. 박씨와 오랜시간 트윗을 주고받아온 친구들은 "대부분 조롱하기 위한 의미였고, 이 부분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자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수위가 조금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박씨 사건을 보도하며 "풍자예술가도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이라며 한국의 국가보안법의 구시대성을 꼬집었다.

 2010년 9월 '두리반 사태' 때부터 박씨를 알게 된 친구 강진원(32)씨는 "정근이는 사진을 좋아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며 "북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관심이 많았고 북한에 대한 관심도 그런 차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박정근에게 '왜 그런 트윗을 했냐'고 묻는 건 고흐가 해바라기를 왜 노란색으로 칠했는지를 묻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적 표현'을 하면서 왜 남들에게 설득과 이해를 구해야 하는지 반문한 셈이다.

학자들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

 학자들은 현행법상 박정근씨의 트윗 활동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기초법)는 "국가보안법이 적용되려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목적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박정근씨가 트위터에서 '우리민족끼리' 트윗을 리트윗하고 그에 대한 코멘트를 한 것이 그런 목적을 가지고 했다고 보기 어려워 범죄의 구성요건 자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송기춘 전북대 교수(헌법)도 "단체 활동가도 아니고, 개인이 트위터에서 패러디 차원에서 트윗을 한 것을 '국가를 해롭게 할 목적'이 있는 목적범으로 해석하는 것은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미국법)는 "지금 대법원 판례는 물론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7조를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조건으로 내세운 것도 '국가질서의 위협에 대한 해악을 입증하라'는 것"이라며 "박정근씨의 트위터 활동이 그런 해악을 끼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법 적용 조차 논란이 큰데, 공소가 제기되기 전인 수사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에 대한 관련자들의 참담함은 더욱 크다.

 이광철 변호인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1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담하고 처연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박정근의 영장이 발부됐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뭘까를 생각해본다. 말과 글로써 이루어진 바, 말과 글로써 대응해야지 콩밥으로 대응하는 게 그게 당신들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인가? 전쟁터에 같이 나아갔다가 동료를 잃어버리고 나만 살아 돌아온 느낌이다. 참담하고 처연하다"고 썼다.

 박경신 교수도 "국가의 종인 수사기관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형사처벌하면서 충분한 근거도 없이 구속이라는 수단을 썼다는 사실이 세계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당한 자신의 방과 사진관 가기를 꺼리더니…"

 일련의 수사로 박정근씨는 이미 큰 상처를 받았다.

 강진원씨는 인터넷 매체 <레디앙>에 지난해 11월 경찰 수사 중인 박정근씨 상태에 대해 썼다. ( '국보법 위반 혐의 박정근에 대한 중간보고' 보기)

 "(박정근은) 압수수색으로 털린 자신의 방과 사진관에 가는 것을 꺼리기 시작했다. 내 방에 눌러붙어 3일, 4일씩 술을 마시고 잠을 청하다 조사를 받는 날 수원으로 향하는 것이 일상처럼 되었다…. 10월 중순이 되자 박정근은 친구에게 조언을 얻어 정신과에 가서 진단 및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박정근 스스로는 압수수색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 생각했었지만 "급성 스트레스성 장애"가 정신과 의사의 진단명이었다. 24살, 국가보안법 위반, 이별, 급성스트레스성 장애, 불면, 우울. 이것이 박정근을 이루고 있었다.… 박정근은 국가에 의해 얻어 터진 환자였다."  

 '사적 표현'을 이유로 범죄자로 몰리고 있는 박정근씨는 그의 말대로 '국가에 의해 얻어 터진 환자'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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