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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집창촌 사라졌다더니.. 파출소옆 '은밀 영업'

이미호 이명재 기자 입력 2012. 01. 14. 20:55 수정 2012. 01. 1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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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미호 이명재 기자]'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던 서울 용산역 앞 성매매집결지(속칭 집창촌)가 여전히 '역사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서울 5대 성매매 집결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용산역 집창촌이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고 '자랑스럽게' 밝혔지만, 여전히 집결지에서는 음성적인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출소 200m 거리에서 "여자 있어요"

살을 에는 추위가 몸을 파고드는 지난 13일 오후 8시30분. 과거 성매매업소들이 즐비했던 이른바 '용산 중심가'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황폐했다. 불과 지난해 초 만해도 성매매가 이뤄지던 '홍등가'가 있던 곳.

당시 골목 양쪽에는 유리벽으로 된 업소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짙은 화장을 한 여성들이 문 밖에 나오거나 한복이나 흰색 드레스를 차려입고 호객행위를 했다.

하지만 현재는 삭막했다. 길바닥에는 수많은 담배꽁초와 음식물, 가재도구가 뒤섞여 나뒹굴었다. 각 업소 창문은 모두 깨지거나 바람에 너덜거렸다. 바람을 막던 천막은 갈가리 찢겨 있었다.

길가에 널부러진 때묻은 여성 속옷과 오래된 핸드백, 슬리퍼가 과거 성매매 업소였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었다. '중심가' 입구에는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을 암시하는 감시초소가 덩그렇게 서 있었다. 초소 곁에도 연탄재와 쓰레기더미가 범벅을 이뤘다.

↑쓰레기 더미가 쌓인 용산역 앞 성매매집결지

그래도 사람은 있었다. 빨간 락카로 '공가(公家)'라고 쓰인 담벼락 앞에서 노숙인 2명이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아직도 영업중인 성매매 업소가 있는 지 슬쩍 물었다.

노숙인들은 "몇군데는 은밀히 영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 때 '중심가'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가 앞치마를 두르고 담배를 피기 위해 가게를 나왔다.

김씨에게 성매매 영업소를 알고 있는 지 물었다. 답이 돌아왔다. 용산역 이마트 주변에 가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발걸음을 옮겼다. 이마트 앞 큰 길가에서는 호객 행위가 '자연스럽게' 시작되고 있었다. 길가에 접이식 의자를 펴놓고 서성이던 50대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한번, 두번, 세 번째 마주친 눈길. 아주머니는 다가와 입을 열었다.

"학생, 싸게 해 줄게. 따라와 봐" 그는 "이 동네에선 지금 다 없어졌고 여기 밖에 안남았어"라며 팔을 잡아 끌었다.

아주머니가 이끄는 대로 큰 길에서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판자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가건물이 보였다. 가건물 입구에는 빨간 페인트로 갈겨놓은 낙서가 있었다. 판자 위 천장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도 들렸다. 전체 건물 규모는 16.5m²(약 5평) 남짓해 보였다.

문을 열고 따라 들어갔다. 성매매 업소라는 점을 알리는 빨간색 불빛이 약하게 새어나왔다. 내부는 빨간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업주로 보이는 아주머니는 화대로 5만원을 제시했다.

머뭇거리자 그는 "5만원이 비싸면 좀더 깎아주겠다"며 "서비스도 '화끈'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귓속말로 "이제 이 동네에서는 여기 한 곳밖에 안 남았으니 고민하지 마라"며 채근했다.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업주는 보챘다. "'시간' 더 줄테니 끌지 말고 들어가자"는 업주의 말을 뒤로 하고 " 생각해보고 오겠다"고 둘러댄 뒤 빠져 나왔다.

◇인근 주민 "몇군데 영업한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 다 아는' 소식"

아주머니가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곳은 인근 용산역파출소에서 200m 떨어진 장소. 파출소에서는 용산역 일대의 정리가 잘 돼 음성·변종 성매매업소를 비롯해 집창촌 운영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고 자신했다.

파출소 관계자는 "용산역 집창촌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며 "현재 용산역 일대의 음성적이거나 변종 성매매 종사자는 아직 폐쇄되지 않은 집창촌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짜 사라졌나"는 질문에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봐야죠'"라며 한발짝 물러서며 말을 더듬었다.

주민 반응은 달랐다. '중심가' 주변에서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건물 내부를 여기저기 살펴보던 주민 김모씨(64)는 "몇 군데가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기서 오래 산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경찰도 알고 있는데 한 두군데 밖에 안되다 보니 모른 척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해 9월 용산역 인근 집창촌 27개 업소 모두가 폐업하면서 6개월간 실시된 근절 대책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3월25일 용산역 인근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단계별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4월8일 경찰서장 명의로 서한문을 발송하고, 같은달 18일에는 업주와 재개발 조합장 사이의 간담회를 여는 등 업주들의 자진 폐업을 유도했다.

경찰은 성매매 집결지 구역에 순찰함을 설치하고, 주·야간에 걸쳐 지속적인 점검을 시행했다. 용산서는 이같은 노력 등으로 폐업을 반대하던 3구역 업소 1곳도 지난해 9월8일 문을 닫으면서 용산역 집창촌은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고 설명했었다.

머니투데이 이미호 이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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