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권, 어린이도 400명 학살

입력 2012. 1. 17. 22:00 수정 2012. 1. 1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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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젖먹이 참수하고 시위 참가 소년 고문 살해…

반기문 "안보리, 시리아사태 엄중히 다뤄야"

지난해 6월 시리아 북서부 도시 지스르 앗슈구르. 한 민가에 정부군이 들이닥쳤다. '반군'(반정부 시위대)이 숨어들었다는 이유였다. 반군은 없었다. 지휘관은 겁먹은 엄마의 품에서 생후 7개월 젖먹이를 빼앗아 그 자리에서 대검으로 목을 베어버렸다. 엄마는 미처 손을 써볼 새도 없이 눈앞에서 벌어진 참극에 절규했다. 지휘관은 아기의 목을 문 옆에 걸어놓고 "반군이 제 발로 나타나지 않으면 이런 꼴을 또 당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현장에 투입됐던 시리아 제11기갑사단 소속 병사 모하메드(22)가 뒤늦게 인접국 레바논으로 탈출해 지난 15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털어놓은 증언이다. "그 순간 탈영을 결심했습니다. 우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짓을 저질렀어요. 끔찍한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갈 겁니다." 모하메드는 당시 이곳에 주둔하던 시리아 보안군이 무장저항에 나선 반군에게 병력 120여명을 잃은 직후 보복작전 차원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고 덧붙였다.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만행을 저질렀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지난 1년 새 4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상당수는 '고의적 살해'라고 밝혔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16일 보도했다.

인권단체들이 거론한 사례 중에는 지난해 5월 남부 다르아의 병원 주검안치소에서 발견된 15살 타마르의 이야기도 있다. 거리시위에 나갔다가 실종된 지 40일 만에 발견된 주검은 참혹했다. 몸에는 총알 구멍이 났고 뼈들은 부러졌다. 앞니는 모조리 뭉개졌다. 타마르와 함께 다마스쿠스의 공군방위본부에 갇혀 있었다는 시민은 타마르가 심하게 맞는 걸 봤다고 말했다. 타마르의 어머니는 "같은 인간에게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불가능하다. 짐승들도 이러진 않는다"며 '정의'가 실현되는 날을 꼭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시리아 반정부 시위 10개월 동안 300여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그 이후 피살된 어린이들이 더 늘어 4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아 국경에는 조국을 탈출하려는 난민 수천명이 몰려 있다.

레바논으로 탈출하던 중 정부군의 총에 다친 일곱살 쌍둥이 남매 모하메드와 무니라는 시리아 국경 검문소에서 정부군이 피난민들이 탄 트럭에 실탄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무니라는 '누구에게서 도망쳤느냐'는 <비비시> 방송 기자의 물음에 "정권한테서…, 아사드에게서…"라고 대답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시리아 사태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시리아 사태를) 심각하고 엄중하게 다루길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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