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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셔틀·생리대셔틀.. 학교폭력 '못된 진화'

유민환기자 입력 2012. 01. 18. 11:51 수정 2012. 01. 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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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약한 친구에 온갖 심부름.. 학생도 죄의식 못느껴

빵셔틀, 가방셔틀, 망셔틀, 담배셔틀, 휴대전화셔틀, 와이파이셔틀, 체육복셔틀, 급식셔틀, 생리대셔틀….

게임에서 나오는 '셔틀'이란 용어가 학교 현장에서 힘센 학생들이 약한 학생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며 위계질서를 과시하는 폭력의 도구가 되고 있다. 폭력 학생 사이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셔틀이 또래들 집단에 퍼지면서 학생들이 타인을 괴롭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용어가 학교와 학생 사회를 지배하면서 죄의식 없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하루빨리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른바 학교 일진들은 심부름을 시킨 학생이 다른 일진에게 빵을 뺏기면 '셔틀추락', 심부름 속도가 빠르면 '속업(속도 업그레이드)셔틀'이라고 부르는 등 게임의 용어를 차용해 괴롭힘을 희화화하기에 이른다. 종류도 만드는 대로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느끼는 죄의식이나 죄책감은 무뎌지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2009년 11월부터 2개월 동안 전국 초·중·고등학생 40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55%가 빵셔틀을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언어학자들은 상황의 심각성에 비춰 셔틀이란 용어의 '죄의식 없는 폭력성'을 경계하고 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정복(국어국문학) 대구대 교수는 "셔틀이라는 용어 속에는 게임 유닛을 조정하는 것처럼 현실 친구를 다루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며 "청소년들은 게임 유닛에 지시를 내리는 것처럼 친구에게 무엇을 시키는 행동을 가볍게 여기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죄책감, 죄의식 등 마음의 부담을 덜어 낸다"고 말했다.

김하수(국어국문학) 연세대 교수도 "사람들은 누구나 언어를 통해 정당화를 위한 요소를 찾아내고 결핍을 메우려 하는데 가해 학생들은 셔틀이라는 용어로 자신의 무거운 행동을 가볍게 만들고 있다"며 "이런 정당화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민환기자 yoogiza@munhwa.com

◆셔틀 = PC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병력수송선에서 유래. 학교 내에서 힘센 학생들이 힘이 약한 학생들에게 빵이나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행위를 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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