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이 앱 회사 차렸다, 모두 중학생이다

정선언 2012. 1. 1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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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서울 삼성동에 '플라즈마디벨롭먼트' 창업

17일 서울 삼성동 오션센터. 지난주 출시한 자동응답 앱의 오류를 잡기 위한 '마라톤 회의'를 마친 플라즈마디벨롭먼트 직원들이 어깨를 맞댔다. 자동응답 앱은 수업 중 걸려 오는 전화 문제를 해결해 준다. 앞줄 왼쪽부터 이한규·박기한군, 박현주양, 김효준군. 뒷줄 왼쪽부터 조채연·노세호·최규환군.

17일 서울 삼성동의 오션센터 회의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회사인 플라즈마디벨롭먼트 직원들이 지난주 출시한 앱에서 발견된 오류를 놓고 한창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작동 안 하는 원인, 찾았어! 삭제한 기능 코드가 일부 남아 있잖아."

 "해결할 수 있겠다. 근데 시간이 걸리겠어. 다른 코드랑 엉켜 있어."

 여느 회의와 다를 바 없는 분위기였다. 둘러앉은 7명이 모두 중학생이라는 것만 빼면 말이다.

 오션센터는 삼성전자가 2010년 문을 연 앱 개발자 지원센터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2~3개월씩 사무실과 각종 기기를 무료로 빌려준다. 기획서를 심사해 입주자를 선발하다 보니 20~30대 벤처기업 창업가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중학생들로 이뤄진 회사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회사 막내인 최규환(14)군은 지난해 12월 울산시 집을 떠나 홀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자취를 하며 서울 이대부중에 다닌다. 부모님을 몇 개월이나 졸라 무리한 '서울 유학'을 감행한 건 컴퓨터 공부를 하고 싶어서였다. 최군은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인디 음악을 널리 알리고 싶어 컴퓨터를 독학했다. 책과 인터넷 커뮤니티만으로는 한계를 느껴 학원에 다니려 했지만 울산에선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어 서울로 왔다"고 했다.

 홍일점인 박현주(16)양은 서울 정의여중에서 상위 3% 안에 드는 우등생이다. 인터넷도 바이러스에 오염된다는 사실이 신기해 컴퓨터 공부를 시작했다. 재능을 인정받아 교육청의 정보기술(IT) 영재교육도 이수했다. 3월엔 특성화고인 선린인터넷고에 입학한다. 박양은 "왜 인문계고로 가지 않느냐는 주변의 만류와 걱정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면서도 "프로그래머의 꿈을 이루기 위한 나의 선택"이라고 야무지게 말했다.

 회사 멤버들이 처음 만난 건 지난해 8월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앱 개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다가 아예 함께 사업을 하기로 했다. 홈페이지도 만들고 명함도 찍었지만 일할 공간이 없었다. 그때 박기한(15)군이 오션센터 얘기를 꺼냈다. 박군은 센터에서 앱 개발 강의를 들으며 불면증 완화 앱인 '퀵슬립'을 개발한 경험이 있었다. 공동작업한 앱 개발 기획서가 채택돼 10월 오션센터에 자리를 얻었다.

 플라즈마디벨롭먼트란 이름 역시 7명이 머리를 맞대고 지었다. '초고온의 플라스마 같은 열정으로, 당신이 원하는 모든 걸 개발하겠다'는 뜻이란다. 이 회사의 모든 프로젝트는 '내가 필요한 것'에서 출발한다. 자동응답 앱은 수업 중 걸려오는 전화 문제를 해결하려 만들었다. 조채연(16)군은 "옛날 휴대전화엔 있는 기능인데 스마트폰에는 없어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 또한 여느 벤처기업 못지않게 정연하다. 대표인 이한규(16)군은 "각자 장점을 고려해 역할을 분담했다. 하지만 의사 결정 구조는 철저히 수평적"이라고 말했다. 수익도 균등하게 나눈다. 1100원에 출시한 자동응답 앱은 한 번 다운로드될 때마다 세금 등을 떼고 700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를 100원씩 나눠 갖는 식이다.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으냐고요? 다른 사람들이 '플라즈마디벨롭먼트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그런 회사요." 김효준(14)군의 대답이다. 노세호(16)군은 "우린 그냥 좋아서 하는 거지 누굴 따라 하는 게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선언 기자 do@joongang.co.kr

▶정선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do_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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