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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철철 흘리는 선원을.."악마"라 불리는 한국 참치배

입력 2012.01.24. 16:50 수정 2012.01.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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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kg 팬으로 머리를 내려친 뒤 "꿰매줄 필요 없다"하거나, 바지 벗고 성희롱, 임금체불…

뉴질랜드 등지에서 주요한 문제로 떠올라…정부는 선원 사망한 불법 '해적선' 눈물겨운 비호

"한국인들은 악마 같은 새끼들이에요. 한번은 냉동고 관리자가 12kg이나 되는 스테인리스팬으로 인도네시아 선원 친구의 머리를 내려쳤어요. 그 친구 머리가 찢어져서 사방으로 피가 튀고 잡아놓은 오징어들 위로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데도 한국 관리자는 그냥 내버려두라고 하더라고요. 'Indonesian no touchy, no stitchy'라면서 인도네시아인은 꿰매줄 필요 없다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할 수 없이 제가 꿰매줬어요."

"인도네시아 친구가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인 갑판장이 친구 머리 위에 쌀 포대를 던져놓더니 계속 친구의 머리를 때렸어요. 숨이 막혀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요."

"밥을 먹고 있는데 한국인 갑판장이 바지를 벗더니 엉덩이를 드러내며 우리를 희롱했어요. 또 자신의 성기를 꺼내놓고 만지라고 강요했어요."

동남아시아 선원들의 끔찍한 증언

이 끔찍한 증언은 사조참치로 유명한 사조그룹 계열의 원양어선 오양 70호와 오양 75호에서 일했던 동남아시아 출신 선원들의 증언이다. 2010년 8월 뉴질랜드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오양 70호가 갑자기 침몰했다. 침몰 사고에서 살아남은 선원들은 오히려 전화위복이라도 된 듯이 그동안 당한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증언했다. 그리고 2011년 6월 오양 75호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 선원 32명은 노동착취와 각종 폭력, 임금 체불을 견디다 못해 이 배를 탈주해 뉴질랜드 당국에 한국 선박의 치부를 알렸다.

한국 언론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지만 이 문제는 현재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뉴질랜드 당국은 지난해 8월 한국의 원양어선 내 인권탄압과 노동착취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고, 오클랜드대학은 지난해 9월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2005년부터 각종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다 못해 한국 원양어선을 탈주한 외국인 선원들의 신고가 접수돼 있다.

사조그룹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 원양어선의 각종 사건과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10년 12월 13일 새벽 남극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인성실업의 선박 하나가 갑자기 침몰했다. 당시 배에는 한국인 8명, 중국인 8명, 인도네시아인 11명, 베트남인 11명, 필리핀인 3명, 러시아인 1명 등 42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 중 20명만 생존했다. 남극 바다를 관리하는 남극해양생물자원위원회(CCAMLR) 회원국들은 조업선 사고에서 이렇게 큰 인명 손실은 거의 처음이었기에 사고 경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제출한 사고 보고서는 단 3장에 불과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의 직접적 침몰 원인은 높은 파도와 악천후의 기상 조건으로 인한 선박 전복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외국인 선원들은 각기 다른 6개의 에이전시를 통해 한국 선박에 고용됐고, 안전 매뉴얼은 한국어로 된 것만 제공돼 긴급사태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대부분의 사망자는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출신 선원들이었다.

인성실업은 남극해에서 이빨고기와 크릴을 잡으며 꽤 많은 부를 축적한 회사인데, 각종 보존 조처를 몇 년째 위반하면서 관련 국제회의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11년에는 CCAMLR에서 정해놓은 이빨고기 조업 제한량을 무시하고 4배 가까이 남획해 불법조업선(IUU·불법illegal, 비보고Unreported, 비규제Unregulated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국제협약을 준수하지 않고 불법을 행하는 조업선을 뜻하는데, 거의 '해적선'에 가까운 의미다)에 등재될 뻔했다. 업체를 지키기 위한 한국 정부의 눈물겨운 비호로 불법 해적선 낙인은 피할 수 있었다.

한국 원양업계의 대부 동원산업도 최근 태평양에서 비도덕적 조업 행태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동원산업은 태평양에서 사조그룹과 더불어 참치 조업의 선두업체다. 그런데 2011년 11월 말 동원의 원양어선에서 일한 어느 외국인 헬기 조종사가 양심선언을 했다. 그가 하는 일은 헬기를 타고 참치떼를 찾아내 어선이 쳐놓은 그물 안으로 모는 일이었다. 그는 동원의 원양어선이 FAD(Fish Aggregation Devices)라고 불리는 집어장치를 이용해 참치를 무작위로 잡고 있다고 폭로했다.

외국 정부의 조사로 드러나는 만행

이 집어장치는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부유 장치로, 일종의 큰 통발이다. 그런데 이 집어장치는 참치 조업선이 목표로 하는 참치뿐 아니라 가오리, 새치, 돌고래, 바다거북 같은 다른 종들도 무작위로 잡는다. 가장 큰 문제는 아주 어린 물고기떼들이다. 집어장치에 걸려든 어린 물고기떼는 바로 죽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그물째 바다로 버린다. 동원 원양어선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이렇게 혼획된 물고기들의 피가 흥건하며 소리 없는 절규가 가득하다.

노동착취와 인권탄압, 국제협약 위반, 생물자원 남획과 생명 가치 경시. 한국 원양업계가 보여주는 추악한 실상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업계는 원양 어획량 기준 전세계 3위, 참치 조업량 규모 세계 2위라는 성적표만 내세우며 '원양 강국' 한국을 홍보할 뿐이다. 한국은 1957년 인도양에서 참치 시험 조업을 시작한 이후 남극 바다까지 포함해 전세계 바다에 350여 척의 원양어선을 거느리고 있다.

동원과 사조 등 선두업체 회장들의 언론 인터뷰에서는 늘 '도전과 정복'이라는 고루한 클리셰가 등장한다. 그들은 배고픈 시절 바다를 보며 꿈을 키웠고, 그래서 바다로 나아가 부를 일궜다며, 젊은이들에게 도전하라고 부추긴다. 그들의 뻔한 성공담에는 성공한 자들 특유의 패기와 자신감이 넘친다. 그들의 비전에는 지난 18세기부터 오로지 도전과 정복욕에 사로잡혀 전 지구의 바다를 누비며 신대륙의 원주민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남극 바다의 고래와 물개들을 학살하던 서구 제국주의의 논리가 그대로 살아 있다. 먼저 찾는 자가 임자이며(Finders, keepers!) 그래서 자원의 선점과 수탈을 정당화하는 제국주의 논리 그대로다. 그들에게는 자원 남획으로 황폐해가는 바다에 대한 연민과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쿼터 위반, 블랙리스트 등재 위기

원양업계의 이런 '촌스런 제국주의'는 한국 정부의 '국가와 경제의 발전'에 대한 집착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한국 정부는 1950년대부터 국가 경제 발전의 일환에서 정책적으로 원양수산업계를 지원해왔다. 원양산업발전법에는 정부가 원양업계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원양사업의 제반 비용을 일부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관계 부처(농림수산식품부)와 원양업계의 유착 관계는 매우 두텁고 끈끈하다. 정부가 사조와 동원, 인성과 같은 원양업계의 온갖 비리와 불법적 행태를 눈감아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유착 관계가 이제는 원양업계와 한국 정부에 독이 되고 있다. 정부의 비호 아래 독버섯처럼 자라난 원양업계의 잘못된 관행 탓에 현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국격'이 추락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제 해양생물자원이 남획으로 상당량 급감했기 때문에 전세계에 걸쳐 해양생물자원 보존을 위한 노력과 관심이 높다. 더 이상 과거의 관행이 용납되지 않는 현실이다. 실제 국제사회에서 한국 원양어선에 대한 불법어업 혐의 조사 건수는 2010년 4건에서 2011년 39건으로 급증했다. 대부분 조업 제한량을 넘기는 초과 어획과 조업 규칙, 각종 보존 조처 위반이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한국 어선 8척에 대해 불법어업 혐의를 조사하던 중 인성실업의 문제를 발견하고 인성실업을 30차 CCAMLR 연례회의에서 불법조업선 목록에 등재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 사조 원양어선의 외국인 노동자 학대 문제까지 겹치면서 한국 정부의 위신은 설 곳이 없다.

정부의 비호로 미래를 탕진하다

원양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언론에서 나오는 인터뷰와 달리 "바다에는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바다는 "한탕 먹고 튀는 곳"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그들의 자조적 고백 속에서 오늘날 원양 강국의 현실을 본다. 그들이 내일은 없고 오늘만 보는 이상, 약소국에서 온 가난한 외국 선원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나 미래 세대를 위한 해양자원의 '지속 가능한 관리'는 잔소리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글 / 박지현

한국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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