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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판合議 불법공개한 이정렬 판사의 '부러진 法治'

기자 입력 2012.01.26. 14:01 수정 2012.01.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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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의 합의(合議)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법원조직법 제65조 명문(明文)이다. 바로 이 법금(法禁)을 다른 사람 아닌 현직 판사가, 그것도 부장판사가 작심하고 어겨 사법부 일각 또한 법치(法治) 사각지대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18일 개봉돼 화제를 모으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로서 2007년 '석궁테러'의 발단이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교수지위 확인 등 청구사건 항소심 주심을 맡았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25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당시 민사재판부 합의의 핵심을 공개하는 글을 올리고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장판사는 김 전 교수가 소송 패소 뒤 재판장에게 석궁 테러한 형사재판 과정엔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각별히 강조하면서 앞서 민사재판부의 '원고 승소' 첫 합의부터 공개했다. 이어 판결초고를 작성하면서 1996.3.1자 재임용 거부결정 무효확인이라는 청구취지와 관련, 그날이 3·1절 법정공휴일이라는 '예상치 않았던 큰 문제'가 발견돼 "원고 승소를 다지기 위해 변론을 재개했으나 이후 당초 결론이 뒤집혔다"고 전했다. "소송수행상 잘못 때문에 패소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을 앞세워 합의를 불법 공개한 것은 김 전 교수 등의 '위선자' 비판에 대한 나름의 해명으로 비친다.

'품위, 절제'를 되풀이 역설한 대목도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18일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패러디 사진 '가카새끼 짬뽕'을 올렸던 이 부장판사이지 않은가. "사실을 밝힌다면 영화의 흥행에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한 말은 사회 제(諸)세력, 특히 비판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식(良識)마저 내팽개친 '자기 변명·변호'의 추태 연출이다. 그러고도 위법에 대한 책임을 감수하겠다고 했으니 그런 유의 '부러진 법치'가 더없이 난감하다. 알면서도 불법을 자행한 법관에 대해 양승태 사법부가 법관징계법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법원 자정(自淨)과 국민 신뢰 회복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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