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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부러진 화살'자문 송호창 변호사 "영화는 사법부의 잘못된 관행 보여주는 것"

손대선 입력 2012. 01. 31. 08:51 수정 2012. 02. 0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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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영화 '부러진 화살' 개봉 이후 사법부의 문제점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화 속에서 아집을 법의 준엄함으로 포장해 판결을 한 판사의 모습에 관객들은 분노했다. 반면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이른바 '석궁테러'의 장본인으로서 비난을 받았던 김명호 전 교수는 관객들에게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웅변하는 인물로 바뀌었다.

사실에 기초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이처럼 '부러진 화살'이 국민 정서에 신속하게 스며든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지난해 이미 '도가니 열풍'으로 홍역을 치른 사법부의 입장에서는 또 다시 억울할 만도 하겠지만 양승태 대법원장이 30일 "왜 사람들이 법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자성한 대목을 떠올려보면 사법부 자체의 문제점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뉴시스는 '부러진 화살'의 시나리오 자문을 담당했던 송호창(44) 변호사를 지난 25일 강남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영화와 사법부의 현실 등에 대해 들어봤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처장 출신인 그는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MBC 100분토론 패널로,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순전히 정지영 감독과의 교분으로 2년 전 시나리오 자문역을 덥석 맡았다는 그는 사법불신 논란을 계기로 사법부에게 뼈를 깎는 반성,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되려는 능동적 변화를 기대했다.

다음은 송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어느 정도 시나리오에 관여했나.

"처음 시나리오 초안이 나왔을 때였다. 미국가기 전이니까(그는 최근 2년 동안 미국 코넬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있었다) 2년 전이다. 그때 초안을 보고 법적 문제,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골라서 정리해줬다. 그 후에 나온 지금의 시나리오도 명예훼손 등 법적 문제를 삼을 수 있는 부분이 몇 군데 있어 조정을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자문했나.

"필름만 나온 상태에서 음향이 없는, 즉 더빙 전에 봤다. 대사처리 하는데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민사와 형사가 다른데, 민사재판에서 쓰이는 용어가 나올 때다. 피고인을 피고라고 하는 것 등을 조정했다."

-영화가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보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다큐멘터리는 아니지 않은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일 뿐이다. 100% 고증은 아니다."

-영화를 보면 정 감독이 준비를 꽤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과거 남부군 같은 묵직한 영화와는 달리 이러저런 설정으로 재미도 곁들였다.

"상업영화 아닌가. 다큐멘터리는 아니지 않은가. 상업영화니까 더 드라마틱한 상황이 필요한 것이다."

-감독들은 상업영화 찍어놓고, 사람들이 상업영화라고 말하면 싫어하지 않는가.

"내가 아는 정 감독은 그런 정도를 견딜 내공은 있다."(웃음)

-정 감독이 시나리오를 내놓을 때 기분은.

"처음 만들 때는 반대했었다.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데, 김명호 교수가 교수직 확인소송을 하고, 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 내가 민변 사무처장을 맡고 있었다. 나는 당시 이 사건이 사법부의 관행인 권위주의를 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민변이 당연히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판단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재판 내용을 아는데, 영화화 했을 때는 재미가 하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권위주의적인 공판과정을 보면 말 그대로 짜증만 날 뿐이다.(웃음) 기사나 다큐멘터리는 모르겠지만 상업영화로 되겠느냐,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받아보니까 150장인가? 꽤 두꺼웠는데 한시간만에 순식간에 읽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다. 그때 무릎을 치며 '야, 이거 영화 되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법적 검토 정도를 할까했지만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면 어떠하겠느냐'는 조언까지 하게 됐다."

-영화에서는 민변에서도 거리를 두는 것으로 나와 결국 김 교수의 부인이 창원까지 가서 박훈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게 된다.

"김 교수가 구속된 상태에서 변론의뢰를 해서 민변 사법위원장을 만나 그 일을 맡기로 했었다. 그런데 의뢰인이 변호인을 신뢰해야 하는데, 신뢰를 안 하는 거다."

-신뢰를 안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다.(웃음) 영화에서 나온대로 김 교수에게는 '이 사건은 이렇게 결론내야 한다'는 명확한 자기 기준이 있었다. 우리 변호사들은 '그렇게 변론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무슨 문제인지는 알겠지만 다른 방법이 있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입장차가 있어 민변에서 지원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 그렇다고 해도 이 사건을 방치해둘 수는 없으니 민변 공식차원은 아니더라도 개별적으로 돕자고 해서 이 사건을 맡아볼 변호인을 찾다보니 박훈 변호사가 나온 것이다."

-박 변호사의 실제 모습과 영화 속 인물 사이의 차이점은?

"실제는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웃음)"

-거의 알코올 중독자인 것으로 나오던데….

"그런 정도가 알콜 중독이면 이 세상 사람 대부분이 알코올 중독자 아닐까.(웃음) 좀 드라마틱하게 만들다보니 나온 캐릭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박 변호사는 김 교수와 함께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이다. 간단하게 실제 캐릭터를 설명하자면.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그야말로 열혈 청년이다.(웃음) 영화에서처럼 부평 대우차 사건 당시도 웃통 벗고 경찰들과 한판 붙은 변호사로 유명하다. 현장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 변론을 하는 것은 여러 방법과 기법이 있다. 법리적으로 조곤조곤 따져서 대응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고, 그렇게 해서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법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정치적으로 따져야하는 것. 예를 들어 KBS 정연주 전 사장의 경우, 법원이 조정을 한 것을 검찰이 배임으로 몰아붙였다. 법조인이면 누가 봐도 법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사건이다. 당연히 정치적인 수사라는 생각이 든다.(이 사건은 결국 무죄로 최종판결났다). 이럴 경우, 때로는 고함을 치고, 자켓을 벗는 등 액션을 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박 변호사는 조곤조곤 따져서 대응하는 쪽은 아니다."

-영화 속 김 교수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진다. 이야기가 옆으로 새지만 정연주 전 사장의 경우는 어땠나.

"통풍이 지병이었는데, 극도의 스트레스가 오면 병세가 악화된다. 당시 검찰은 증거인멸도 없는데, 구속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긴급체포했다. 당시 통풍이 와서 거의 혼절할 상황까지 갔다."

-영화로 다시 돌아와 논란이 되는 핵심에 대해 묻겠다. 진보논객 진중권씨 같은 이들은 영화가 논점에서 벗어났다는 요지의 지적을 하고 있다. 판사 문제도 문제지만 법정에서의 김 교수의 막무가내 식 태도도 문제로 보는 것 같은데….

"김 교수의 태도에 초점을 둬선 곤란하지 않을까. 일단 영화 자체는 창작이고, 그 창작 테두리 안에서 사법부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창작은 여러면에서 시도됐다. 가령, 박훈 변호사가 최후변론에서 프랑스 드레퓌스 사건을 인용하는 것도 나중에 시나리오 수정 과정서 만들어진 것이다."

-교도소 성폭행 장면도 창작이라는데….

"그 부분은 창작이지만 교도소에서 김 교수에게 자행된 폭력은 사실로 알고 있다. 실제로 재소자들이 김 교수를 몰아놓고 폭행을 했다고 한다. 김 교수 부인이 면회 갔다 와서 '저런 약한 모습 처음 봤다'고 전했다.

-그런 창작들이 김 교수는 옳고, 판사는 나쁘다는 이분법적 결론을 낳는다는 지적이 있다.

"영화가 고발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시해야한다. 영화는 재판부가 잘못됐고, 재판이 유죄인 것을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영화는 사법부가 갖고 있는 실체적인 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판사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공정하면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검찰쪽 주장뿐만 아니라 피고의 주장도 공평하게 다 드러내서 어떤 증거를 채택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법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는 거의 100% 증거물로 인정하고, 변호인이나 피고인이 제출하는 것은 안 받아들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상당히 많다는 게 추상적이다.

"대놓고 판사들이 그런 얘길 하기도 한다. '국가기관인 검사가 제출하고 주장하는 것이 거짓이 있겠느냐'는 인식이 전제돼 있는 것이다. 물론 수사기관이나 검찰이 대부분 공정하게 하고 증거로 삼을 만한 것을 채택한다. 하지만 다는 아니다. 상당수 검사들이 그렇게 하질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정연주 전 사장 사건 때처럼 법리적이지 않고 정치적으로나 다른 의도를 갖고 할 때가 있지 않은가. '부러진 화살'은 그런 면을 고발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무죄를 유죄로 판결했다고 비판하는 게 아니다. 영화는 사법부의 잘못된 관행이나 고쳐야할 것을 극화해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장면, 스토리를 모두 팩트로 보고 오역하면 안 된다."

-김 교수가 판사를 찾아가면서 석궁을 들고 간 것이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 부분에 있어 법원이 유죄라고 한다면 판단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우발적으로 발사했든 간에, 쏠 의사가 없었든 간에 어쨌든 일단 석궁을 가져가 판사를 위협을 할 의도는 있었다고 보여지니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은가.

"아니다. 살인미수와는 다르다. 살인할 의도가 있어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경우, 형이 매우 높다. 이 경우는 재판을 똑바로 하라고 경고의 의미가 강해 상황이 다르다."

-그럼 협박죄인가.

"적용가능하다."

-김 교수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의 '저항권'을 주장한다.

"저항권이란 법과 제도가 인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청원이나 소송을 하는 검찰과 법기관에 판단을 구해도 이것이 안 받아들여질 경우 행할 수 있다고 법에 보장돼 있다. 군사정부 시절 독재행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주장해봤자 소용이 없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는 저항권 밖에 없다. 4·19 혁명 때처럼 말이다. (김 교수 사건)이 경우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김 교수 입장에서 보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봤지만 소용이 없어서 직접 저항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하지만 저항권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찾아보면 다른 방법으로 법에 호소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물론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변호사로서 판사의 주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럴 수도 있다. 어떤 사건이든 증거가 명백하면 누가 판결해도 똑같다, 하지만 어떤 증거를,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석궁 사건이 후자의 경우다. 한명숙 총리 재판 때를 상기해 보라."

-'세상에, 총리실에서 돈을 받았다'와 '어떻게 총리실에서 돈을 받겠느냐' 이런 관점 차이를 말하나.

"그렇다. 판사의 태도, 기본적 가치관, 정치적 관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우리 사법부 제도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노정된 부분이다."

-피해 판사가 맞았다고 하는 '부러진 화살'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초동수사를 잘못했다고 경찰을 탓하기에는 당시 상황이 좀 애매하다. 어쨌든 부러진 화살이 없어져서 이 사단이 난 것은 맞다."

-어쨌든 사법부 전체가 욕먹고 있다.

"무엇보다 김 교수 석궁 사건이 나자마자 재판도 하기 전에 '사법부에 대한 테러다'라고 의견을 모은 것은 정말 문제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재판의 기본전제를 법원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너무 섣부르고 잘못된 대응이다. 그게 사람들을 더 자극한 것 같다."

-영화를 보면 결국 해결방안은 안 나왔다. 김 교수는 결국 감옥살이를 하고 말았다. 영화가 말하는 것은 결국 사법부의 잘못된 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사법개혁의 주체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사법부 구성원들, 즉 판사들이다. 판사들이 만든 문제 아닌가. 판사는 그 개혁의 대상이면서도 개혁의 주체이기도 하다."

-내부적으로 자성하고 반성해서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실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의 촛불 시위 재판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일도 있지 않은가.

"20대 젊은 나이 때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재판일만 하다 권위주의가 자연스럽게 몸에 밸 수 있다. 이들 가운데 권위주의를 씻지 못하고 악용하는 법관들은 걸러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바뀔 수 있겠는가."

-어떻게 걸러내나?

"법관인사제도에 손질이 필요하다. 우선 모든 법관을 선거로 뽑을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지방법원장 등 직책 법관을 선거에 의해 선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것을 통해 인적쇄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제도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판사 석궁테러 사건이란?

김명호 전 성균관대 조교수가 대학 본고사 수학문제의 오류를 주장한 뒤 1995년 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가 복직소송에서 패소하자 당시 재판장의 집을 찾아가 석궁을 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이후 사법부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법원이 증거를 조작했고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김 전 교수는 결국 4년형을 언도 받아 2011년 1월 출소했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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