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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조일 허리도 없는데..아찔아찔한 물가

입력 2012. 02. 14. 21:40 수정 2012. 02. 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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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소득 1.7% 늘어도 물가상승 반영땐 2.3%↓

식품·의류·전월세 급등…오름세 더 이어질듯

소비심리 꽁꽁…"물가 소홀히 한 한은 책임"

최미령(가명·31)씨는 지난해 남편의 연소득 명세서를 받아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소기업에서 6년째 일하는 남편의 2011년 세전 소득은 3224만원으로 전년도보다 54만원, 겨우 1.7% 올랐다. 월 4만원 정도 더 받은 셈이지만 물가가 뛰면서 생활비는 훨씬 더 들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였던 점을 고려하면 최씨 남편의 월급은 실제로 뒷걸음질친 셈이다. 결국 최씨는 저축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 최씨는 "오르지 않는 건 월급밖에 없다는 얘기가 농담이 아니었다"며 "물가가 잡히든, 월급이 오르든, 둘 중 하나는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름값과 채소값, 공공요금 등 물가는 큰 폭으로 오르고 있지만 근로자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서민들이 '겹시름'을 앓고 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현상은 비단 최씨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이달 초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261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257만7000원)보다 1.6% 올랐다. 그러나 이는 명목상으로 오른 것일 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249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줄어들었다. 지난해 100인 이상 기업 노사가 임금 단체협약을 통해 사전에 합의한 협약 임금인상률도 5.2%로, 물가상승률 4%를 제하면 실질임금은 1.2% 오르는 데 그쳤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크게 살아나지 않으면서 임금이 정체돼 왔다"며 "고용사정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의식주 분야의 생필품이 고물가 흐름을 주도하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 지난 1월 식품류(음료 포함) 물가 상승률은 5.9%로 평균 물가상승률 3.4%보다 2.5%포인트나 높았다. 의류(신발 포함)도 4.3% 올랐고, 전·월세 가격도 평균 이상으로 뛰었다.

주요 품목별로는, 한파 등 영향으로 배추·무·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의 패스트푸드 가격도 올랐다. 엘지(LG)생활건강은 샴푸·비누 등 제품 가격을 올렸고, 외제 담배 회사인 필립모리스도 최근 제품값을 200원씩 올렸다. 서울시도 교통요금을 150원 인상할 예정이다.

서민 가계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벌이는 빠듯한데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1개월 만에 전월 대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두바이유 가격은 9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수입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휘발유값은 최근 ℓ당 1980원 수준으로 지난해 10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에 근접해 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민들은 지갑을 닫고 '긴축재정'에 들어갈 태세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 현재와 미래의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태도지수가 44.2로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구소 쪽은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성장세 둔화, 가계의 이자지급 부담 확대 등으로 소비심리 위축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물가 상승 기대심리가 굳어지면서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이것이 다시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며 "물가 안정 책무를 소홀히 한 한국은행의 책임이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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