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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고통 '직따' 직장인 60% 이상이 상담 경험

입력 2012. 02. 16. 17:29 수정 2012. 02. 1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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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엽총사건도 따돌림이 화근

#작년 11월 한 외국계 회사에 입사한 A씨는 업무를 처리하다 실수를 저지르면 상사에게서 "무식하다" "(땅에)묻어버리겠다" 등과 같은 폭언에 늘 시달렸다. 급기야 사내에선 '문제 있는 사원'으로 찍혀 동료들과의 관계마저 멀어졌다. A씨는 "매번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니 어느 순간 외톨이가 됐다"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지만 너무 외로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며 고개를 떨궜다.

#직장인 B씨는 얼마 전 회사를 그만뒀다. 업무상 의견 차이로 수차례 부딪친 C팀장 부서로 새로 배치받으면서 직장은 '지옥'으로 변했다.

같이 일하게 된 팀장의 후배들은 점심을 먹더라도 B씨만 빼놓고 '비밀 회식'까지 했다. 그는 "괴롭힘이 퇴사하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왕따는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직장에서 특정인을 괴롭히는 '직따(직장 왕따의 줄임말)'도 늘고 있다.

지난 15일 충남 서산에서 30대 남자가 옛 직장상사와 동료를 향해 수렵용 엽총을 난사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친 사건도 직장에서의 왕따 경험이 범행동기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 성 모씨(31)는 "공장에 다니던 시절 나를 괴롭힌 직원들에게 보복하려고 총을 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직장 내 따돌림은 학교폭력과 달리 은근히 이뤄진다. 직장 동료에게 인사나 대화를 건네도 무시를 당하거나, 회식이나 사내소식을 모르고 있거나, 중요한 업무나 프로젝트를 계속 못 맡거나, 당연한 일인데도 부탁하면 동료들이 안 들어주는 등 '조용한 폭력'이다 보니 혼자 끙끙 앓다가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서울고용센터 취업지원과 관계자는 "최근 직장에서 왕따를 당하고 퇴사한 뒤 상담하러 오는 20~30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국EAP(근로자 지원 프로그램)협회에 따르면 직장 왕따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히는 개인의 정서ㆍ성격, 조직 내 갈등, 직무 스트레스 문제의 상담은 지난해 전체 상담 중 60.4%를 차지했다.

지난달 취업 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2975명에게 설문한 결과도 45%가 '직장에 왕따가 있다'고 했고 58.3%는 '왕따 문제로 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답해 직장 왕따가 학교폭력 못지않게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직장 왕따의 원인으로 대인관계 기술 및 인성교육의 부족과 치열한 사내 경쟁을 꼽는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 왕따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내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며 "요즘 20~30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상사나 선배사원과의 원만치 못한 관계가 조직적인 왕따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영신 기자 / 조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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