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입학시험을 보러 온 고등학생들에게 종교를 권유하는 사람, 수업과제용 UCC를 평가해달라며 전도 동영상을 보여주는 사람…. 여러 가지 방식의 대학 내 전도 행위가 늘면서 대학가에 '무신론자 동아리'가 결성되고 있다. 최근 KAIST (한국과학기술원)와 서울대에 동아리 준비단체가 만들어졌고, 중앙대에도 무신론자 모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2월 KAIST에서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주장하는 한 학회의 설립자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면서 학생들 사이에 논쟁이 일었다. 이를 지켜보던 대학원생 송모(24)씨는 무신론자들이 더 많은 소통과 논의를 거치고, 생각을 정립할 필요성을 느껴 동아리 결성을 준비했다. 그 결과가 1년의 가등록 기간을 거쳐 정식 동아리로의 승급을 기다리고 있는 '프리 싱커즈(Free Thinkers)'. 송씨는 "과학과 기술을 연구하는 KAIST에서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주장을 타파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토론 등의 학술활동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들도 무신론자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공학과 이세웅(22)씨가 지난 14일 "무신론 동아리를 만들자"며 개설한 인터넷 카페에는 현재 17명의 학생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씨는 "과도한 교내 전도로 인한 피해 예방을 위해 대자보를 붙이고 토론 활동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학생 박모(28)씨는 "교내 커뮤니티에 '무신론 동아리를 만들자'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이나 유럽의 대학생 사회에선 무신론 동아리가 널리 퍼져 있다. 이들은 홈페이지 등에 "과학적 합리성, 무신론, 인본주의에 기반을 둔 학생 단체를 조직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들이 소통하는 공간을 제공한다"고 설립 취지를 밝히고 있다.
'종교사회학'을 집필한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오경환 신부는 "대학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부 종교신자들의 열성적 선교 활동에 대한 반발이 큰 것 같다"며 "요즘 대학생들이 리처드 도킨스나 다니엘 데넷 등 무신론적 진화론자들의 저술에서 받은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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