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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웬 일본식 석등이?

허은선 기자 입력 2012. 03. 05. 09:53 수정 2012. 03. 0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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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93주년을 맞는 2012년 현재, 일제강점기 잔재는 얼마나 청산됐을까. 2월13일 서울 창덕궁에 40년 가까이 서 있던 일본식 석등이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의 문제 제기로 철거됐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지난해 서울 중구 환구단(사적 157호)에 설치된 일본식 석등을 철거시키는 데 앞장섰던 단체이다. 이 단체는 올해 초 창덕궁에서도 일본식 석등을 추가로 발견했다. 창덕궁 정문 돈화문 옆 주차장 진입로에 석등 1기, 울타리에 석등 2기가 서 있었다. 이들의 생김새는 일본 야스쿠니 신사 앞의 석등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한국의 석등은 사찰 대웅전이나 능묘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궁궐이나 주거지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창덕궁 울타리에 서 있던 석등(맨 왼쪽)은 최근 철거되었다. 청와대 정문에 있는 석등(왼쪽)은 야스쿠니 신사의 그것(위)과 생김새가 비슷하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지난 1월26일 문화재청에 창덕궁의 일본식 석등을 철거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2월7일 문화재청은 '문의한 석등은 1970년대 궁궐 정비 중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전통 방식이 아님은 확실하다'라는 답변을 보내왔고, 2월13일 석등 3기를 돌기둥과 함께 모두 철거했다.

경복궁역 석등 조형물도 '왜색' 논란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설치된 일본식 석등 조형물도 왜색 논란에 휩싸였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창덕궁에 대한 문제 제기에 앞서 1월19일 경복궁역에 설치된 일본식 석등 조형물을 철거해달라고 문화재청에 요청했다. 국보 17호 부석사 무량수전 석등을 본떠 만들었기 때문에 모양은 한국식이지만 석등의 배열이 일본 신사의 참배로(參拜路)와 유사하기 때문에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혜문 스님은 "우리나라 석등은 한 기만 세우는 것이 전통이며 여러 개를 한 줄로 배치하는 것은 일본 신사의 전통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디자인건축처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조처하겠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1985년 경복궁역 공사 당시 시공사는 삼성종합건설이었고, 역의 디자인은 고 김수근씨의 조언에 따랐다. 한국 건축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김씨는 일본 유학파다. 부여 박물관, 남산 반공센터(현 자유센터) 등 그가 설계한 건물은 여러 차례 왜색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청와대 본관 정문에도 일본식 석등이 설치됐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석등도 일본 야스쿠니 신사의 석등과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2월24일 총 6쪽 분량의 '청와대 일본식 조경 철거 제안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의 석등이 일본식임을 입증하기 위해 일제가 서울 남산 중턱에 세웠던 신사 '조선신궁'과 조선총독부에 있던 석등 사진 등 희귀한 이미지 사료도 첨부했다. 혜문 스님은 "조선총독부가 경복궁 안에 총독관저를 지으면서 주변이 일본식으로 꾸며졌다. 그 때문에 경복궁 터에 지어진 청와대에 왜색을 띤 것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이상근 사무총장은 "일본식 대문을 허물고 청와대 춘추관 대문처럼 전통식 솟을대문을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허은선 기자 /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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