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직원 모두 떠나도 이 악물고 버텨 성공

2012. 3. 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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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코리아]낯선 실리콘밸리에서의 첫 실패. 그 후 한국인 창업자 세 명만 두고 모든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다시 도전했고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이제는 벤처캐피털이 먼저 찾아와 투자를 제안할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기하, 김광록, 김희지 세 창업자에겐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편집자>

세 명의 한국인 유학생이 2004년 실리콘밸리 창업을 위해 모였다. UC버클리 한인 대학원생 모임에서 의기투합한 이기하(40), 김광록(37)은 이 사장의 부인인 김희지(39) 씨와 함께 한국의 오마이뉴스 같은 뉴스 사이트를 열었다. 하지만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가장 먼저 직원들이 하나 둘 떠나갔다. 마지막엔 창업자 세 사람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곧이어 e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자들 외에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이었지만 회사 이름은 한글을 이용해 만들었다. 사업 아이템도 한국 트렌드를 참고해 선정했다. 지난해 매출은 500만달러. 그들은 "실패에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성공에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포춘코리아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사업 역정을 들어봤다.

-사제(Sazze)라는 회사 이름이 특이하다. 어떤 뜻인가.

한글로 회사 이름을 만들고 싶었다.'사다(buy)'라는 뜻을 가진 '사지'에 'e'라는 철자를 붙여 우리의 핵심 사업인 e커머스를 강조했다.

-현재 딜스플러스, 숍레이틀리, 딜펄프, 블랙프라이데이FM 4개의 e커머스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인가.

딜스플러스(dealspl.us)는 사용자들 간에 쇼핑 할인정보를 공유하는 웹사이트다. 사용자들이 'dealspl.us'에서 딜 혹은 쿠폰 정보를 보고 구매 사이트인 아마존, 베스트바이, 월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커미션을 받는다. 블랙프라이데이FM(blackfriday.fm)는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 관련 쇼핑 정보를 공유하는 웹사이트다. 숍레이틀리닷컴(ShopLately.com)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오픈 마켓이다. 한국의 G마켓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모두 판매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딜펄프닷컴(DealPulp.com)은 온라인 소셜커머스 사이트다. 그루폰과 유사하지만 온라인 판매자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미국에는 어떻게 가게 됐나.

(이기하) 1999년 UC버클리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왔다. (김희지) 이기하 대표와 부부 사이다. 함께 와서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스쿨에서 웹디자인을 공부했다. (김광록) 2002년 UC버클리토목공학과 석사과정으로 유학을 왔다.

-미국에서 창업할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인은 빠른 변화에 익숙하고 행동도 빠르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인터넷 시장이 그랬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이트도 많았다. 그런 한국인의 장점을 바탕으로 한국의 좋은 인터넷 아이디어를 미국에서 구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아이토크뉴스(iTalkNews)였다. 미국판 오마이뉴스를 웹2.0을 통해 만드는 것이었는데, 언어와 문화의 장벽 때문에 사업이 쉽지 않았다. 아이토크뉴스가 실패한 후 시도한 프로젝트가 웹2.0과 쇼핑을 결합한 딜스플러스였다.

-창업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이기하) 자본이 떨어졌을 때다. 회사 운영에서 다른 부분은 노력하면 어느 정도 극복이 됐지만 자금 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김광록) 아이토크뉴스가 잘 안될 때 창업자 세 명을 제외하고 모든 직원이 나갔다. 사무실도 이기하 대표 집으로 옮겼다. 가장 힘든 시기였다.

-첫 창업에서 실패한 셈인데, 사업을 접을 생각은 안 했나.

(이기하) 사업을 접을 생각은 전혀 안 했다. 곧 이어 시작한 딜스플러스가 매년 성장 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 (김광록) 처음 시작할 때 1~2년은 고생하겠지만 배우면서 열심히 해보자고 약속했다. 그래서 처음 2년은 아무데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 만약 딜스플러스도 실패했다면, 포기할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다행히 첫해부터 잘 돼 지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해외에서 창업을 하면서 느낀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장점은 사업을 하기 위한 여건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실리콘밸리는 아이디어와 우수한 인재, 자본이 잘 모여 있다. 자연히 기회가 많다. 세계에서 제일 큰 시장이라는 점도 매우 중요한 강점이다. 단점은 법적인 면에서 신경 써야 될 게 많은 것이다. 계약 관계, 직원과의 관계 등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잘 알다시피 미국에는 소송이 많다. 한국 사람이 겪을 수밖에 없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도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초기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사제는 외부 펀딩을 받지 않는다. 초기 자본은 우리 창업자들의 친지에게서 조달했다. 2009년부터는 우리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펀딩을 해주겠다는 벤처캐피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열 번은 거절한 것같다.

-벤처하면 펀딩을 곧바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펀딩을 받으면 좋은 게 사실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창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펀딩을 벤처의 1차 목표 중 하나로 생각하는 창업자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벤처의 핵심은 아이디어와 실행력이다. 펀딩에 매달리는 것보다 상품에 집중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헝그리 정신도 성공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매출은 얼마나 되나.

500만 달러 정도 된다.

-실리콘밸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실리콘밸리는 아이디어, 우수한 인재, 자본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기회가 많다. 이런 환경은 성공 스토리의 선순환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우수한 인재가 자본을 계속 끌어들이고, 또 그 자본이 새로운 사업의 힘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성공 사례를 통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신선한 벤처 아이디어는 이런 토양에서 자란다. 실리콘밸리에 처음 온 이들 중에는 주변에서 스타트업(벤처기업) 얘기만 하는 게 불만인 사람도 많다. 하지만 6개월 정도 뒤에 다시 만나면 "나 좋은 창업 아이디어가 있는데…"라고 말을 시작한다. 스타트업 바이러스가 실리콘밸리 전체에 퍼져 있다. 특히 A급 인재들이 창업 생각을 많이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런 실리콘밸리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단점도 있을 텐데.

스타트업이 많다 보니 이직률이 높다. 구직자 입장에선 기회가 많은 것이겠지만, 창업자들은 이직률을 낮추는 데 신경을 많이 써야 된다. 그리고 사람과 자본이 많이 모여있기 때문에 인건비와 물가도 비싼 편이다. 스타트업에겐 큰 부담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창업 환경이 척박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창업 환경이 열악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아이디어, 사람, 자본은 창업의 3가지 주요 요소다. 그런데 그 3가지가 한국에선 모두 부족한 것 같다. 실리콘밸리에 온 한국인들 중에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에 굉장히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여기저기 많이 있게 마련이다. 아이디어 자체보다는 이를 발전시켜서 잘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혼자서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만으론 역부족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야 한다.

-지금 막 시작하려는 한국 벤처기업이 있다면 어느 곳에서 창업을 하라고 권유하고 싶

나.

가능하다면 미국에서 창업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기회가 많고 시장이 크기 때문에 성공의 기회가 더 많이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사제를 경영하면서 어떤 것이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나.

모든 직원들이 회사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직률이 0%에 가깝다. 모두들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한국 출신 창업자들이 미국에서 현지인 위주의 팀을 구성해 이렇게 잘 이끌어 온 것이 가장 큰 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제의 목표는

미국 주식시장 상장이다. 하지만 상장까지 가려면 아직 건너야 할 산들이 많다.

-미래의 창업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이기하) 회사를 창업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일단 결정했다면 진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진정으로 열심히 한 사람들만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모두 대박을 꿈꾸고 회사를 시작하는데, 그런 기회는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호흡이 잘 맞는 2~3명 정도의 공동 창업자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각자의 전공분야가 다르다면 더욱 유리하다. 아이디어도 중요한데 해당 사업 분야가 앞으로 전망이 괜찮은지 분석을 해야 한다. 창업자들이 정말로 잘할 수 있는 분야인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김광록) 창업은 실전이다. 한국에선 창업교육 기회가 많이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전은 교육을 통해서 배우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고객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는 실전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작더라도 꼭 성공을 경험 해보길 바란다. 실패를 통해서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배운다면, 성공을 통해선 무엇을 해야 되는지를 배운다. 그런 배움을 통해서만 자신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다. 단숨에 대박으로 가는 길은 없다.

한정연 기자 jayhan@hmgp.co.kr

<프로필>

● 이기하 ▶1972년 서울 출생, 연세대 기계과학부, 서울대 기계공학과 석사, UC버클리 컴퓨터공학 석사, UC버클리 기계과박사. ▶2004년~현재 사제 CEO

● 김희지 ▶1973년 서울 출생, 연세대 교육사학과 석사, 아카데미 오브아트 유니버시티 뉴미디어 디자인 ▶2004년~현재 사제 창업자

● 김광록 ▶1975년 대구 출생, 연세대 건축공학과, UC버클리 토목공학과 석사. 2004년~현재 사제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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