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파업, 그래도 끄떡없는 KBS 프로..어떻게?

김정환 2012. 3. 19. 0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노조·새 노조)가 16일 밤 MBC, YTN 노조원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방송3사 공동파업 콘서트'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선보인 3개 방송사 공동제작 뮤직비디오 '흰 긴 수염 고래'에서는 박대기(35) 기자, 최원정(37) 아나운서, '개그콘서트' 서수민(40) PD의 모습이 보였다. '1박2일'의 스타 연출자 나영석(36) PD도 등장해 분위기를 띄웠다. KBS가 그 동안 기자, 아나운서, PD의 간판으로 내세운 이들이다.

이처럼 각 부문 간판들이 파업에 나선 만큼 KBS의 방송 제작이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KBS에서 결방 프로그램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진행자들도 거의 그대로다.

본부노조가 공정성 문제를 가장 많이 제기하는 '뉴스'의 경우 1TV '뉴스9'는 평일 민경욱(49) 기자, 조수빈(31) 아나운서와 스포츠 뉴스를 진행하는 엄지인(28) 아나운서, 주말 이주한(42) 기자, 박지현(30) 아나운서가 계속 맡고 있다. 평일 오전 6~8시 '뉴스광장' 역시 박유한(43) 기자, 이정민(32) 아나운서, 밤 11시 '뉴스라인' 박상범(44) 기자, 김진희(33) 아나운서 등도 그대로다. 뿐만 아니다. 박대기 기자만 없을 뿐 그 동안 뉴스 보도를 자주 한 기자들 중 상당수도 계속 나오고 있다.

간판 아나테이너인 전현무(35) 아나운서는 여전히 일요일 오전 8시 '퀴즈쇼 사총사'의 MC다. 전씨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KBS 2TV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양준석, 이윤석, 전현무, 윤형빈) 멤버들 전원이 복근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최원정 아나운서 등은 트위터로 파업 소식을 전하고 있다.

최원정 아나운서 외에도 1TV 토·일요일 '정오뉴스' 앵커 이상협, '도전 골든벨' MC 김승휘(31)씨 등 파업에 동참한 아나운서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KBS 1, 2TV 전체 프로그램에 투입돼 있는 아나운서 수로 볼 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명작 스캔들'은 18일 최원정 아나운서 대신 중견 박영주 아나운서가 이끌었다.

진행자뿐 아니다. 2TV 일요일 예능 '해피선데이', 토요일 예능 '불후의 명곡', 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1TV 일일 드라마 '당신 뿐이야' 등 주요 프로그램들이 정상 방송되고 있다. 심지어 메인 연출자가 파업에 가세했음에도 2TV 일요일 '개그콘서트'도 그대로 전파를 탄다.

MBC가 파업 여파로 '뉴스데스크'가 파행 운영되고, 토요일 '무한도전'은 계속 결방 중이며, 일요일 예능 '우리들의 일밤', 토요일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수목극 '해를 품은 달', 주말 대하사극 '무신' 등이 결방 사태를 빚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KBS가 파업을 하긴 하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유가 있다. 파업 중인 본부노조는 KBS 전 직원 5000여명 중 1000여명이 가입한 제2노조다. 그보다 많은 인원이 속한 KBS노조(제1노조)는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프로그램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는 아나운서, 기자나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PD들은 대부분 KBS노조 소속이다.

전현무 아나운서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트위터상에서 논란이 됐지만, KBS 안에서는 그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이 없다. 본부노조가 아닌 KBS노조 소속이기 때문이다. MBC 노조 교육문화국장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정직 2개월과 3000만원 가압류 조치를 당한 남편 김정근(35) 아나운서와 달리 KBS 이지애(31) 아나운서가 파업에 불참하는 것 역시 KBS노조 소속이어서다.

KBS의 풍부한 인력도 파업 여파를 실감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13년이나 이어져 오면서 수많은 PD들이 거쳐간 만큼 제작 시스템이 구축됐고, 노하우도 충분히 쌓였다. 또 대체할 만한 중견 PD도 있다. 서 PD가 빠져도 제작 가능하다.

KBS 사측 관계자는 "KBS에는 공영방송으로서의 독특한 문화가 존재한다. 시청자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나 마음가짐이 타사와 다르다. 공영방송의 신뢰성은 한 번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 파업으로 인한 방송 파행에 직원들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본부노조원 중에서도 실제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이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파업 참여 인원이 전 직원의 10%에 불과하니 방송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파업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거나 동료, 선후배의 의견은 존중하는만큼 마찰이 없다"며 "사측이 엄정대응을 천명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MBC 사측처럼 극단적으로 가지 않을 것이므로 노사 모두 자제할 경우 평행선을 달릴지언정 파국으로 치닫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본부노조 측 얘기는 다르다. 지난주 수요일 '추적 60'분이 결방되는 것을 드라마(성균관스캔들 스페셜)로 간신히 메웠지만 이번주부터는 '추적60분'은 물론 목요일 '역사 스페셜', 금요일 '소비자 고발' 등이 결방될 것이라는 경고다.

본부노조 관계자는 "교양다큐국 PD들이 대거 파업에 참여하므로 앞으로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예능의 경우 아직 전면적으로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있으나 우리가 수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참여하게 될 것이며 2~3주 후에는 결방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사측은 파업이 한 달 정도면 정리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지만 우리는 국민에게 그간의 잘못을 사죄하면서 김인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인 만큼 뜻이 관철될 때까지 밀고 나갈 방침"이라며 "프로그램이 결방되지 않더라도 우리의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ace@newsis.com

<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