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인사 퇴출..'촛불배후' 감시..다 쑤시고 다녔다

입력 2012. 3. 22. 08:40 수정 2012. 3.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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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직윤리지원관실 내부수첩 다시보니…

전 정부 행정관출신 공직서 몰아내기 개입YTN노조 감시…김근태·이용득 이름도 적혀이영호 "불법사찰 사례 전혀 없다" 거짓말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례는 전혀 없다"고 강변했다. 또 "하드디스크에 공무원 감찰에 대한 정부 부처의 중요 자료를 비롯하여 개인 신상 정보가 들어 있어서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국정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 하드디스크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종익씨를 불법사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지원관실 원충연 전 조사관의 수첩을 보면, 김근태(당시 열린우리당)·이혜훈(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인이나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노동계 인사들의 동향이 나와 있다. 엄연한 '민간인'이다. 또 이 전 비서관의 뜻대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하드디스크는 복구가 불가능해졌지만 원 전 조사관의 수첩에는 이들의 활동상이 상세히 적혀 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간부 솎아내기, 촛불집회 배후 캐기가 대표적인 '활동'이다.

■ "버티면 총리실 20명이 다 턴다"

김종익씨 불법사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지원관실 원 전 조사관의 수첩에는 '박규환'이라는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한다. 박씨의 이름 앞에 중요표시(※)를 해놓고 "09.1월 소방산업진흥법 시행(12.6 발효)/ 1월 초에 나가겠다./ 밀려서 나갔다는 얘기 ×/ 다음주 소방검정국장 강○○ 압박/ 예산승인"이라는 내용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박씨는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2007년 7월부터 2009년 1월까지 한국소방검정공사 상임감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감사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소방검정공사는 소방방재청(방재청) 산하기관이었는데 청와대에 파견 나간 방재청 직원이 이기환 방재청 정책국장을 불러다 (나를 내보내라고) 얘기한 것 같더라"며 "정책국장이 2008년에 3번이나 찾아와 나갈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당시 소방검정공사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 바뀌는 때였고, 내가 이 과정에서 할 역할이 있었다. 그래서 '이게 끝나는 2009년 1월에 나가겠다'는 말을 했다. 더럽고 치사했다"고 말했다. 원 전 조사관의 수첩에 나온 내용과 일치한다. 박씨는 "당시 이 국장 말고도 다른 방재청 관계자들이 나한테 '총리실에 20여명으로 새로 만들어진 팀이 있는데, 한 사람당 몇명씩 붙어서 한달만 (조사)하면 개인적인 것들도 다 나온다고 한다. 연금 받을 수 있을 때 나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전 감사의 사퇴를 종용했던 이기환 국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가 나가라 마라 할 입장이 안 된다. (감사) 임명은 기획재정부에서 한다"며 "4년이나 지난 일이고, 지금 와서 어떤 얘기를 했다고 말하긴 힘들다"고 했다.

■ YTN 노조가 '촛불' 지원?

원 전 조사관의 수첩에는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인 구본홍씨의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와이티엔>(YTN) 노조의 투쟁 경과가 상세히 적혀 있다. 노조위원장이 구 사장과 타협해 노조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출범하면서 노조위원장이 교체된 상황을 비롯해 "해고 6/ 정직 6/ 감봉 8명/ 경고 13"이라는 상세한 징계 내용까지 기록됐다. <와이티엔>의 '낙하산 사장' 취임 저지 움직임을 마치 내부자처럼 속속들이 감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첩에선 와이티엔 사태의 '대안'으로 "계속 처벌→촛불에 투입된 자금/ YTN 조합비. 총액 1%(400×30만)=1억2천"이라는 내용도 있다. <와이티엔> 노조가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촛불집회 배후세력의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첩에는 공직자들의 비위 첩보도 포함돼 있지만 철도·발전노조 등 공공기관 노조나 민주노총의 인적 구성 등 노동계 관련 정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다함께'라는 사회운동조직이 "학생+노동계+진보"로 구성돼 있다거나, "촛불시위 연루"라고 쓰인 대목도 눈에 띈다.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의 주소와 그가 대표로 있던 케이비(KB)한마음 전화번호도 있다. 지원관실은 '촛불집회에 놀란 이명박 정권이 반정부 세력들을 억압하려고 비선으로 만든 정보기구'라는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김태규 박태우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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