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후보 "독도는 국제분쟁지역으로 공인" 망언

2012. 3. 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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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5년 서울대 동문 카페에 올린 글

"1930년대 후반 조상들 일본을 조국 여겼을 가능성 높아"

"천황 찬양한 예술인까지 친일파로 분류하는 건 부적절"

"어차피 국제적으로 독도는 분쟁 지역으로 공인되어 있기 때문에 전쟁 아니면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에 대해 색깔론을 제기해 논란을 빚었던 하태경 새누리당 후보(부산 해운대구기장군을)가 이번에는 독도 발언과 '일제시대 미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하 후보는 지난 2005년 3월17일 서울대 자연대 동문 카페에 올린 '독도 전략'이라는 글에서 "독도 문제가 정말 우리나라 국익에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있다면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전략을 짜야 한다"며 '독도 국제분쟁지역설'을 제기했다.

하 후보는 "전쟁은 할 수 없는 것이고 결국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야한다면 그 타이밍과 승리하기 위한 전략을 잘 준비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당장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판결을 한다면 누구한테 유리할까? 유리하다면 왜 인가? 만약 지금은 일본이 유리하다면 어떻게 그것을 뒤집을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그는 "이런 점들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 좀 차분해질 때"라고 글을 맺었다.

하 후보의 이런 주장은 독도를 분쟁지역화해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을 받아내려는 일본의 의도를 충실하게 따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의 글 아래 한 동문은 "아직 독도는 분쟁지역 아니고, 분쟁지역화하려는 시도를 지금 일본이 하고 있는 것"이라며 "황당무계!!!"라고 댓글로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하 후보는 "독도가 분쟁 지역인지 아닌지는 국제적으로 공인되었는지를 확인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문제"라며 "즉 미국, 중국, 유럽 나라들이 그 영토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일단 현실적인 분쟁 지역으로 봐야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독도문제를 연구해온 우실하 항공대 교수는 "독도가 현실적으로 국제분쟁지역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적으로나 공식적으로 국제분쟁지역으로 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또 독도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로 넘어가려면 분쟁의 당사자인 두 나라의 합의가 필요한데 우리가 나서 분쟁지역이라고 밝힐 이유가 없다"며 "독도를 국제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후보는 독도 발언 외에도 친일을 미화하고,' 일본강점기에 한국이 근대화하고 발전했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적극 옹호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들의 대표적인 논리다. 그는 같은 게시판에 '최남선, 이광수 과연 반민족 행위자인가?'라는 글에서 "친일이지만 친 민족이 있을 수 있다"라며 그 근거로 자치론을 제시했다. 그는 "일제시대 말엽으로 가면서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현실주의 노선이 힘을 얻어 갔다"며 "그래서 3.1 운동 때 참여했던 최남선, 이광수 같은 사람들이 입장을 바꾸어 독립 노선에서 자치 노선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조선의 자치론자들은 재평가되어야 한다. 그들은 친일이기는 하지만 반민족 행위자들은 아니다"라며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민족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현실주의적 노선을 견지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하 후보는 게시판 댓글에서 "'일본이 한국을 근대화시켰다'는 표현과 '일제시대에 한국이 근대화되었다'는 표현은 아주 다르다"며 "적어도 일제시대에 한국이 근대화되었다는 것은 이제 어떤 입장이 아니라 팩트"라고 주장했다.

하 후보는 지난 2008년 5월8일 '데일리엔케이(NK)'에 쓴 칼럼에서 "일제시대 우리 조상들은 적어도 1930년대 후반이 되면 대부분 자신의 조국을 일본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은 아주 높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일제시대 조선 사람들도 민족은 조선족이지만 조국은 일본이었다면 조국이 참가하는 전쟁에 조국을 응원하는 것은 정상 참작의 사유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관련 링크: '친북파 청산' 기준 세우면 '친일파 청산' 보인다(출처: 데일리NK)

그는 친일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제 식민통치기구의 일원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친일파로 단죄하는 것은 바람직한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천황을 찬양했거나 일본의 전쟁을 미화, 선전한 문화예술인들까지 친일파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30일 '하태경 후보는 자신의 국가관과 역사관을 똑똑히 밝혀라'고 논평을 내어 "일본의 전략인 독도 분쟁지역화를 주장하는 것은 독도가 현재 한국 영토도 일본 영토도 아니라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하 후보의 의심스러운 국가관은 역사인식에 비한다면 새 발의 피"라며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우리 조상들의 희생과 헌신을 허무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주장을 어떻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이 할 수 있는지 충격에 입을 다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하태경 후보는 이 글에 대해 해명해야 하며 아직도 이러한 생각에 변함이 없는지 똑똑히 답해야 한다"며 "또한, 걸핏하면 다른 당 후보의 국가관을 문제 삼는 새누리당도 자당 하태경 후보의 이러한 국가관을 제대로 검증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새누리당도 싸잡아 비난했다.

하 후보는 30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7~8년 전 글이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인터넷 글 쓰는 게 빨리 쓰다 보니까 그런 오해가 생긴 것"이라며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니까 국제 분쟁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국제분쟁지역 주장이 일본의 논리를 따른 것이란 비판에 대해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은 명확하다"며 "가정법을 써 국제사법재판소로 간다면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친일파를 옹호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 중국의 조선족이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일제 말엽 조선인들은 자신이 일본인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고, 이광수도 친일파인 것은 맞지만 '친일자치'를 주장했다는 의미"라며 "나는 팩트를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후보는 야당이 제기한 후보 자격 논란과 관련해 "나는 국가관이 분명하다. 나보다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며 "나는 (국가관을) 이야기할 때 명쾌하게 말하는 사람"이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한편, 하태경 후보는 386 운동권에서 극우로 전향해 열린북한방송 대표를 지내다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 그는 최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2번인 이석기 후보를 "북한의 지하 조직원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등 총선을 앞두고 색깔론 제기에 앞장서고 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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