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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기대 민망할 정도 좌절.. 민주, 전략 부재·정책 실종"

송윤경 기자 입력 2012. 04. 12. 22:08 수정 2012. 04. 1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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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결과 좌담회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과반 확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12일 김호기 연세대 교수 사회로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 윤평중 한신대 교수, 최정표 건국대 교수(경실련 공동대표)가 경향신문사에 모여 좌담했다.

토론자들은 "정권심판론이 작동하지 않은 선거"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민주통합당의 정책 소홀"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 참가자는 "민주당 한명숙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면서 비례대표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2일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열린 총선 좌담회에서 최정표 건국대교수,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 김호기 연세대교수, 윤평중 한신대교수(왼쪽부터)가 19대 총선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 최정표 "대선후보 앞세운 새누리 상대 없이 치러진 총선… 대선엔 큰 영향 없을 것"▲ 도정일 "정권심판론 안 먹혀… 민주당 전략가 키우고 희망과 신뢰 줘야"▲ 김호기 "여 중간층 통합 성과 야권 충청 약세 이유… SNS영향 수도권 국한"▲ 윤평중 "여야 1대 1의 구도로 진보, 4년 전보다 약진… 정책 구체화 작업 필요"

김호기 교수(이하 김호기) = 이번 선거 어떻게 봤나.

도정일 학장(이하 도정일) = 원내세력들의 대폭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기대가 민망할 정도로 좌절됐다. 다소 '후퇴의 계절' 속으로 밀려 들어갔다는 느낌이다.

최정표 교수(이하 최정표) = 예상과 많이 다른 결과다. 한두 달 전만 해도 새누리당이 '지리멸렬'하리라고 봤는데 과반을 확보했다. 국민의 정서를 읽기 쉽지 않게 됐다. 새누리당에 대한 기대보다는 민주당에 실망한 게 상당히 작용한 것 같다.

윤평중 교수(이하 윤평중) = 18대 총선결과와 비교하면 다르게도 볼 수 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포함한 범보수 정당이 204석, 민주당 포함한 범진보가 95석을 얻었지만 이번에는 각각 157석, 140석이다. 2 대 1에서 1 대1 구도가 됐다.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볼 수 있는 서울·수도권에서 범야당이 4년 전엔 참패했지만 이번에는 압승했다. 진보는 약진했다고 할 수 있다. 대선을 향한 의미 있는 정치게임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김호기 = 최근 전국단위 선거에서는 계속 심판론이 작동해왔다.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은 노무현 정부 심판이었고 2010년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 심판이었다. 이번에 심판론이 우세할 거라는 예상은 어긋났다. '반MB, 비민주'를 내건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의 정치적 힘이 확인된 선거인 것 같다.

윤평중 = '박근혜의 힘'과 민주당 실책이 상승효과를 낳았다. 박근혜의 힘에는 여러 요소가 있을 텐데, 특히 이명박 정부에 전면적으로 결여된 공공성에 대한 헌신, 신뢰 면에서 박 위원장은 차별화된다. 공천과정, 당명을 바꾸는 과정에서의 변신 노력이 일정 부분 받아들여진 측면도 있다. 민주당의 경우 여러 중대오류를 범했는데,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과거 스스로 추진한 사안의 정책(입장) 변경이 중간층 시민에게 과격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공천과정의 오류,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과 관련해) < 나는 꼼수다 > 의 대중적 인기를 동원하려 한 지휘부 판단 오류 등이 있었다.

김호기 = 정치전략엔 '지지세력 결집' '중간층 통합' 두 가지가 있는데 야권은 지지세력 결집 쪽으로 계속 나아갔고 오히려 새누리당이 중간층 통합에서 성과를 거두지 않았나 싶다. 이번 선거의 특이점이 충청·강원에서 야권 약세인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수도권에서는 박근혜 힘의 한계가 두드러지지 않았나 싶은데.

최정표 = 같은 생각이다. 영남 의석이 67석인데 지역구도상 야당이 의석수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영남뿐 아니라 강원, 충청에서 '이 기회에 박근혜를 확실히 밀어주자'는 결집 현상이 나타난 것이 새누리당이 성과를 낸 요인이다. 미래 권력 지원이 과거 정권 심판을 완전히 압도해버린 셈이다.

도정일 = 민주당이 들고나온 전략이 정권 심판론이었다. 심판이라는 말의 부정성은 한국 전통 정서에 맞지 않는 데다 선거에는 긍정적 힘의 작용이 있어야 한다. 신뢰감을 줄 만한 정책요소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한국인은 남이 하는 막말을 싫어한다. 선정적 선거전략에 과도하게 의존한 것은 전략적 실수였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사'간 것은 정권 심판론의 김을 빼려는 작전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권 심판론이 유효할까에 전략적 판단을 빨리 했어야 하는데 한발 처진 느낌이다.

윤평중 = 민주당의 언어에는 미래에 대한 전망, 비전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동은 치명적인 역효과를 미쳤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

김호기 = 올해 초까지만 해도 양극화, 재벌개혁 등에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는데 뭐 하나 정책적으로 이슈화되지 못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국면이라서 자칫하면 대선에서도 정책이 실종될 가능성이 있다.

윤평중 = 민주당과 범야권에서 정책을 내놓긴 했다. 하지만 거대 담론 수준에 머무른 감이 있다. 이를테면 한·미 FTA도 밑바닥에서부터 접근할 수 있었을 텐데 성급하게 '미국의 경제식민지가 된다'는 주권문제로 접근했다. 무상급식을 '애들 먹는 밥 갖고 그러느냐'로 얘기하니 효과가 있었다. 정책을 구조적으로 보면서도 구체화·지역화·미시화시키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김호기 = 2008년 미 대선에서 오바마 정책이 금융개혁과 의료개혁이었듯 선거에서는 '상징 정책'을 가지고 싸운다. (지난 선거 때)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에 이어서 이번 선거에서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의 설득력 있는 정책을 야권이 내놨어야 했다고 본다. 젊은 세대들이 대면한 문제에 정책 대안이 제시돼야만 이들이 투표하러 나온다.

도정일 = '먹혀들어가는 정책', 희망과 신뢰를 주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테면 등록금 문제도 심각하지만 졸업 후 일자리가 없다는 데 학생들이 많이 좌절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절체절명의 정책적 요구다. 야당이 이런 걸 해결해주길 바랐는데 못하고 과도하게 심판론에 매달리며 민간사찰에 집중했다. 민간사찰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점에서는 큰 사건이지만 이 사안에 예민한 선거계층이 있고 예민하지 않은 계층이 있다. 신뢰와 희망을 이끌어낼 정책 메뉴를 개발하지 못하면 야권은 대선에서도 희망 없다.

김호기 = 통합진보당은 '절반의 성공'이랄까, 한 가지로 판단하기 어려운 성적표를 받았다. 보수든 진보든 제3세력이 약화된 것 같다.

도정일 = 통합진보당의 정당 득표율이 10%면 못한 것이 아니다. 원내 진출하던 때 생각해보면 안정적인 정치세력으로 성장한 것이다. 제3당은 대표하는 국민계층 집단이 선명해야 하고 노선, 정책이 선명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명칭에서부터 명확했지만 '통합진보당'은 애매하다. 제3당의 힘을 어디서 확보하고 강고하게 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녹색당, 진보신당은 기대에 못미치는 득표였다. 소수정당 기능도 살아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큰 과제다. 녹색당은 정당득표를 통한 비례대표 배출을 기대했던 것 같은데 처음부터 안될 것으로 생각했다. 새누리와 민주, 이 대결 구도의 어느 한쪽에 서야 한다는 절박감이 우리 국민들 속에 상당히 깊게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몸을 빼서 진보정당에 투표하고 싶어도 어려운 거다.

김호기 = 이번 선거에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향력이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2010년 지방선거, 지난해 10월 재·보선과 비교하면 SNS 공론장에서 소통의 분절화가 진행되는 것 같다. 보수적 네티즌들끼리, 진보적 네티즌들끼리만 소통하려는 현상이 있다.

도정일 = SNS의 특징은 '막힌 소통'이다. 서로 다른 생각, 견해 사이의 의견교류 역할 면에서 SNS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치권과 언론이 SNS 영향력과 파괴력에 대해 너무 과도한 점수를 주고 있었다.

윤평중 = 이번에 SNS의 포퓰리즘 측면, 부정적 측면을 민주당이 비싼 수업료를 내고 학습했다고 본다. 하지만 246개 선거구 각개전투였던 총선과 대선은 다르다. SNS의 영향력은 더 확대될 여지가 있다.

김호기 = 이번 선거는 '총선 속 대선'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대선 전망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새 국회 역할에, 혹은 여야 정당에 한마디씩 한다면.

최정표 = 이번 총선이 대선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대선 후보가 분명했지만 상대 후보는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양 진영의 득표율도 46.8%를 전후로 비슷하게 나왔다.

윤평중 = 호각지세의 총선 결과가 나와서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형국이 됐다. 대선에 관해 민주당이 울상 짓고 새누리당이 웃음을 터뜨릴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득표력 한계가 노정됐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운신 폭이 더 넓어졌다고 생각된다. 범야권 단일후보와 박근혜 위원장에게는 남은 8개월 동안 어떻게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개발하고 중간층 호소력을 넓혀갈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도정일 = 19대 국회에 대해 얘기한다면, 과반이 집권당에 가 있어서 18대 오류를 스스로 시정할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근혜 위원장의 지도력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박근혜 위원장은 18대에서 잘못 만든 법은 뜯어고치고 잘못 밀고나간 정책은 과감히 바꿔야 한다. 민주당에는 '제발 공부 좀 하라'고, 전략가를 키우고 정책 연구를 좀 하라고 말하고 싶다.

<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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