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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MB 민심'에만 의존.. 내부개혁·비전 없이 기득권 챙겨

최우규·김진우 기자 입력 2012. 04. 12. 22:43 수정 2012. 04. 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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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총선 패인

① 집권한 듯한 오만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근저에는 '오만과 불통'이 놓여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올 초만 해도 민주당의 제1당 달성은 확실해 보였다. 단독 과반의석 확보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민심이 이명박 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과신은 변화하는 민심을 외면한 채 오만과 불통으로 드러났다.

당장 민주당은 '내 눈에 든 들보'부터 뽑아내는 과감한 내부 개혁에 소홀했다. '무원칙, 무쇄신, 무감동'으로 비판받은 공천부터가 그랬다. 개혁을 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나눠먹기식 공천' '측근 공천'이 잇달았다.

어수선한 민주 선대본부 해단식

19대 총선 다음날인 12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 참석한 당직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행사장 뒤쪽에 서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현역 의원 대부분이 공천장을 거머쥐었고, 심지어 당내 공천심사위원 대다수가 공천을 받았다. 탈당 후 재복귀한 이용희 의원의 아들 이재한씨를 단수 공천해 지역구 세습논란에 휘말렸고, '철새정치인' 논란을 빚었던 이상민 의원 역시 공천장을 받았다. 임종석 전 사무총장과 이화영 전 의원, 이부영 전 의원 등 법적 논란이 일고 있던 이들에 대해서도 '모르쇠 공천'으로 일관했다. 자살까지 불러온 모바일 경선 문제에 대해서도 그냥 덮고 가는 식이었다.

이런 가운데 "집권 가능성 99%" 등 총선과 대선 승리를 기정사실화하는 당 인사들의 발언이나 행동이 줄을 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말바꾸기와 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해적기지' 논란에 대해서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오만한 정부 심판론'을 외쳤지만 역으로 '오만한 야당 심판'으로 돌아왔다. "국민은 준비되었건만 민주당은 요행을 바랐다. 감나무 밑에 드러누워서 마치 감이 입으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일을 했다"(박지원 최고위원)라는 내부 자성이 나온 이유다.

<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

② 리더십 부재잇단 위기 신호에도 무대응·소극대응 일관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1·15 전당대회 후 출범부터 리더십에 물음표가 달렸다. 대권주자들은 전대에 불출마했다. 자신의 지역구를 닦거나 총선 지원 유세를 하느라 바빴다. 전대에서 선출된 한명숙 대표는 카리스마를 가진 투사가 아닌 화합형이다.

한 대표는 '친노, 386, 수도권' 등 지원세력과 지지자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했다. 대표적인 게 임종석 전 의원의 사무총장 기용이다. 보좌관의 금품 수수 공범 혐의로 1심 유죄를 받은 그를 서울 성동을 후보로도 공천했다. 이화영 전 의원 등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 중인 인사들도 공천했다.

그와 동시에 당내에서 '시민사회, 호남, 관료파 홀대론'이 제기됐고, "매일 지지율 1%씩 까먹는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해찬·문재인 상임고문도 임 전 총장의 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달 9일 임 전 총장은 뒤늦게 모든 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팟 캐스트 < 나는 꼼수다 > 멤버인 김용민 후보 처리 문제도 내홍만 계속됐다. 민주당은 < 나꼼수 > 멤버인 정봉주 전 의원 지역구인 서울 노원갑에 김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지역구 세습' 비판이 제기됐지만 무시됐다.

김 후보가 8년 전 성인 인터넷 방송에서 여성 비하, 노인 폄훼 등을 한 막말 파문이 터져 나왔다. 김 후보 측은 "사퇴하면 나꼼수 팬들은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버텼다. 상황이 악화된 뒤에야 김 후보 측에 사퇴 의견을 전달했으나 그게 다였다. 한 대표의 약한 카리스마도 '갈지자' 횡보 폭을 키웠다. 정부 실정과 측근 비리, 한나라당 돈 봉투 살포 사건 등 호재를 소화하지 못하고 여당 공격을 받아치는 데 급급했다. 유권자의 머리와 심장에 각인될 대표 공약을 내놓지 못했다.

< 최우규 기자 banco@kyunghyang.com >

③ 총체적 전략 부재'주적' 놓고 MB·박근혜 사이서 오락가락

전략 부재도 민주통합당의 완패 원인이다. 지역 전략, '프레임'(의제 틀) 전략, 정책 전략 모두 부재였다.

19대 총선의 지역별 전략은 없었다. 지도부는 서울·수도권에서 부산을 오가는 '경부 라인'에 집중했다. 충청이나 강원이나 그게 탈이었다.

지역 지도부는 기존 승리에 젖어 새 인물이나 새 공약 개발에 게을리했다. 당내에서 자체 '블록'식으로 의원들이 행동을 함께하던 충북에서는 지역 1당을 새누리당에 내줘야 했다. 충남에서도 다르지 않아, 자유선진당의 힘이 약해진 지역을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선거 메시지도 우왕좌왕했다. '주적'을 이명박 대통령으로 하느냐, 새누리당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하느냐를 놓고 오락가락했다. 결국 "박근혜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의 2인자"라며 '이명박근혜' 구호를 외쳤다. 박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에서 불법사찰을 받았던 사람이라며 공동 심판론에서 비켜갔다. 또 새누리당의 '친노 대 박근혜' 구도에 끌려가면서 '문재인과 박근혜' 간 대선 전초전으로 인식됐다. 정책 전략은 총선 이전부터 혼란스러웠다. 민생과 비전보다 '검찰개혁'을 주요 화두로 내걸었다. 당 일각에선 한명숙 대표의 "한풀이 정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

④ '반MB'에만 기대여당이 '민생' 말할 때 대안 없이 '심판' 구호만

'정권 심판'. 총선 내내 민주통합당을 지배한 구호다. 민주당은 선거전 이전부터 터진 정부 실정을 최대한 활용해 회고적 투표에만 기댔다. 2004년 17대 총선 국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 심판론',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노무현 정권 심판론'이 맹위를 떨친 점을 감안한 것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을 지지대 삼아 승리를 거머쥔 바 있다.

실제 민주당엔 호재가 즐비했다. 양극화와 청년 실업에 따른 민심 이반,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보좌관들이 연루된 중앙선관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이 줄을 이었다. 공식선거운동 기간에는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까지 터져 나왔다. 선거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위기의 한나라당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경제민주화를 정강·정책에 도입했다. 골목상권 보호부터 카드 수수료율 인하까지 '좌클릭' 민생 구호도 이어갔다. 민주당도 맞대응 차원에서 정책들을 발표했지만 일사불란하게 거리로 퍼지지 않았다. 후보든, 지도부든 정책을 유세의 앞쪽에 내놓지 않아서다. 그저 "새누리당 정책은 가짜"라고 비난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도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았다. 6·2 지방선거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유권자를 가장 많이 끈 공약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롭지도 않고 '많이 들어본 공약'에 유권자들은 귀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반MB'에만 기대고 민생 정책과 대안, 이슈를 내놓지 못한 민주당을 유권자는 주목하지 않았고, 그게 의석수 차이로 나타났다.

< 최우규·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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