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로켓발사 실패 이후]체면 구긴 北, ICBM 전격 공개 '시위'

입력 2012.04.16. 03:23 수정 2012.04.1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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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단미사일보다 커 태평양 美함대도 사정권
로켓 실패 의식 '군사력 과소평가 말라' 메시지

[동아일보]

북한이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태양절)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벌인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신형 장거리미사일을 전격 공개했다.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외부에 노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그간 공개한 미사일 중 사거리가 가장 긴 미사일은 2010년 10월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무수단 중거리미사일(IRBM)이었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신형 장거리미사일은 열병식의 맨 마지막에 등장했다. 앞서 스커드 개량형을 비롯한 단거리미사일과 노동, 무수단 중거리미사일을 탑재한 이동 차량들이 지나간 뒤 대열의 맨 끝에 신형 장거리미사일이 육중한 수송차량에 실려 모습을 드러냈다. 이 미사일의 본체에는 'ㅈ'으로 시작되는 10여 개의 숫자가 흰 글씨로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이날 행사에선 끝자리가 15번부터 18번까지 모두 4기의 미사일이 공개됐다. 특히 신형 장거리미사일이 연단 앞을 지나가자 김정은이 만면에 웃음을 띤 채 바로 옆에 서 있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정각 인민무력부장과 뭔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조선중앙TV의 중계를 통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신형 장거리미사일은 2010년 처음 공개된 무수단미사일을 압도했다. 장거리미사일의 이동차량에 장착된 대형 바퀴는 8쌍으로 무수단미사일의 이동차량보다 2쌍이 더 많았다. 미사일의 길이와 무게가 그만큼 더 나간다는 의미다.

군 소식통은 "신형 장거리미사일은 길이가 18m 이상, 지름은 2m 내외로 무수단미사일보다 규모가 커 사거리도 훨씬 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무수단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태평양의 괌까지 도달할 수 있는 3000∼4000km로 볼 때 신형

장거리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5000∼6000km가 넘는 ICBM급으로 추정된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수년 전부터 개발 중인 이동형 ICBM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형 장거리미사일은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을 비롯해 태평양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7함대 전력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무수단미사일이 기본적으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발된 만큼 신형 장거리미사일도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한다면 1t 이상의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군 소식통은 "이 미사일이 13일 평안북도 동창리

기지에서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장거리 로켓보다 길이가 약 10m 짧은 다른 기종으로 무수단미사일의 개량형으로 보인다"며 "이

미사일은 지금까지 발사된 적이 없는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이 미사일의 실전배치 여부와 정확한 제원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무수단미사일도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실전배치한 점을 볼 때 신형 장거리미사일도 이미 실전배치됐거나 배치 직전 단계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의 군사전문가 오두 하지메(小都元) 씨는 NHK방송에 "향후 엔진의 연소시험을 거쳐 처음으로 발사 실험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신형 장거리미사일을 공개한 것은 13일 강행한 장거리로켓 발사가

실패로 끝난 것을 만회하려는 제스처로 보인다. 군 고위 관계자는 "로켓 발사 실패로 체면을 구긴 김정은과 군부가 내부 동요를

막고, 외부에 '우리의 미사일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대내외적 심리전 차원에서 신형 미사일 공개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이날 열병식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총 34종, 880여 대의 무기를 공개했다. 이전까지는 26종, 707대의 무기가 동원된 1992년 인민군 창군 60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의 규모가 가장 컸다.

또 북한은 이날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전략로케트군' 장병들을 동원해 눈길을 끌었다. 전략로케트군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3월

3일 시찰한 '전략로케트사령부'를 말한다. 평양 강동군에 있는 이 부대는 '미사일지도국'으로 알려진 군단급 부대로 예하에

스커드미사일 사단과 노동미사일 사단, 무수단미사일 사단 등 3개 사단을 두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신형 장거리 탄도미사일도 이 사령부 소속으로 편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탄두중량 770kg∼1t 규모의 스커드미사일 700여 기, 탄두중량 700kg의 노동미사일 200여 기를 실전배치해 놓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동영상] 北, ICBM급 신형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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