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 몰린 아르헨티나, 스페인에 매각한 국영석유회사 몰수

차미례 입력 2012. 4. 23. 11:12 수정 2012. 4. 23. 11: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유량 급감에도 재투자 않고 주주들 배만 불린다" 구실로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AP/뉴시스】차의영 기자= 10년 전만 해도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국이었다가 지금은 연간 수십억 달러의 석유 수입국가로 변한 아르헨티나가 재정 부담에 못이겨 국내 최대 석유회사인 렙솔 YPF SA를 스페인으로부터 몰수했다.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이 같은 처사는 가뜩이나 사상 최대의 국가 부채 디폴트로 세계경제의 건달 취급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진짜 국제 깡패로 만들만한 과격한 조치라고 경제분석가들은 말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최대의 투자국인 스페인은 당연히 격분했지만 국민들은 애초에 국영기업이었던 YPF의 몰수에 의해 한껏 고조된 분위기이다. 두 달 전 YPF사는 아르헨티나에서 찾아낸 석유와 가스 매장량을 230억 배럴로 올려잡고 이를 개발하는데 연간 250억 달러가 필요하다며 해외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 아르헨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면 재조정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스페인측 요구에 응하는 대신 회사를 아예 몰수했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현금 수입원을 확보하고 국내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만성적 에너지 부족에 시달려온 국가의 장래 근심거리까지 해결하려는 계산에서다.

몰수 이유는 렙솔사가 1990년대 YPF의 경영지배권을 행사한 이래 유전이나 가스 생산시설에 재투자를 하지 않고 주주들에게 엄청난 배당금을 지급함으로써 아르헨티나의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렙솔사는 이에 대해 현대통령의 남편으로 2010년 작고한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집권한 2003년 이래 국내 에너지 수요는 지나치게 증가한 반면 생산량이 떨어지는데도 복잡한 유가보조금제도, 유가정책, 수출관세 등이 끊임없이 변동하면서 기업에 압박을 가해왔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주장이 부분적으로는 다 맞다고 보지만 문제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렙솔 측이 이익금을 생산에 재투자하지 않고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계획을 승인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시설 확충이나 새 유정 탐사비용은 삭감되고 사내유보금은 감소하면서 낡은 유정들이 고갈돼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 2000 대비 2010년 생산량은 22% 감소한 반면 수요는 40% 이상 치솟았다고 전 에너지장관 에밀리오 아푸드는 말한다.

2002년 세계적인 국가부채로 초토화된 국가경제를 어느 정도 재건하는데는 저렴한 국내산 에너지가 큰 도움이 됐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에너지 부족을 메우기 위해 비싼 해외 석유를 수입하는데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유가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 냄비를 두드리는 거리시위가 잇따라 일어나 몇명의 대통령들을 축출한 바 있다.

2010년만 해도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00달러가 넘고 있어 금년의 석유 수입액은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렙솔이 재투자를 안 해 30억 달러의 에너지 결손을 초래했다고 비난하면서 국유화를 선언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원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경제정책의 잘못으로 지속 불가능한 국가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페르난데스는 강조했다. 또 YPF의 몰수가 재국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민간 투자를 끌어들여 새로운 반관반민의 주식회사 체제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브라질이나 우루과이에 비해 다섯배나 싼 국내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에 몰수라는 강경책을 택한 그녀의 정책은 석유회사들이 생산비에 비해서 적자를 보더라도 아르헨티나 정부에 우선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렙솔 YPF는 회사의 국영화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차입금을 낼 계획을 마련 중이었지만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미 선언을 한 뒤였다면서, 재빨리 라틴 아메리카의 다른 나라 투자처로 눈을 돌려 주주들을 보호하고 아르헨티나에서의 손실을 만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오 뷰로 렙솔 사장은 아르헨티나측에 몰수된 지분의 시장 최저가격인 105억 달러를 요구할 계획이지만 국제소송이 마무리 되는 수년 내로 이 금액을 받아내기는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

cmr@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