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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 즉시 수입중단" 약속 해놓고.. 마트 만도 못한 정부

배성재기자 입력 2012. 04. 25. 19:17 수정 2012. 04. 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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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6년 만에 광우병 재발] 4년 전 쇠고기 추가 협상때 신문에 광고까지 내
통상마찰 우려, 전수 조사·검역단 파견도 안지켜
"수입위생 고시 美와 다시 협의" 부실 협정 시인

2008년 5월 8일자 한국일보 1면에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 공동 명의의 광고가 게재됐다. '정부가 책임지고 확실히 지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이 광고에서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 ▦이미 수입된 쇠고기를 전수(全數)조사하겠다 ▦검역단을 파견해 현지실사에 참여하겠다 ▦학교 및 군대 급식을 중지하겠다라는 등 4가지를 약속했다.

당시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도 국회에 출석해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 중단에 들어갈 것"이라며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 협상 과정에서 검역주권을 강화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24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지역 농장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된 데 따른 정부의 대응방침은 검역주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입 중단은 고사하고 수입국의 가장 기본적 권한인 검역중단조차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우려해 취하지 않았다.

농식품부 여인홍 식품산업정책실장은 25일 브리핑에서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은 비정형이어서 동물성 사료 섭취에 의한 발병 가능성이 낮다"며 검역중단 대신 현재 3%인 개봉검사 수준을 10%로 확대하는 등 검역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이날 저녁 뒤늦게 개봉검사 비율을 30%로 늘리겠다고 수정했다.

당초 약속한 전수조사는 인력 부족과 방대한 쇠고기 수입 물량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현재 검역검사 인력으로 30% 개봉검사가 가능할 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4년 전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거짓 약속을 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될 경우 국내에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미 양국이 국제적으로 합의한 사항을 넘어서는 내용을 국내법에 삽입할 수는 없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 현지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시 수출을 중단하고 한국 정부와 협의를 통해 수출 재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있어 정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롯데마트 등 일부 대형마트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감안해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대에서 치운 것에 비하면 정부 대책이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여 실장은 "수입위생 고시에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미국과 협의에 나서겠다"며 부실한 검역주권을 시인했다.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수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 정부가 현장조사에서 확인해야 하는 것도 검역주권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편 이번 광우병 사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예상됐던 미국의 추가 쇠고기 개방 압력은 한 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추가 쇠고기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거듭된 공언에도 불구, 그간 미 축산업계의 거센 통상 압력 등을 감안할 때 쇠고기 재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번 광우병 발생으로 MB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와의 질긴 악연을 이어가게 됐다. 출범 초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광우병 위험성을 과소 평가해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던 MB정부가 임기 말에 다시 터진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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