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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발견땐 즉각 수입중단" 광고까지 내놓고..

입력 2012. 04. 25. 20:40 수정 2012. 04. 2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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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 젖소서 광우병 발생…정부 "통상마찰 가능성" 대책 미뤄

2008년 "미 광우병 발견땐 즉각 수입중단"

2012년 미 눈치 보며 검역중단조차 보류

미국에서 광우병(소 해면상뇌증·BSE) 사례가 발생했지만 우리 정부는 25일 관련 정보가 부족해 통상마찰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검역 중단 조처를 취하지 않고 유보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는데,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농무부 존 클리퍼드 수의학 담당관은 24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캘리포니아주 중부에 있는 축산물 가공공장의 한 암소에서 광우병이 발견됐다. 그러나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네번째이며, 한국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클리퍼드 담당관은 "이번 광우병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감염된 가축을 사용한 사료가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1993년 영국에서 광우병이 대규모로 발생한 이후 미국에서는 2003년 워싱턴주, 2005년 텍사스주, 2006년 앨라배마주에서 광우병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수입을 전면 중단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수입 중단의 전단계인 검역 중단 조처를 보류하기로 했다. '검역 중단'이란 육류 수입에 문제가 있을 경우 가장 먼저 내려지는 조처로, 검역 시행장에서 안전성 검사를 보류해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유통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여인홍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미국 쪽에서 제공받은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곧바로 검역을 중단할 경우 통상마찰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좀더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조처를 취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 소는 30개월령 이상 된 젖소이고 치매와 비슷한 비정형 광우병이어서 그 위험도가 굉장히 낮다고 판단한다"며 검역 또는 수입 중단에 소극적인 의중을 내비쳤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커져가던 2008년 5월 농식품부가 일간지에 발표한 공고문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당시 농식품부는 5월8일치 일간지에 공고문을 내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고 △이미 수입된 쇠고기를 전수조사하며 △검역단을 (미국에) 파견하여 현지실사에 참여하고 △학교 및 군대 급식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운천 당시 농식품부 장관은 국회 '쇠고기 청문회'에서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이 길밖에 없다. 통상마찰이 발생해도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한·미 두 나라는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하향조정하는 경우에만 우리 정부가 수입 중단 조처를 내릴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에 우리 정부가 검역주권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일간지에 이런 공고문을 발표했던 것이다.

정은주 김현대 기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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