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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하지 말라, 사람 망가진다'는 35세 벤처 CEO

박태희 입력 2012. 04. 27. 00:47 수정 2012. 04. 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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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사장된 류긍선씨

'스카치 테이프' '지프(Jeep)차'처럼 특정 상품이 시장을 선도하고 장악하면서 브랜드명이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경우가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을 일컫는 말로 '빌투모바일'이라는 단어를 흔히 쓴다. 빌투모바일은 국내 기업 ㈜다날이 개발한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의 미국 내 상품명이다.

 이 제품이 탄생한 건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다날에 개발자로 갓 입사한 당시 스물세 살 청년 류긍선(35·사진)이 입사 넉 달 만에 세계 최초로 내놓은 제품이었다. 그는 "신용카드처럼 지갑 속에 들어있는 모든 기능이 결국 휴대전화 속으로 들어오는 세상이 올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입사 11년 만인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평소 직원들에게 "벤처 풍토가 10년 새 바뀌었다, 야근하지 마라"고 강조한다. "야근을 하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람이 망가진다"는 게 이유다.

그는 "가능한 일찍 퇴근해 이런저런 공부를 하는 편이 조직의 미래에 더 도움된다"고 설명한다.

 개발과 경영의 차이에 대해서도 류 대표는 교과 과목에 빗대 명쾌하게 설명한다. 그는 "개발은 수학·과학과 비슷해 답이 딱 떨어진다. 그러나 경영은 안 되는 이유든, 잘 되는 이유든 해답을 찾기 어렵고 공식도 답도 모른 채 고민하고 판단하는 철학 과목 같다"고 말한다.

 올들어 다날은 미국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이달 초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휴대전화 불법 결제 방지 기술 등에 관한 특허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미국 카드시장의 25%를 차지하는 디스커버와 모바일 결제 마케팅 파트너 협약을 체결했다. 디스커버는 연 매출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결제 서비스 전문 회사다. 지난해엔 버라이즌·스프린트·AT & T·티모바일 등 미국의 4대 통신사와 결제중개사업을 맺은 유일한 글로벌 사업자가 됐다.

 하지만 미국시장에 진출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5년 류 대표는 빌투모바일을 들고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스프린트사의 연구소를 찾았다. 비행기·기차·자동차를 갈아타고 꼬박 하루를 걸려 찾아간 뒤 결제 방식 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냉정했다.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3년 만에 전혀 다른 반응이 왔다. 스프린트 측은 "우리는 통신 인프라 사업 경험은 많지만 커머스 경험이 부족하다. 다날과 함께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휴대전화로 결제된 거래금액은 모두 2조5000억원. 이 가운데 1조원이 다날의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으로 거래됐다.

박태희 기자 < adonis55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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