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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보스와 묏자리 거래바티칸의 '21세기판 면죄부'

입력 2012. 04. 30. 15:00 수정 2012. 04. 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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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거액 받고 교황 옆 자리 내줘

살인수사과정 22년만에 들통

바티칸이 거액을 받고 범죄조직의 보스에게 교황들 옆자리의 무덤을 내준 사실이 22년만에 확인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런 '부당 거래'가 30년이나 미제로 남아있던 이 범죄조직의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알려지면서 극적인 요소를 더하고 있다.

로마 교황청은 1990년 숨진 로마 인근 마글리아나 지역의 범죄조직 두목 엔리코 데페디스의 부인에게 당시 돈으로 10억 리라(약 7억5000만원)를 받고 망자를 성 아폴리나레 바실리카(성당) 묘지에 매장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지난 30일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를 인용해 보도했다.

교황청의 한 소식통은 "처음엔 (바티칸 내부에서) 거부감이 컸지만, 당시 로마대교구의 주교 총대리였던 우고 폴레티 추기경이 엄청난 돈 앞에서 망자에게 축복을 해주었다"며 보도 내용을 인정했다. 문제의 돈은 선교사업과 성 아폴리나레 성당의 재건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원에게 암살당한 데페디스는 이 성당에 묻힌 역대 교황들과 추기경들의 옆에 나란히 눕는 호사를 누려왔다. 악당이 죽어서 성지에 묻힐 수 있었던 이유가 뒤늦게 밝혀진 셈이다.

바티칸은 안사 통신의 첫 보도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논란이 갈수록 커지자 교황청의 한 관리는 데페디스의 유해를 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달 초 로마 치안판사가 지난 1983년 6월 당시 15살이던 한 소녀의 피랍·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중 바티칸이 마글리아나 범죄조직과 관련이 깊다고 주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에마누엘라 오를란디라는 피살 소녀는 바티칸 관리의 딸이었다. 오를란디의 아버지는 바티칸의 한 은행과 마글리아나 범죄조직과의 유착 관계를 알고 있었으며, 데페디스가 이를 입막음하기 위해 오를란디를 납치했다고 믿는다. 문제의 암브로시아노 은행은 1982년 파산했다.

지금까지는 1981년 교황 요한 바오르 2세 암살을 시도했던 터키의 극단주의자들이 바티칸 쪽에 수감된 동료의 석방 협상을 위해 마글리아나 조직에 오를란디의 납치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바티칸은 이 모든 주장들을 부인한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 신부는 "바티칸은 아무 것도 숨기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공개할 비밀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바티칸과 범죄조직, 은행의 삼각 유착관계 의혹이 보도된 직후 로베르토 칼빈 전 암브로시아노 은행장이 영국 런던의 한 다리 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건은 더욱 의혹을 키우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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