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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 오만한 KT에 방통위가 놀아났다"

입력 2012. 05. 04. 21:55 수정 2012. 05. 0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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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망 끊은 KT 위법한데 과징금 없이 '경고' 결정…양문석 "독단적 이석채, 또 망 끊을 것"

[미디어오늘 최훈길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스마트TV 망을 일방적으로 끊어 이용자 피해를 입힌 KT에 대해 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솜방망이' 제재 결정을 내렸다. 방통위 상임위원들 내부에서도 '오만한 KT의 행보에 대해 규제 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성토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KT 사장 출신인 이계철 방통위원장이 취임 이후 KT에 편향적인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던 상황에서, 방통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향후에도 규제 감독 기관의 정책 결정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더욱 증폭되게 했다.

방통위는 4일 전체회의에서 KT가 삼성전자의 스마트TV의 서비스를 접속 차단한 것과 관련해 전기통신사업법령상 금지행위를 위반했다며 경고 조치를 의결했다. 사업자의 위법 행위에 대해 과징금, 시정명령, 경고 조치 등의 행정 처분이 내려질 수 있지만, 경고 조치만 의결됐다.

앞서, KT는 삼성 스마트 TV가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며 지난 2월10일 오전9시부터 14일 오후5시30분까지 삼성 스마트 TV의 서비스 접속을 차단했다. 그 결과 KT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782만 명 중 삼성 스마트TV의 이용자 약2만4000명이 약 5일간 삼성 스마트TV 서버에 접속할 수 없게 됐다.

삼성 스마트TV. ⓒ삼성전자

방통위 "KT가 이용약관 위반-이용자 차별, 스마트TV 과다 트래픽도 발생 안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KT가 이용약관을 위반했고 삼성 스마트TV의 이용자를 차별했다는 이유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방통위는 "(KT가) 접속제한 시 '이용제한의 일시 및 기간 등을 사전 통지'해야 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은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제1항제5호의 전단'의 규정에 따라 '약관과 다르게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여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KT 약관에는 이용 제한 시 7일 이내에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을 통보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방통위는 삼성 스마트 TV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접속 차단을 한 것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제1항제5호 및 동법 시행령 42조 규정에 따라 '전기통신설비 또는 그 밖의 경제적 이익 등을 다른 이용자에 비해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여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또 "(2010년 2월)삼성 스마트TV 출시 후 유료 콘텐츠 구매자는 2700명이고 삼성 스마트TV 서버에서 발생하는 일평균 데이터량도 50기가로서 조사 당시 트래픽 폭증 우려는 없었다"고 밝혀, '과다 트래픽'을 주장한 KT와 다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방통위가 위법했다고 판단하면서도 '경고' 제재로 사실상 '솜방망이' 제재를 한 것이 적절한 수위였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정종기 방통위 이용자보호국장은 "KT가 이미 접속제한 조치를 해제했고 일간지(헤럴드경제, 한국경제)에 사과광고를 게재했기 때문에 시정명령의 실익이 없다"며 "전기통신사업법 50조 위반은 과징금 부과 대상이나 이용자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보상 조치도 있어 과징금 부과의 취지는 달성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 국장은 "법원은 현행 법 기준으로만 판단하지만, 망 중립성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방통위로서는 이번 결정과 망 중립성과의 관련성을 분리하려고 해도 밖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일부 의견이 있다"고 말해, 이번 제재 수위를 두고 망 중립성 정책 논의를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망 사업자인 통신사가 망에서의 콘텐츠 사용에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망 중립성과 관련해, 방통위는 산하에 업계 관계자 등이 포함된 정책자문단을 구성해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매달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방통위가 통신사쪽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시민단체쪽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가 이번에 KT에 강도 높은 제재를 한다면, '스마트 기기의 증가에 따라 망을 이용하는 사용자(사업자)가 늘어나 트래픽 등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보고만 있어야 하느냐'는 통신사쪽 반발을 고려했다는 지적이다.

위법하다면서 '솜방망이' 제재? 양문석 "사무국이 애초부터 KT가 원하는 판을 짰다"

그러나 방통위 사무처에서 KT에 과징금을 매기지 않은 여러 이유를 밝혔지만, 방통위가 KT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에 애초부터 나설 의지가 없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사무국에서 논의 구조를 이렇게 짜면 결국 제재 수위가 이것밖에 안 나온다"며 "망 중립성 사안과 연계하지 않고 플랫폼 이용자 피해에 대해서만 논의를 가져가면 이런 결과가 안 나온다. 이용약관 위반이자 이용자 차별은 최소 과징금"이라고 지적했다

양문석 위원은 "(사무처가) 여기에 망중립성 사안과 연계해 논의를 이끌어 온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망 중립성을 끌어들이는 것은 KT가 원했던 거 아닌가. 이석채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을 법률적으로 봐야 하는데 결국 KT판에 (방통위가)놀아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문석 위원은 또 "KT는 변호사를 사놓고 법률을 검토하고 망 중립성 사안과 엮으면 (제재 수위가)이것 밖에 안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회장의 오만불손함에 대해 버르장머리를 고치지 않으면 언제든 망을 또 끊을 수 있다"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망 중립성 정책과의 영향을 고려한 방통위 사무처의 결정에 대해서는 공감해 양문석 위원과 다른 입장을 보였지만, 재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했다. 신용섭 위원은 "이용자 입장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막 (망을 끊고)처리하는 그 문제가 재발될 수 있다면 굉장히 문제가 커진다"며 "사업자들이 맘대로 망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용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홍성규 위원도 "(제재 수위가)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가슴이 아프고 속이 쓰리지만 이런 정도로 가자"며 "정말 확실한 경고가 될 수 있도록 해 재발 방지를 하자"고 말했다.

위원들의 잇달은 발언을 수십 분간 계속 듣기만 했던 이계철 위원장은 의결을 하기 앞서 준비해 온 메모를 읽으면서 본인의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 망 중립성 논의가 활발히 진행이 안 돼 이런 게 발생했다"며 "KT는 우리나라 통신 발전을 선도한 기업인데 더욱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통신사가)자사 이익을 위해 이용자를 볼모로 송신을 차단한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작태"라며 "향후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엄중히 처리하도록 하고 피해 이용자들이 빠짐없이 보상 받도록 챙겨 달라"고 말한 뒤 이번 안건을 '경고'로 의결했다.

KT "본연의 의도와 다르게 소수 이용자에게 불편 발생", 양문석"10만명 피해가 소수냐"

한편, KT측은 의결에 앞서 방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번 안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상임위원들으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다. 김효실 KT 경영경제연구소 상무는 "접속제한 조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본연의 의도와 다르게 소수 이용자에게 불편이 발생했다"며 "이용자 피해에 대한 대책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 부분은 계속적으로 시행하려고 한다. 이런 노력을 감안해 가벼운 경고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양문석 위원은 이번 스마트TV망 접속 차단을 두고 "같이 놀았던 사람(LG전자)은 놔두고 안 놀아준 사람(삼성전자)에게 연탄재를 뿌렸는데 옆에서 구경한 사람(스마트TV 이용자)이 연탄재를 맞은 게 아닌가"라며 "KT가 알면서 이렇게 했다는 것이 악질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5일간)10만 명이 이용자가 피해를 입었는데 피해가 거의 없다고 말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KT회장이 얼마나 센지 모르겠지만 이쪽 저쪽 다 무시하면서 이렇게 한 것에 대해서 해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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