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조승우를 위한 지바고, 옥주현을 위한 엘리자벳

최민우 입력 2012.06.05. 00:33 수정 2012.06.0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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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더 뮤지컬 어워즈' 영광의 얼굴들

대타로 뛰어들어 대박 터뜨린 '황제'

남우주연상 조승우

또 다시 조승우였다. 2년 연속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가 없는 한국 뮤지컬을 상상할 수 있을까.수없이 무대에 섰지만 이상하게 떨렸다. 리허설 때 이미 목이 쉬었다. 시상식을 위한 공연 무대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조승우."

 갑작스러운 호명, 4일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조승우(32)의 이름이 불렸다.

2008년 '맨 오브 라만차'로, 지난해 '지킬 앤 하이드'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데 이어 세 번째 수상이다. 그는 당황해 하면서도 "(소감을 말할) 시간 많지요?"라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는 1900년대 초반 러시아 변혁기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닥터 지바고'였다. 조승우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었다. "의사이자 시인이며, 누군가의 남편이자 연인인 지바고의 복잡한 심경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그에게 지바고는 힘겨운 선택이었다. 지난해 그를 우뚝 세운 '지킬 앤 하이드'는 입대 전에도 했던 작품. 역할에 대한 이해가 충분했고, 준비 시간도 여유로웠다. '조지킬'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농익은 연기와 소름 끼치는 가창력으로 기립박수를 끌어냈다.

 하지만 '닥터 지바고'는 달랐다. 개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바고 역에 캐스팅됐던 주지훈이 성대 결절로 하차하며 조승우가 급작스럽게 투입됐다.

준비할 시간은 한 달 여. 소설과 영화로 너무 유명한 원작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뮤지컬계 최고 흥행사인 그가 투입된다는 소식에도 '10분 만에 매진' 같은 열기는 없었다.

 '구원투수' 조승우는 전세를 180도 돌려놓았다. '바로 이때를 노렸다'는 듯 폭발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티켓 판매는 두 배 이상 뛰었다. 막판 마이클 조던이 투입된 농구경기처럼 배우들의 호흡도 살아났다. '닥터 지바고'에 대한 혹평도 점차 호평으로 바뀌어갔다. 조승우에게는 "극에 대한 완벽한 이해로 얼굴의 각도를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표현한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이날 수상소감에서도 그간의 마음고생이 묻어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닥터 지바고' 공연에 제가 뒤늦게 합류해서 (홍)광호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우리 지바고 팀 모두 사랑합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조승우는 지난 1년 뮤지컬 무대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지킬 앤 하이드'와 '닥터 지바고' 사이에 '조로'도 공연했다. 인간 본성의 극과 극을 탐험하던 지킬 박사나 가혹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랑을 지켜내려던 유리 지바고 등 무거운 역할과는 정반대의 캐릭터, '깨방정 떠는 조로'였다. 그의 몸개그는 대박이 났다. 관객은 10분에 한 번 꼴로 웃음을 터뜨렸다.

 조승우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많다. '뮤지컬 티켓 파워 1위' '뮤지컬의 제왕' …. 하지만 오늘의 영광이 그저 찾아온 건 아니다.

2004년 '지킬 앤 하이드'로 주목받기 전까지 그도 회당 몇 만원을 받는 평범한 배우였다. 하지만 그는 기본기를 다졌고, 무대에 열정을 쏟았다. '지킬 앤 하이드' 이후 '헤드윅' '렌트' '맨 오브 라만차' 등에서 '전회 매진' 기록을 세우며 한국 뮤지컬의 아이콘이 됐다. 그의 놀라운 기세는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

안티도, 혹평도 실력으로 물리친 '황후'

여우주연상 옥주현

옥주현은 더 이상 '아이돌 출신 가수'가 아니다. '엘리자벳'으로 한국 뮤지컬의 여제 자리에 올랐다.옥주현(32)이 4일 굵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주연상을 받는 자리에서다. 감격과 회한이 뒤엉킨 눈물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뮤지컬 배우 옥주현을 당당하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간 혹처럼 따라다녔던 '아이돌 스타' 출신이라는 의혹을 말끔하게 씻어내는 순간이었다.

 그랬다. 예전의 '가수' 옥주현은 매끈한 고속도로를 달려왔다.

1997년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Hero)'를 불렀고 한 기획사의 사장의 눈에 들어 스카우트 됐다. 곧바로 여성 4인조 핑클의 리드 보컬을 맡았다.

98년 5월 데뷔한 핑클은 '블루레인' '내 남자 친구에게' '루비' 등을 연속 히트시키며 한국 대중문화사를 물들였다. 특히 옥주현의 폭발적인 고음은 핑클의 노래에서 빼놓을 수 없었다.

 솔로 데뷔도 성공적이었다. 그는 2003년 5월 솔로 앨범 '난(Nan)'을 발표하면서 핑클의 이미지를 벗기 시작했다. 팝페라 장르 노래로 핑클이 아닌 '옥주현'을 알렸다. 라디오 DJ·방송 MC로 두루 활약했고, 건강미인 이미지도 다졌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 옥주현은 울퉁불퉁 비포장길이었다.

그가 뮤지컬에 뛰어든 것은 2005년. 120억원이 들어간 초대형 뮤지컬 '아이다'에서 주연을 맡으며 화려하게 입성했다. 아이돌 스타가 무대에 서는 일이 드문 탓에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 반 걱정 반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타라는 중압감 때문이었을까. 옥주현의 연기는 불안정했고, "아이돌 출신이 그렇지…"라는 비판이 나왔다.

 고된 시간이 이어졌다. 그럼에는 그는 굽히지 않았다. '몬테크리스토' '캣츠' 등에 출연하며 묵묵히 내공을 다졌다. 2009년에는 5개월 간 탭댄스를 연마해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통해 새로운 변신을 선보였다.

 그에 대한 오해는 계속됐다. '아이돌 스타'라는 배경이 그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안티팬들은 좋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이를 공세의 기반으로 삼았다. 옥주현은 그래도 꿋꿋했다. 4일 시상식이 그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옥주현은 수상 소감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 안 울어야지 했는데 눈물이 왈칵 난다"고 말했다. 이어 "클래식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기 위해 힘들었는데 고진영 교수님에게 감사 드린다"고 했다.

 그는 올 2월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1837~1898)의 삶을 연기했다. 자유롭고 꿈 많은 한 소녀가 한 나라의 황후 자리에 올라 시련을 겪고 죽음을 맞기까지의 삶을 표현했다. 자유를 갈망했지만 결국은 무정부주의자에게 죽임을 당한 엘리자벳은 어딘가 '뮤지컬 배우' 옥주현과 닮았다.

 옥주현은 이날 "엘리자벳의 정신적 고통이 제가 여러 일을 겪어오면서 추스려야 했던 마음과 통하는 것 같다"고 했다.

뮤지컬 속 엘리자벳은 '옥주현의, 옥주현에 의한, 옥주현을 위한' 배역이었다. 안정적인 연기력과 타고난 가창력을 선보인 그는 조금씩 안티팬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 젖혔다.

하얀 드레스를 차려 입은 옥주현은 이날 말 그대로 눈부셨다.

◆특별취재팀 문화스포츠부문=최민우·송지혜·강기헌·임주리·김효은 기자, 영상부문=임현동·김도훈 기자 < minwoojoongang.co.kr >

최민우.송지혜.강기헌.임주리.김효은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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