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에 돈만 내면 '화제의 책' 뽑힐 수 있다

2012. 6. 2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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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대형 온라인 서점 4곳 '광고 상품 안내서' 분석해보니

[동아일보]

19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메인 홈페이지. 본보가 네모로 색을 칠해 내용을 가린 부분이 광고란이다. 이들 광고란은 기대신간, 주목신간 등으로 마치 광고가 아닌 것처럼 포장돼 있어 독자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광고비는 1주일 기준이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홈페이지 메인화면 오른쪽 상단엔 '기대신간'이라는 코너가 있다. 새 책 몇 권을 따로 돋보이게 소개하는 자리다. 19일엔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 고도원의 '꿈이 그대를 춤추게 하라', 칼 필레머의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등 3권이 번갈아 가며 노출되고 있었다.

'예스24'가 수많은 신간을 검토한 뒤 3권을 엄선해 소개하는 걸까. 아니다. 일주일에 250만 원(이하 부가세 별도)을 받고 실어주는 광고란이다. '기대신간'이라는 서점의 평가를 돈을 받고 팔고 있는 셈이다.

본보가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교보문고 등 대형 온라인 서점 4곳의 '광고 상품 안내서'를 단독으로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서점들은 광고비를 받고 '베스트도서' '기대작' 등의 홍보 문구를 남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돈만 내면 화제작?

알라딘 메인 페이지는 '추천 기대작' '화제의 책' '주목 신간' 등의 코너 이름으로 책을 소개한다. 역시 일주일에 150만 원을 내야 하는 광고란이다. '화제의 베스트셀러'라는 코너조차 일주일에 50만 원을 받고 자리를 내주고 있다. 수십만 원만 내면 단숨에 베스트셀러 대접을 받는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는 '리뷰'도 판다. '리뷰 많은 책'이라는 코너 제목으로 광고를 팔고 있다. 그러나 받은 리뷰의 양과는 무관하게 일주일에 70만 원이면 '리뷰 많은 책'이 된다. 실제로 이 코너에 소개된 한 자기계발서는 리뷰가 단 한 건도 없었다. 'IT BEST' '인기만점 이 책' '북맨의 서재' 등의 코너에도 일주일에 50만∼80만 원만 내면 실릴 수 있다. 인터파크도 '핫클릭' '눈에 띄는 책'이란 코너를 일주일에 100만 원을 받고 판매한다.

문제는 많은 독자들이 이를 광고가 아닌 진짜 '서평'으로 받아들인다는 점. 서점들은 이런 코너에 광고임을 알리는 표시를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서점들은 각종 기획도서전을 열며 실제 좋은 책을 고르고 추천하는 일도 하고 있다. 서점이 책의 질을 따져 선정한 '좋은 책'과 돈만 내면 달아주는 '좋은 책'이 뒤섞이면 독자는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

○ 공정거래위원회 "책 광고, 문제 소지 있어"

한국출판회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도서 시장에서 온라인 서점을 통해 거래된 책의 물량이 36.8%로 가장 많았다. 소매점만 따져도 교보문고 같은 대형 소매점(16.4%)이나 소형 서점의 점유율(30.8%)보다 높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가장 많은 책을 판매하는 온라인 서점이 광고비를 받고 '화제작' '베스트셀러' 등의 용어를 남발하면 시장 왜곡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런 현실은 출판사들의 공정 경쟁도 막는다. 중소 출판사의 경우 좋은 책을 만들어도 광고비가 없으면 눈에 띄는 곳에 책을 소개할 수 없고, 결국 독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게 된다. 한 소규모 출판사 편집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책의 내용이 좋으면 서점들이 알아서 인터넷 화면의 좋은 자리에 넣어주었는데 이제는 모든 게 광고비로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평'을 파는 온라인 서점을 제재할 수는 없을까.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대한 법률'에 따르면 소비자를 속이거나 기만하는 광고는 불법이다. 김정기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구체적인 사실 관계와 함께 소비자 오인성, 공정거래 저해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아직 검토를 하지 못해) 현재로서는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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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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