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한 한국인.. 70세까지 일해야 쉴수 있다

김태근 기자 2012. 7. 4.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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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은퇴연령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늦어 연금 혜택 제대로 못 누려, 일 안 하면 생계 해결 못해 퇴직 후에도 취업 전선에 한국 노인 빈곤·자살률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 사회안전망 정비 시급

경기도 평촌에서 폐지를 주워 팔아 생활하는 김철순씨(71·가명)는 요즘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찜통더위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종일 돌아다녀도 손에 쥐는 돈은 하루 1만원 정도. 운이 없는 날은 고물상에서 이마저도 안 쳐준다. 작년부터 오른쪽 무릎이 안 좋다는 그는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우리나라에는 김씨처럼 노년에도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은퇴연령〈키워드 참조〉은 남성의 경우 70세를 넘겼다. 노후에도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는 우아한 이야기가 아니다. 70세가 넘어야 밥벌이에서 풀려난다는 얘기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실질적인 은퇴가 늦다. 미국과 유럽에선 60대 중반이면 은퇴한다. 〈그래픽 참조〉 몸 담았던 직장에서 빨리 쫓겨난 뒤, 어떻게든 다시 10여년 넘게 돈을 벌어야 하는 게 우리나라 보통 가장의 현실인 것이다.

◇40대면 명퇴 압박 시달리는데, 은퇴연령은 왜 70세가 넘나

우리나라에선 '사오정(45세 정년)'이나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직장인들이 조기 퇴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은 뒤 10년 넘게 이어져 온 현상이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생 가장 오래 일했던 직장'을 떠나는 평균 나이는 53세(남성은 55세)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은퇴 시점과 거의 다르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 OECD는 왜 우리나라 국민의 실질은퇴연령을 70세라고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OECD가 말하는 은퇴연령이란 직장인이나 개입사업자가 평생 일했던 번듯한 직장에서 퇴직하는 시점을 뜻하는 게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돈을 받고 일하면 그 사람은 은퇴자가 아니라는 게 OECD의 분석 기준이다.

앞선 김씨 사례처럼 하루 단돈 1만원을 버는 사람도 OECD 기준에 따르면 아직 은퇴를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는 뜻이다. 기재부 김범석 인력정책과장은 "직장을 퇴직하면 사람들은 스스로 '은퇴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퇴직자들이 대부분 창업을 하거나, 보수가 좀 적은 다른 직장을 찾는다. 실제 은퇴는 이런 일마저 모두 그만둘 때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럼 평생 일한 직장을 나와도 사람들이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노후 대비가 제대로 안 돼 있어 일하지 않으면 생계를 해결 못하는 노년층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역시 OECD의 2011년 소득불평등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소득 수준은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의 3분의 2 정도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이는 우리나라 노년층이 아직 국민연금 같은 공적인 연금 혜택을 본격적으로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노인층은 연금소득이 15%에 불과하고, 근로소득 비중은 58%에 달한다. 반면 프랑스는 노인가구 소득 가운데 연금소득 비중이 86%이고, 근로소득 비중은 6%에 그친다. 한국 노인층의 근로소득 비중은 OECD 회원국 평균치인 21%의 2.7배에 이른다.

◇노인 빈곤율 1위, 자살률 1위

서울 을지로 다가구주택에서 월세를 사는 이복남(80·가명)씨는 길거리에서 토스트를 팔아 버는 30만원에다 구청에서 나오는 후원금 20만원을 합쳐 버텨 왔지만, 8월부터 5만원 하던 방세를 올려달라는 집주인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김씨는 "입에 풀칠도 못할 수준인데 자식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대상에도 못 들어갔다"고 하소연했다.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씨처럼 처지가 딱한 노인이 급증하면서 한국의 노인 빈곤율(소득이 중간에 못 미치는 노인의 비율)은 45%(2000년대 중반 평균치)에 달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우리나라 노인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77명(2009년 기준)으로 역시 OECD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미리미리 노후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정비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건강이 나쁜데도 생계를 위해 노인들이 일해야 한다면 그만큼 사회의 행복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라며 "젊은 세대가 노후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노인에게도 상당한 보수가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은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면 노인도 일을 해야 하지만, 질 낮은 일자리로 노인 빈곤층이 급증하는 현실이 문제"라며 "연령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체계를 바꿔 기업의 노령층 고용 부담을 덜어주고, 자영업자 등의 국민연금 가입률을 높여 노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질은퇴연령

근로자나 사업자가 어떤 형태로든 보수를 받는 일을 완전히 그만둬, 경제활동에서 물러나는 나이를 뜻한다. 첫 번째 직장에서 은퇴하고 자영업을 시작했다면 이마저 완전히 마치고 물러나는 연령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국의 연령대별 경제활동 참가율을 바탕으로 별도의 계산 공식을 활용해 매년 실질은퇴연령을 산정하는데, 현재 2009년 기준 예측치까지 공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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