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역사 종교 자연.. 그리고 친절한 사람이 어우러진 나라 이란

테헤란·시라즈·이스파한·타브리즈 입력 2012. 7. 5. 04:09 수정 2012. 7. 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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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개의 유적 품었다.. 여기는 '살아있는 박물관'

어둑한 이맘 모스크 대예배당 한복판에 서서 중년 사내가 노래했다. "무함마드(마호메트)는 신의 예언자. 좋은 일을 서둘러라. 기도를 올려라…." 우리 창(唱)처럼 목청을 꺾으며 유장하게 이어지던 가락은 "알라후 악바르(신은 위대하다)"로 끝났다. 이슬람 예배시간을 알리는 '아잔'이다.

아잔 소리는 높이 50m 가까운 돔 천장을 딱 일곱 차례씩 울리며 장엄하게 멀어져 갔다. 바닥 중앙에 깔린 검정 대리석 위에서 말하거나 노래하면 메아리치도록 면밀하게 계산해 돔을 지었기 때문이다. 기둥 중간엔 이미 400년 전에 부드러운 납을 녹여 넣어 지진을 견디게 했다. 이맘 모스크는 이란 이슬람 건축예술의 걸작이다. 수도 테헤란 남쪽 430㎞, '이란의 진주'로 불리는 도시 이스파한의 대표 사원이다.

사원은 알뿌리 모양 돔부터 첨탑 미나레트, 벽과 천장까지 푸른 터키석 빛이다. 벽돌 1700만장에 타일 47만장으로 장식했다. 푸른 타일들은 섬세하고 화려한 꽃과 덩굴 무늬를 사방 연속으로 이어 간다. 그 몽환적 리듬에 눈이 핑핑 돈다.

이맘 모스크는 아바스 1세가 지었다. 중세 외침(外侵)에 맥이 끊긴 페르시아 왕조를 되살린 왕이다. 그는 16세기 말 수도를 이스파한으로 옮기면서 신도시의 상징으로 이맘광장을 닦았다. 남북 510m, 동서 160m 장방형 광장 남쪽에 이맘 모스크를, 동쪽에 셰이크 루트풀러 모스크를 세웠다. 왕가 전용 루트풀러 모스크는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힌다. 황금빛 돔 천장에 공작새 한 마리가 찬란한 날개를 360도로 펴고서 긴 꼬리를 늘어뜨렸다.

광장 서쪽엔 왕이 폴로경기를 내려다보던 알리카푸궁이 서 있고, 사방은 시장(市場) 바자르가 에워쌌다. 광장을 200m쯤 벗어나면 왕이 연회를 열던 체헬소툰궁이 화려한 벽화로 장식돼 있다. 아바스시대 이스파한은 '세계의 절반'으로 불렸다.

인구 100만에 모스크 160곳, 여관 1800곳, 공중목욕탕 273곳이 있었다. 자그로스산맥 빙하수가 자얀데강으로 흘러 도시를 가로지르고 강 따라 푸른 숲이 우거진 오아시스였다.

아름다운 이층 돌다리 허주와 시어세는 그때나 지금이나 시민의 휴식처다. 그러나 자얀데강도 봄 가뭄에 말라 있었다. 천년 된 저메 모스크, 탑이 흔들리는 메나레 존반, 왕의 여인들이 살던 하시드 베히티궁도 빼놓을 수 없다.

이란은 셈족 아랍인이 지배하는 여느 중동과 혈통부터 다르다. 남러시아에서 이란 고원으로 들어온 아리안족의 후예 페르시아인들이다. '이란'이라는 국호도 '아리안의 땅'이라는 고대 페르시아어에서 따왔다. 페르시아의 영광은 기원전 6세기에 제국을 건설한 키루스2세로부터 시작됐다. 바빌론에 잡혀 있던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킨 구약의 '고레스왕'이다. 페르시아는 다리우스1세 때 흑해·나일강·인더스강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다. 로마보다 앞선 2500년 전 영화(榮華)가 살아 숨쉬는 곳이 페르세폴리스다.

이란 남서부 고도(古都) 시라즈에서 50㎞, 황무지에서 만난 페르세폴리스는 기적 자체였다. 다리우스 4대(代)가 150년에 걸쳐 세운 왕궁은 알렉산더 대왕에게 불태워진 뒤 흙바람 속에 묻혀 있다 70년 전 발굴됐다. 웅장한 110계단을 오르면 18m 석축 기단 위에 125만㎡ 왕궁 터가 펼쳐진다. 조공을 바치려고 스물여덟 나라 사신이 들어서던 '만국의 문'엔 사람 얼굴에 날개를 단 황소상 두 쌍이 버티고 서 있다.

1만 근위병이 지키던 '병사의 길'과 궁 현관을 지나면 주춧돌 100개만 남은 보물창고 터가 있다. 알렉산더 군대가 거기서 실어 간 보물이 당나귀와 노새 3만 마리분이었다고 한다. 왕의 접견 궁 아파다나는 25m 원기둥 일흔두 개 중에 열세 개만 남아 1만명이 들어갔던 규모를 말한다.

궁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 끝도 없이 새긴 부조는 장대한 서사시다. 사신들이 공물을 들고 줄지어 들어오는 모습이 놀랍도록 세밀하다. 암사자를 앞세운 엘람왕국 행렬 뒤로 두 사신이 새끼 한 마리씩을 안고 온다. 어미 사자는 젖이 불은 채로 새끼들을 뒤돌아보며 울고 있다. 아시리아 사람들의 손은 뒷걸음질치는 산양을 잔뜩 움켜쥐고 있다.

이란은 온 나라가 박물관이다. 역사 유적이 100만개를 넘는다. 수도 테헤란에서 남부 시라즈, 중부 이스파한, 북부 타브리즈까지 유서 깊은 도시들을 꼬박 열흘 동안 돌았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열두 곳 중 이맘광장, 페르세폴리스, 고레스왕 석묘, 타브리즈 바자르, 성 유다의 블랙교회까지 다섯 곳을 봤다. 테헤란에선 국립박물관, 카펫박물관보다 보석박물관이 인상 깊었다. 왕들이 모은 엄청난 보석들 앞에서 세상 모든 남자가 초라해지지만 남자에게도 놀라운 구경거리다.

조로아스터교 전통을 이어오는 산골 마을 아비야네, 터키 카파도키아처럼 뾰족뾰족 솟은 암봉들 속에 집 짓고 사는 칸도완, 아르메니아 접경지대에서 양 치는 쿠르드족 여인들에게선 원초적 삶의 체취를 맡았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고 했다. 문명과 역사와 종교와 자연에 친절한 사람들이 어우러진 나라 이란을 꿈꾸듯 돌아보며 그 말을 실감했다.

※ 여행수첩

한반도 일곱 배 넘는 나라. 아열대·사막성·지중해성까지 기후가 다양하다. 테헤란 사람들은 5월까지 스키를 탄다. 햇볕이 따가워서 긴팔 옷이 유용하다. 외국인도 이슬람 율법을 존중해 여자는 스카프를 쓰는 게 좋다. 남자 화장실엔 율법에 따라 소변기가 없다. 공식 환율은 1달러에 만2500리알쯤. 경제제재를 받아 신용카드를 쓸 수 없다. 카타르항공으로 도하 거쳐 가는 비행시간만 12시간 남짓. 이란항공이 재취항 준비 중인 인천~테헤란 직항편이 생기면 9시간으로 줄어든다. 여행업계가 패키지상품을 마련하고 있다. 주한 이란 대사관 (02)794-0167.

[이란 음식] 김치찜 맛 스튜, 푸짐한 양갈비… 낯설지만 친숙한 맛

'파스 자르단'은 "목을 후려쳐라"는 욕이자 음식 이름이다. 양(羊)의 목 30㎝쯤을 뼈째 푹 삶아 토마토소스를 얹었다. 잘 손질해 거부감이 없다. 부드러운 살점이 우리 쇠꼬리찜 같다. 발라먹기 쉽고 양도 푸짐하다. 타브리스 음식점 '오버'(411-420-3916)에서 1만2000원쯤.

양갈비< 사진>는 누구나 좋아할 듯. 1인분 2만5000원쯤이지만 셋이서 4인분 시키면 알맞다. 이스파한 고급 레스토랑 '샤르자드'(311-220-4490)를 추천한다. 업구쉬트(디지)는 뚝배기에 양고기·콩·감자·토마토를 넣고 뭉근한 불에 밤새 끓인다. 식탁에 내오면 국물은 떠서 따로 담고 건더기는 쇠막대기로 눌러 다진다. 건더기는 빵 '넌'에 싸먹고 국물엔 넌을 찢어넣어 먹는다. 레몬가루를 넣어 시큼한 것이 김치찌개 맛 같다. 2만원쯤.

가지찜에 쇠고기·토마토를 넣고 오래 끓인 스튜는 김치찜 비슷하다. 화덕에 붙여 굽는 넌, 안남미 밥, 샐러드는 어딜 가나 기본으로 나온다. 캬법(케밥)은 모든 구이를 가리킨다. 밥과 함께 요리하기도 한다. 테헤란 교외에선 수조에서 뛰노는 송어를 구워 샤프란 가루를 뿌린 요리도 맛봤다. 과일과 견과가 싸고 풍성하다. 포도 1㎏에 3600원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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