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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환자가 직접..'공포의 구급차' 안에는

김종원 기자 입력 2012. 07. 11. 20:48 수정 2012. 07. 1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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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잡는 '깡통 구급차'..정부 규정부터 엉터리

<앵커>

모양만 구급차인 엉터리 사설 앰뷸런스가 늘고 있습니다. 당국이 제대로 된 규정 하나 없이 운영허가를 내주다 보니 소독약 하나도 없는 응급차가 늘고 있는 겁니다. 응급환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와 함께 사설 구급차를 탔습니다.

그런데 차 안엔 환자를 돌봐줄 간호사나 구조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설 구급차 기사 : (뒤에 간호사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단순 이송은 혼자 다니고, 응급환자는 (구조사랑) 같이 다녀요. (이번 출동은) 단순 이송으로 알고 왔어요.]

엄연한 불법입니다.

단순 이송이든 응급 이송이든 구급차 안엔 반드시 간호사나 구조사가 동승해야 합니다.

환자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보니 혈압 재는 것도 아픈 환자가 스스로 해야 합니다.

[(혈압 좀 재주세요.) 잠깐만, 제가 운전을 하니까 처치 못 하잖아요. 거기 인버터를 보세요. (인버터가 뭐지?) 까만 거 있죠? 팔에 채워요, 그걸.]

혈압조차 제대로 재지 못한 환자, 탈수증세를 보여 수액을 요구했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수액 좀 맞을 수 있어요?) 포도당이 없는데… 수액이 안 돼요, 차 안에선. ((수액을) 안 갖고 다니신다고요?) 네.]

도대체 가능한 게 뭔지, 응급차 내부를 구석구석 살펴봤습니다.

산소 호흡기 하나와 붕대, 이불을 제외하곤 어떠한 의료기기도, 응급 약품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른바 깡통 구급차입니다.

결국 이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1시간가량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했습니다.

전국의 사설 구급차는 약 800대.

하지만 상당수가 이처럼 수준 미달이다 보니 이송 중에 환자가 사망할 확률이 3%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환자가 응급실에서 사망할 확률의 3배나 됩니다.

그런데 이런 엉터리 사설 구급차를 규제할 정부의 규정 자체가 엉터리입니다.

보건복지부의 구급차 관련 규정.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선 수백 가지가 넘는 약품과 의료장비가 필수지만, 정부가 구급차에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의료용품은 채 20개가 되지 않습니다.

딱 이 정도만 갖춰도 구급차 운영 허가가 나는 겁니다.

[전직 간호사 : 구급차가 허가를 받기 위해선 수액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에) 쓰여있어요. 수액 외에 다른 부속물품, 바늘이라든지 수액을 줄 수 있는 수액 줄, 그런 언급은 하나도 없어서… 환자가 (수액을) 먹을 순 없잖아요.]

보건복지부 담당자에게 물어보자 그제야 문제를 시인합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검열할 때 수액만 갖고 있어도 규정에 어긋나진 않는 거죠?) 네. (규정에) '수액제제로 비닐 팩에 포장된 것' 이렇게 돼 있으니까. (그러면 규정을 바꾸실 건가요?) 네. 필요하다면 해야죠.]

업계 종사자들조차 소방 119 수준의 장비를 갖춘 사설 구급차는 전국에서 채 10대도 되지 않을 거라고 말할 정도여서 관련 규정 개선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위원양)

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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