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8군 납품 자랑?' 지금이 어느땐데..

장시복 기자 2012. 7. 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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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복의 푸드파일]미8군 납품=최고? 선진국 문턱서 정서안맞는다 비판도

[머니투데이 장시복기자][[장시복의 푸드파일]미8군 납품=최고? 선진국 문턱서 정서안맞는다 비판도]

#. 얼마전 '베지밀' 브랜드로 유명한 정식품이 보도 자료를 냈습니다. 제목은 '두유업계 최초 미8군 납품'. 한껏 자부심이 묻어났죠. 이 업체에게 주한미군(미8군) 납품은 단순한 '군납' 이상의 남다른 의미였던 것입니다. 자료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8군 납품을 계기로 베지밀의 위상을 다시한번 끌어올리게 됐다"고 자랑하기까지 했습니다.

미8군에 식품을 납품하고 이를 홍보해 온 국내 업체는 정식품 뿐만은 아닙니다. 최근 들어선 뜸해졌지만 우유·주스·먹는샘물 등 음료류와 김치 등의 품목을 위주로 이같은 패턴이 이어져 왔습니다.

매일유업·남양유업 등은 우유를 광동제약이 비타500·옥수수수염차 등 음료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LG생활건강에 인수된 다이아몬드샘물의 경우 1976년 미군부대에 납품하며 처음으로 국내 먹는 샘물 시장의 역사를 쓰기도 했죠.

미군 납품 계약을 통해 급식용으로 공급되거나, 미군 영내 마트(DeCA) 등지에서 판매되는데 실제로 식품위생 검사를 통과하려면 6개월 이상 서류심사, 생산 현장실사 등 50개의 엄격한 품질기준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보니 납품자체가 품질보증 효과를 가져온다는 게 이들 업체 설명입니다. 전세계에 퍼져있는 미군부대로 공급망도 넓힐 수 있고, 해외 수출시 보증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깔려있죠. 한국전쟁 이후 남대문 도깨비시장이 번성하며 '미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던 때와 비교하면 큰 변화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외국 군대에 납품하는 것이 최고 품질을 보증하는 것처럼 광고·홍보되는 것에 대해 국민 정서상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미 우리나라 위생 기준과 품질도 세계적 수준에 올랐는데, '미군 납품 = 최고 제품 인정'으로 인식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 이란 얘기죠.

실제 2005년 남양유업이 "미군 살균유 법령(PMO) 인증을 국내 최초로 받았다"며 "품질로 이뤄낸 국내유일의 쾌거 - 전세계 미군 납품자격 획득"이라며 광고했다가 업계에 '사대주의 논란'까지 일어난 바 있습니다.

특히 이 광고에서 "미군이 지금까지 국내 우유품질에 대한 신뢰 문제 때문에 우유를 미국에서 공수해 먹었다"고 적시해 경쟁 업체의 자존심을 긁었습니다. 이미 낙농선진국 수준에 올라있는 국내 우유의 품질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입니다.

이제 여러 업체는 미군에 납품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한다고 합니다. 품질에 자신 있어도 낮은 단가를 요구해와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죠. 물론 우리 식품업체가 판매 활로를 확대하고 품질 인정을 받은 점은 기뻐할 만합니다. 하지만 '시대정신'에 맞는 마케팅과 홍보 전략이 아쉬운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관련 키워드] 매일유업

머니투데이 장시복기자 sibok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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