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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vs 성노예, 학계 의견 들어보니..

서혜림 입력 2012. 07. 17. 14:27 수정 2012. 07. 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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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는 고유명사..'성노예' 쓸땐 가해자 밝혀야"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위안부냐 성노예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과 태평양 등지에서 일본군의 성 착취로 고통받았던 피해자를 지칭하는 용어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군 위안부를 '강요된 성노예(enforced sex slave)'로 표현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이후 정부가 그간 공식어로 사용했던 '위안부(comfort women)'를 '성노예(sex slave)'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학계는 이같은 움직임이 일본 '위안부' 제도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용어 변경을 논의하는 데 있어 성노예제 피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안부'는 역사적 특수성 고려한 고유명사" = 현재 정대협을 비롯해 시민사회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은 '위안부'다.

일본이 저지른 범죄의 역사적 실상을 드러내기 위해 일본군이 썼던 위안부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되 인용부호를 붙인다는 것이 정대협의 설명이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공유했다.

이화사학연구소 강정숙 박사는 "성노예라는 용어가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명시한다는 점에서 연구자로서 선호할 만한 단어"라면서도 "국가 주도로 여성을 성노리개로 동원한 일본 특유의 제도로서 의미를 희석시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2차 대전 당시의 시대적 감각을 반영하는 '위안부'를 고유명사로 사용하자는 학계의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위안부' 말고도 '정신대(挺身隊)'나 '종군(從軍) 위안부'라는 표현이 국내에서 혼용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학계의 지적 등으로 현재 널리 쓰이지는 않는다.

강만길 교수 등 권위 있는 사학자들은 "정신대는 태평양전쟁 즈음 조선총독부가 강제동원한 인력에 대한 일반·집합명사로서 여성뿐 아니라 처음에는 남자도 포함했다"며 "정신대와 위안부를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종군위안부'의 경우도 '성적 위안'을 받은 가해자 중심의 언어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자발적인 참여라는 잘못된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영어표기 시 성노예(sex slave)로 칭하되 가해자 명확히 밝혀야" = '위안부'를 영어로 쓸 때에는 'comfort women'이나 'sex slaves'의 표현이 혼용된다.

그러나 국제법상 가해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밝히려면 '일본에 의한 성노예제(sex slavery by Japan)'로 적시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주장이다. 성노예 뿐만 아니라 '일본에 의한'도 함께 명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강대법학연구소 조백기 박사는 "국제법규 의무 위반 사항을 정확히 지적하려면 가해자 주체와 행위 내용을 적확히 명시해야 한다"며 "유엔 등 국제사회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전쟁 중 여성 납치해 성적으로 학대했던 실상을 명확히 하는 용어가 사용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외국어로 '위안부(comfort women)'로 표기할 때 단어가 주는 긍정성·자발성이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 의한 성노예제'라는 표현은 1996년 채택된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 '전쟁 중 군사적 성노예 문제에 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한민국, 일본에의 조사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된 바 있다.

◇"피해 당사자 입장 최우선 고려돼야" = 연구자나 전문가들은 사안의 본질을 밝히는 직설적인 용어 사용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들도 연구의 편의성보다는 피해당사자의 입장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정숙 박사는 "2010년 논문 '일본군 '위안부'제의 식민성 연구 - 조선인 '위안부'를 중심으로'를 발표할 때 개인적으로는 성노예제라는 표현을 사용하길 희망했다"면서도 "동료 학자들의 의견을 듣고 신중히 고려한 끝에 '위안부'로 쓰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직접적인 표현을 두고 시민사회가 '위안부'라고 쓰는 것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성노예라는 말이 끼칠 정신적인 고통을 고려한 것임을 안다"고 말했다.

조백기 박사 또한 "사안의 명확성을 드러내 국가의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적인 상황에서는 당사자의 감정이 고려되어야 한다"며 "현재 국내에서 작은따옴표를 붙여 쓰는 '위안부' 표현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 "외교부는 용어 변경을 논의하기 전 피해자 측과의 충분한 의사소통을 먼저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13일 한글 용어 '위안부'를 '성노예'로 바꾸는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피해자를 대변하는 정대협은 명확한 반대 입장을 전했다.

이에 외교부는 16일 영어 표현에 한해서만 '성노예(sex slave)'로 표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정대협 측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한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온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국회나 정부가 지금 용어 이야기나 할 때가 아니"라면서 "중요한 것은 용어 변경이 아니라 일본 정부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2차 대전 당시 점령지 주둔 군인의 강간행위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위안부'제를 운영했다.

여성의 '조달'은 행정기관의 공권력과 일제권력기관이 사주한 취업 사기, 유괴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를 필두로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이 잇따르고 시민사회·학계의 진상 규명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일본 정부가 주도한 대대적인 성노예제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패전 후 일본이 '위안부' 제도를 은폐하려고 피해 여성을 임시 간호부로 전환배치하거나 군속 명부에 등재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방선주 박사 등이 발굴한 당시 자료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성노예'는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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