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박근혜가 유신 2인자? YS 부자의 '멘붕'

2012. 7. 1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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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오윤환 언론인]

◇ 김영삼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상도동 자택을 예방한 강창희 국회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삼 대통령 시절 그의 둘째 아들 현철은 '소(小)통령'으로 불렸다. '부통령'의 다른 이름이다. YS의 아호 '거산(巨山)'을 따 현철 씨를 '소산(小山)'이라고도 했다. 아버지를 대신해 공직인사에 감놔라 배놔라 개입하고, 각종 비리에 허우적거리며 국정을 농단한 그의 위세가 그리 창대했다는 증거다.

아버지는 북악산 아래 청와대에 좌정하고 있는데 아들은 그 턱밑인 광화문에 똬리를 틀고 앉아 청와대를 드나드는 고위공직자들로부터 문안 인사를 받고, 국정원이다 내각이다 곳곳에 박아 놓은 심복들로부터 최고기밀을, 존안자료를 보고받으며 호가호위해온 현철 씨는 그야말로 '문민정부'의 2인자였다.

그 때 소산의 나이 30대 초. 그의 경력이라고는 쌍용에 1년 남짓 근무한 게 전부였다. 20대 후반부터 직장생활 작파하고, 심신이 취약한 장남 은철 씨 대신해 야당 총재인 아버지의 최측근 참모로 "착" 달라 붙어 공생해온 보상으로 그의 손에 쥐어 진게 '소통령'이라는 권세다. 그 마약처럼 황홀하기만 했던 권력이 결국 그를 감옥에 집어넣고 말았지만. 그것도 '현철'이라면 까무라치는 아버지 YS의 손에 의해.

그런 김영삼 전 대통령이 16일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유신시대의 퍼스트레이디로서 사실상 유신의 2인자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 대통령이 되기에 결격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도동 자택에서 새누리당 경선 후보 임태희 전 이명박 대통령실장의 예방을 받고 한 말이다. 혹시 노령의 YS가 박근혜를 '소산' 김현철로 착각한 건 아닐까?

박근혜가 "유신시대 퍼스트레이디로 사실상 유신의 2인자 역할을 했다"고 YS가 주장한 시기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북한 간첩 문세광의 총탄에 쓰러진 1974년 이후다. 박근혜의 나이 22살 때다. 22살의 여대생이 뭘 알아서 '유신의 2인자' 역할을 했겠는가?

박근혜가 김현철처럼 광화문 네거리에 개인사무실을 차린 것도 아니고, 심복을 국정원 기조실장, 내무차관 등으로 심어 놓은 상태도 아닌데 무슨 '유신의 2인자'였다는 것일까? YS의 눈에 대통령 자식들은 누구나 현철 씨처럼 국정에 개입하고 인사를 주무FMS다고 여겼을까?

현철 씨가 심대룬 중수부장 손에 수갑이 채워진 혐의는 '궝력남용'과 '비리'다. YTN 사장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비뇨기과 의사 박경식씨의 녹음으로 확인됨으로써 공직인사개입의 일단이 드러났고, 경복고 선배로부터 '66억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현철 씨가 연루된 한보비리는 금융기관을 줄줄이 부실로 몰아넣음으로써 외환위기에 단초를 제공했다. YS가 주장한 정권의 2인자라면 적어도 이정도로 나라를 말아먹었어야 했다. 혹시 YS는 박근혜가 아버지 박정희 시해를 전해듣자 마자 "휴전선은요?"라고 안보를 걱정한 태도를 '2인자' 답다고 간주한게 아닐까?

한보 사태로 현철 씨와 김우석 내무장관, 황병태 의원, 홍인길 청와대 총무수석 등이 구속돼 YS 주변이 초토화됐다. 뿐만 아니라 한보 수사 과정에서 YS가 1992년 대선 때 사조직 '나사본' 활동자금으로 쓰다 남긴 120억원의 대선 잔금까지 털려나와 묵사발되고 말았다. 심재륜 중수부장이 현철 씨를 소환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당시 김용태 청와대 비서실장은 술에 잔뜩 취해 심 부장에게 "각하가 울고 잇어요. 우리 각하가...."라고 절규했다고 심 부장이 회고했다. '소산'이 진정한 '부통령'이었던 모양이다.

YS는 박근혜를 '유신의 2인자'라고 비난하기 앞서 박근혜를 '칠푼이'라고 조롱했다. 지난 11일 자택을 찾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금은 토끼가 사자를 잡는 격"이라고 말하자 (박근혜는) 사자가 아니다. 아주 칠푼이다. 사자가 못 돼"라고 한 것이다. 발언의 순서상 '칠푼이'가 '유신 2인자'보다 닷새 먼저다. 말하자면 '칠푼이'가 그 막강한 유신정권의 2인자였다고 한 것이다. 혀가 꼬여도 제대로 꼬였다.

YS는 김 지사를 만나서도 "박정희가 나를 제명 안했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단골 주장을 되풀이 했다. YS 입에서 나온 말 중에 그나마 사실에 가까운 내용이다. 박 대통령이 YS를 제명하지 않았으면 부마사태 가능성도 적었고, 부마사태만 없었다면 차지철 경호실장의 "탱크로 다 쓸어 버리겠다"는 발언과, 김재규의 반발도, 박정희 시해도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박정희가 밉고 괘씸하면 그 정도에서 그쳤으면 족했다. 그런데 YS가 박근혜에게 뭔가 크게 틀어졌고, 그 '용심'이 품위없는 막말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건 19대 총선 김현철 공천 탈락이다. YS는 5년전 이명박 후보를 도왔고, 그 대가로 현철 씨를 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에 '취직'시켰다. 아마도 19대 총선 공천이 옵션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MB는 새누리당 공천에서 처절하게 수모를 당했다. '현철'의 '현'자도 입에 올릴 형편이 아니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접수한 새누리당 분위기는 현철 씨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분위기였다. 국정농단의 상징인 현철 씨에게 공천을 주는 건 수도권 선거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현철 씨는 공천에서 탈락하자 "박 위원장에게 완전히 속았다. 무자비한 정치 보복이자 테러, 쿠데타적 사기극"이라며 "아버지가 실망을 넘어 격분해 계신다"고 길길이 뛰었다. 또 " 최소 20∼30명이 탈당할 것이며, 이들과 무소속 연대를 하든, 제3의 정당으로 옮겨가든, 아니면 신당까지 만드는 3갈래 방향을 열어놓고 있다"고 큰소리쳤다.

"벌써 이런 일을 예견하고 준비해왔다"며 "이를 위해 아버님의 조만간 말씀이 계실 것이고 총선에도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거산' 밑에서 호가호위해온 '소산'의 파파 보이 기질이 그대로다.

만약 새누리당이 현철 씨 공천탈락 이유를 "YS가 IMF로 나라살림을 말아 먹엇기 때문" "현철 씨가 문민정부 2인자로 국정을 농단했고, 한보비리로 66억원을 받아 먹은 전과자라서"라고 말한다면 뭐라 할 것인가?

현철 씨는 YS가 박근혜를 비난하자 기자들을 찾아와 "박근혜 지지율은 40% 초반에서 변화가 없다. 가망이 없다"고 재를 뿌렸다. 거산 옆에 소산이다. YS는 차라리 현철씨를 거제도 멸치어장으로 내려보내는 게 어떤가?

평생 직업없이 'YS'가 그의 직장인 아들에게 현실로 돌아가도록 깨우쳐야 한다. 언제까지 아들을 철없는 '정치적 동반자'로 놔두려는가? 현철씨도 이제 지천명이다. 하늘의 순리를 스스로 깨우칠 때가 된 것이다. 아버지를 자유롭게 놓아 드려야 한다. 언제까지 그의 바짓자락을 잡고 정치에 대한 축축한 미련에 매달릴 것인가. 국가원로에 대접받아야 할 YS와 그 아들의 '멘붕'이 안타깝다.

글/오윤환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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